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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0.1개

기타 2012. 1. 24. 14:38
오른쪽에 로고로 사용하는 그림파일을 바꾸었다. 원래는 이 블로그의 제목에 맞게 에네퍼Enneper의 극소곡면을 누군가가 예쁘게 (그 속에 들어있는 두 개의 직선도 나타내어) 그려놓은 파일을 썼었다. 저작권 문제는 신경쓰지 않고 쓰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스킨에서 나의 이름 부분을 손을 보려고 하니 그림도 없어져버렸다. 그 파일은 어딘가에 잘 있을 것이지만 얼핏 생각나는 다음 사진으로 바꾸어버렸다. 

이 사진은 나의 둘째아이가 찍은 사진에서 일부만 따온 것이다. 둘째의 사진은 이보다 좀 넓은 배경을 찍었지만 나머지는 전부 눈이다 이 부분의 넓이가 전체의 10분의 1을 좀 넘는다. 그래서 사진 0.1개인 것이지만...


둘째는 사진을 잘 찍는다. 미술을 공부해서 잘 찍는 것일 것이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이에 대한 강의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미술을 별로 공부하지 않았을 때도 사진을 제법 찍었던 것 같다. 아래 오른쪽 사진도 같은 때 찍은 것이다.

미술을 제법 잘 하는 것 같은데 내가 설득을 잘 해서 잠시 접어두게 했으니 잘한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실질적인 것도 공부는 해 두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고 한다. 전혀 이질적인 것을 두 가지 이상 알고 있는 것이 절대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자기가 잘 모르는 데는 절대로 들어 가지 않으려는 고집이 있지만 또 알게 되면 항상 재미있어한다. 너무 여러 가지에 관심이 많으면 천재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게 된다.

그래도 요즈음은 조금  다른 생각이 생겼다. 나의 처조카 가운데 하나가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학부밖에 졸업하지 않았고 공부도 두 분야를 이중전공 했으니 나의 기준으로는 공부 내용을 제대로 알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겠지만, 그는 이 두 분야를 적절히 잘 활용할 줄 안다. 몇 명이서 같이 사업을 하는데, 이들은 결코 장사 수완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만들어 제공하는 사업을 한다. 그것도 서비스업에서... 최근에 운영하는 회사가 잘 되어서 거금을 받고 큰 회사에 넘겼단다. 그는 이 사업을 넘기고 새롭게 할 다른 사업 아이디어도 있는가보다.

이런 것을 보면 여러 곳에 관심이 있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그래도 목표가 없이 너무 여기 저기를 따라다니는 것은 소위 집중력부족에 해당될 것이다. 내 조카처럼 목표가 있고 몇가지만 관심을 두어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정말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어려서 착하고 남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특히 많았던 조카라서 이러한 변화가 신기하기만 하다. 며칠 전에 만날 기회가 다아 얼굴을 보았는데 마음씀씀이는 20년 전이나 똑같다. 행동만 조금 어른스러워졌다고 할까. 결혼이나 빨리 했으면 하는 것은 나이든 사람이면 누구나 드는 생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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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 강의에 대한 "강의 평가와 소감"을 읽은 소감을 정리해본다.

우선 이번 학기에 강의한 두 강의의 전체적인 평가 점수는 수학과 전체 평균보다는 조금 낮고 이과대학 전체평균 보다는 조금 높다. 뭐 그리 중요한 내용이 있는 문항이 아니므로 그리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방형 설문 1, 2번 문항은 학생들의 소감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므로 궁금한 점이 있다. 특히 여기서 듣게 되는 내용은 강의에 반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1번 문항은 수업에 대한 소감이고, 2번 문항은 수업에 대한 건의이다.
이에 대한 소감 가운데 강의에 positive한 것을 제외하고 몇 가지를 뽑아 변명을 해 둔다.

우선 기하학 개론을 보자. 이번학기는 학생수가 적어서 강의만의 강의를 조금 벗어난 점이 있다. 시작부터 강의 내용을 예전보다 적게 잡았다. 몰아쳐나가는 수업으로는 조금 많은 수학을 가르쳐주기는 하지만 학생들은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할 수는 없다. 건국대나 중앙대에서 내 강의록으로 강의하신 교수님들의 조언이 내용이 너무 많고 뒷부분이 어려워서 전체의 반 정도만 강의하면 알맞았다고 하시므로, 나도 반 정도에 조금 다른 말들을 추가하는 것을 시험해보았다.

  • 너무 어려웠다. 
  • 수업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수업시간에 비해서 직접적인 수업내용이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시간 반 내내 수업과 관련없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고, 반정도만 수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한적도 많았습니다. 

너무 어렵다는 것은 이 강의 내용을 못 알아들었다는 말이다. 강의를 못 알아듣는 학생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사람을 동시에 똑같이 이해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소한의 내용을 알아들어도 자신의 기대와 비교해서 말하는 것은 못알아들었다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두번째 소감은 조금 다르다. 이것은 강의에서 기대한 것이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뜻이다. 다른 학생들도 모두 강의에서 내가한 이야기들을 기대하고 들어온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어떤 학생들은 그것을 좋아하고 어떤 학생들은 그것이 싫다. 특히 쓸데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것이 많다고 하는 학생은 나쁜 학생이 아니다. 단지 그가 말하는 내가 한 쓸데 없는 이야기는 그 강의의 내용이 아니라 조금 긴 시간 동안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이미 그것을 알거나 느끼고 있다면 그에게는 쓸데 없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 학생은 단지 참을성이 부족한 것일지도... 아니라면 공부를 항상 잘 해서 이런 이야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거나...

한편 교양과목에서의 소감을 보자.

  • 감사합니다 그런데 출석체크를하는 수업이었다면 좀더 학생들이 적극적일거같아요.

출석 체크는 잘 안한다. 체크하면 출석률은 올라가지만 학생들은 들어와서 다른 짓을 하고 강의를 흐트러트린다. 대학에서는 출석 만큼은 자신이 컨트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못 들어온다면 그 책임은 자기가 지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글쎄요. 과연 교수님의 논리가 법이고 진리일까요?

이것은 무엇인가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이 강의에서는 이럴 부분이 거의 없다. 내가 요구하는 것은 전체적으로 과목의 제목에 해당되는 것이면 어떤 토픽을 잡아 공부하고 발표해도 되고, 또 연구해서 설명하는 내용은 합리적이기만 하면 어떠한 아이디어도 새로운 아이디어를 반긴다는 강의이니까.
  이 강의에서는 나의 논리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생각되니까, 어쩌면 질문은 "과연 논리가 법이고 진리일까요?"였다면 하고 생각한다. 이런 경우라면, 이 강의에서는 논리를 train하자는 것이지 논리가 옳다고 주장하고 주입시키려는 것은 아니니까 이 질문은 잘못된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배워본 다음에 자신이 믿고 쓸 것인지 버릴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므로...)

  • 교수님 목소리가 약간 작으신편이라서 뒤쪽에 앉을 때는 가끔 안들릴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점을 보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점은 예전에 항상 지적당하던 것이었다. 우선 목소리는 귀가 예민한 사람은 작게 내고 귀가 무딘 사람은 크게 낸다고 생각한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이야기를 하면 누구나 무의식중에 목소리가 커지는 것을 경험한다.)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으므로 이 강의에서도 마이크를 사용했다. 물론 마이크를 못 사용한 경우도 몇 번 있었지만 이것이라면 원래 강의가 계획된 시간이 아니었는데 몇분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경우였을 것이고 어쩔 수 없겠다.
  그러나 이것 외에도 이점을 잘 알고 있어서 강의 시작때는 잘 안들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될 수 있으면 앞쪽에 앉으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했다. 이 이야기를 무시한 것일까? 못 들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만.

  • 그룹은 원하는 사람들끼리 짝지어 주시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원과의 마찰이 한 학기를 너무 괴롭혔습니다.

이것은 처음에 설명했고 그리고 강의 웹페이지에 써있는 강의방침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조를 짜면 좋은 점이 있지만 학점만을 위해서 같이가는 쪽으로 발전할 뿐 모르는 사람과 조율하면서 일해나가는 법을 익힐 수는 없다. 물론 일이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하는 것이지만 항상 마음에 맞게 일을 나눌 수는 없다. 이런 경우에도 적절하게 같이 일하는 사람과 잘 이야기하고 적절하게 일을 나누는 것은 경험이 필요하다.
  특히 잘 아는 사람이 없는 학생과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그래서 항상 무작위로 학생을 선택하고 될 수 있으면 연령대, 학과 등이 서로 다른 학생들이 한 팀이 되도록 짠다. 그 대신 조의 일을 하는데 불공정한 점이 있으면 각자의 personal report에 적을 수 있고 이를 성적에 반영하고 있다. 이것도 학생들에게 학기초에 이야기하였고 또 web site에 설명이 있으니 강의에 대해서 제대로 듣지 않은 경우일 것이다.

이런 강의의 가장 어려운 점은 시험을 보지 않으므로 (볼 수 없으므로) report를 평가하는 일이다. 실제로 평가에 대한 좋은 지침은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는 절대로 완벽하지 못한 report를 읽고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 읽는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애매한데서 학생들의 생각을 읽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강의가 재미있기는 하지만 쉬운 강의는 수학을 가르쳐주고 시험을 보아 성적을 딱딱 내는 것이다. 얼마나 배웠는지, 얼마나 알고 있는지가 비교적 분명하게 나오는 것이 쉽다.

다음 학기는 이런 강의를 두개 한다. 쉽기만 하면 재미 없으니까 내가 어려워할 것을 만들어 넣는다. 이번 학기에는 강의 교재를 새로 만들 기초 작업을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한 강의는 새로운 방식으로 내용을 구성할 것이다. 겉보기 모양을 바꾸는 쪽이 되겠지만 뭐 그것도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 될 것이다. 이미 학기 시작이 한달 정도밖에 안 남아 있으니까 바쁜 일이 되겠지. 어째 방학이 점점 더 바빠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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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학교의 수학 교육을 새로이 고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아가서는 대학교에서도 어떻게하면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를 가지고 고민이 많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교육부가 계획하는 새로운 계획을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는 눈이 많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반기는 매스컴의 기사들도 눈에 뜨인다. 그런 기사를 훑어보면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 있어서 뭔가 논점을 잡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번 교육부의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는 기사에도 이런 개선을 옹호하는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감하면서도 그에 대한 이유를 드는데 있어서는 조금 조심해서 말하면 좋겠다는 것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한 기사에 나온 여러 가지 논의 가운데서 몇 가지만 들어서 조금 수정된 이야기를 해 보자.

이 기사는 수학도 재미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며 누구나 어려서의 재미있는 기억에서 출발하여 수학을 좋아할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이런 것이 증명하기는 힘든 것이지만 나도 분명히 누구나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자신도 어려서 언제까지인가는 수학을 싫어했지만 몇 가지 계기를 지나며 수학이 재미있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이유로 든것 중에서

"이처럼 수학이 학생들의 비인기과목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문제풀기식 대학입시제도다. 한 문제를 더 풀기 위해 매달리다 보면 학생들은 수학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된다.

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잘못된 생각인지도 모른다. 비록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보는 것을 싫어할지 몰라도 6, 70년대의 문제풀기식 대입제도를 통해서도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똑같은 문제풀기식이더라도 푸는 문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문제라면 풀리면 재미가 생기지만, 맨날 보는 문제인데 아차 실수하면 틀리는 식이라면, 풀어도 감흥이 없고 틀리면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러니까 "문제풀기식 대학입시"보다는 "쉬운 문제풀기식 대학입시"가 주범이 아닐까? 또, 

"수학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수학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

라고 하지만, 어느나라에서나 수학을 잘 하고 재미있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재미있는가?' 하면 문제가 풀리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문제가 풀릴 때가 아니면 수학에 어떤 부분이 재미있겠는지 알 수 없다. (혹시 수학의 역사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듣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겠지만 암만 들어도 이것만 들어서는 수학을 배울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motivation이 될 뿐이다.)

그러니까 수학문제를 (하나든 많이든)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점은 문제를 풀 때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말씀을 한 분의 생각은 똑같은 문제를 되풀이해서 풀며 틀리지 않도록하는 훈련 같은 것을 피할 것이지, 문제를 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해방이후 지난 60여 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라는 말은 겉을 보고 하는 말이 될 수 밖에 없다. 분명히 어떤 형태로든 입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입시 하나만 본다고 해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내용은 정말 많이 변했다. 일정한 방향으로 변해오는 것도 아니다. 즉 좋은 방향이나 나쁜 방향으로 계속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리 저리 떠다니듯이 마구 변해 왔다. 교육의 내용도 6차에서 7차 그리고 그 이후의 변화들은 결코 작은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새롭게 노력해야 하는 것은 재미 있는 이야기만을 늘리는 것으로는 턱도 없다. 학생들이 문제를 풀며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 이것은 위의 기사에서 이야기하기를 개선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선생님들이 짊어질 힘든 일"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쉬운 문제만을 교육하는 시스템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을 일선의 선생님들께 떠안기는 일이 되지 않을까? (이것으로 학교 선생님들을 평가하지나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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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학기에 복소해석학 강의를 하게 되었다. 집합론도 맡았으니 잘 안 하던 강의를 두 개 씩이나 하게 된 것이다. 다른 교수님의 강의를 넘겨 받은 것이지만 내가 선뜻 하겠다고 한 것이니 변명의 여지는 없다. 복소해석학 강의는 예전 내가 부임하고 몇년 지났을 때에 한 번 해보았다. 당시 복소해석학을 맡으시던 김성운 교수님께서 안식년으로 나가시는 해여서 대신 했던 것이고 그 다음번 안식년때 즈음에는 복소해석 전공하는 교수님들이 늘어서 내가 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에 썼던 교재는 Marsden의 책이었는데 이미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던가 내 선택은 아니었다. 이제 새삼 교재를 정해야 하는데 무엇을 쓸 지 모르겠다. 가지고 있는 책은 많고 또 일부 보충도 했는데 마땅한 책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욕심이 너무 많은지 선뜻 손에 잡히는 책이 없는 것이다.

교과서를 보면 우리나라 뿐이 아니라 외국도 점차 쉬워지는 추세이다. 인류가 퇴보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것이 더 좋은 교육방법이라는 것인가? 쉽게 잘 이야기하는 것만이 좋은 교육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이런 변화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굉장히 힘들어하면서도 학부 3학년에서 Ahlfors를 교재로 사용하던 세대 틈에서 공부했던 나에게는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내가 공부한 학년에서는 Herb Silverman을 썼다.) 결국 유학가서 대학원에서 교재 아닌 교재로 Ahlfors를 사용했는데 공부하는 동안에는 감명깊게 읽었다. 지금도 당연히 Ahlfors를 최고의 교재로 꼽는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내가 교재로 선정할 경우에는 과연 강의가 제대로 될까 생각해보면 자신이 없다. 학생들이 못견딜 것 같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우선 Ahlfors의 delicate한 생각을 영어 틈에서 읽어낼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한 문장 한 문장을 정성들여 읽고 영어의 뉘앙스까지도 감지할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해석학에서 Rudin을 사용하는 것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Rudin은 현재 교과서로 쓰이고 있는데 학생들 가운데 이 내용을 제대로 읽어내는 사람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다시 복소해석 교과서로 돌아가자. 복소해석학은 학부에서 보면 학생들에게 너희가 수학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나 보자 하는 식의 내용이다. 학부에서 공부하는 거의 모든 것을 총망라하여 제시하고 심지어는 대학원에서 공부할 내용은 물론 물리학이나 공학까지 넌즈시 이것 저것 들추는 그런 과목이기 때문이다. 이것 다 캐무시하고 그냥 계산만 시켜서 내보낼 수는 있지만 이것은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게 욕심 때문인듯 하다.) 그러다보니 학부에서 교과서를 무엇을 쓸지가 고민되는 것이다. 

몇 가지 내용을 검토하게 된다. 한 가지는 해석학적 부분이다. 구르사 정리의 증명을 넣으려면 증명 자체는 짧아도 결국 해석학적 관점에 대한 이야기가 길어질텐데  이것은 학생들의 흥미가 어떨지...  이것을 빼고 함수가 실 미분가능하다는 가정을 하고 나가는 것이 현명할지 모른다. 그러면 복소수를 가르쳐주고 다변수 미적분학만 리뷰해주는 것으로 필요한 것은 더 없을지도 모른다. 물론 point set topology나 함수 급수의 이야기도 해석학에서 알고 와야 하는 것이지만 어차피 한 번 다시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이 되는 것이니까 논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타카기의 해석개론에서 복소해석에 대한 장을 보는 것 정도 뿐일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기초적인 계산법, 급수, 미분, 코시-리만 방정식, 해석함수의 성질들, 적분과 코시이론, 선적분의 계산과 residu이론, 등각사상의 구성법, 그리고 어려운 것 한 두 가지를 1년 동안에 한다고 생각해 보자. 

토픽은 아마도 리만사상정리를 생각하는 방법인 normal family와 compactness, 리만면으로 나아가는 복소함수의 사상적 측면과 고전 계산, 극소곡면의 구성에 사용된 Weierstrass의 이론과 그림그리는 방법, 이밖에 또 뭐가 있을까? 다변수는 안 다루겠지만 log함수 같은 것을 다루다 보면 sheaf를 생각하는 당연한 이유가 보일 것이고 이러다 보면 잘못하면 sheaf cohomology를 이야기하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면 결국 내가 학부때 복소해석학 2학기에 지동표 교수님께 들었던 이야기랑 같게 되는데 이거 정말 이해하기 힘들었던 강의였으니 이러면 안되겠지. 이 가운데 꼭 해본다면 리만사상정리 관련된 것이나, 리만면, 극소곡면의 표현공식과 그림 가운데 한 두가지 정도가 전부일 것이다.

그러면 교과서는? 역시 마땅한 것이 많아보이지 않는다. Silverman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쓰이고 있지만 뭔가 방대한 것 같고, 새로이 Silverman이 인도 수학자와 낸 새 버젼은 조금은 쉬운데 조금 두꺼운 듯하고,  그러다보니 문제를 중심으로 보는 것은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든다. 각 토픽마다 문제를 미리 정해놓고 이것을 풀 수 있게 이론을 전개하면 전혀 새로운 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 중에는 Kapoor의 책이 문제집을 포함하고 있다. 이것과 함께 이론적인 문제 한두 개를 미리 뽑아서 시작해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교과서를 새로 쓰는 것인데 그래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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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2년이 다 되어가는 2010년 1월 7, 8일에 고등과학원(KIAS)에서는 학부 학생에게 수학(특히 기하학)을 소개하는 강의를 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4명의 기하학자가 바쁜 연구 와중에서도 학부생들에게 수학 공부의 원동력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고등과학원 교수로 계시는 최재경, 황준묵 교수와 미국 위스컨신대의 오용근 교수 그리고 서울대의 박종일 교수가 그 4명이고 각자 학부 수학 수준에서 자신이 공부하는 기하학을 소개했다.

이 강의가 있을 때 나도 참석해야지 하는 생각이 많았지만 다른 일이 있어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잊었지만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은 확실히 남아 있다. 그런데 고등과학원의 여러 세미나와 강의, 강연들은 녹화가 되어서 과학원의 수학과 서버에서 볼 수 있다. (이런 서비스가 생긴 것은 꽤 오래 되었고 초창기에는 녹화되는 강연이 많지 않았지만 요즈음은 장비가 발달되어 많은 강연들이 거기에 올라오고 있다.) 이 강의들도 녹화가 되어 그곳에서 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바쁘기도 하고 해서 거기 무엇이 있는지 별로 눈여겨 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며칠 전 시간이 나서 들어가보니 내가 참석하지 못했던 강의들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그 강의들을 조금 들어보았다. 실제로 황준묵 교수의 강의는 제대로 들었고 최재경교수와 박종일 교수의 강의는 재빨리 훑어보았으며, 오용근 교수의 강의는 아직 시작하지 못했다. 아마도 오용근 교수의 강의가 가장 재미있을지 모르지만 또 가장 어려울 수 있을거 같아서 잠시 미루어둔 것이다.

최재경교수님(강연자중 나보다 나이 많은 유일한 분이라 '님'자를 붙였음)의 강의는 나와 비슷한 분야여서 여러번 들었고 대충 예상되는 강의였다. 최재경 교수님의 강의는 항상 새로운 내용이 있어서 들을 때마다 배우는 것이 많은 강의인데 이것은 기초적인 이야기여서 그만은 못하다. 제일 놀라웠던 강의는 초창기에 대한수학회의 기하학분과 초청강연으로 충남대에서인가 별로 많지 않은 청중을 대상으로 했던 최대값원리에 대한 것인데 감명 깊게 들었지만 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일천할 때여서 잘 알아듣지 못했었다. 나중에 좀 더 자세히 강연해 주기를 부탁드려본 적도 있지만 최교수님은 강연하고 싶은 새로운 내용이 넘쳐나시는 분이라 똑같은 내용은 다시 잘 안하는 것 같고 나는 아직도 일부분 밖에는 잘 모르는채로이다. 언제 시간이 되면 집중강의로 다시 부탁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박종일 교수의 강의는 다양체에 대한 기초적인 내용에서 자신의 연구영역인 다양체의 구조와 관련된 근래의 연구 성과들을 소개했는데 잘 이해되지 않는 분야여서 역시 잘 못알아들을 것 같았고, 그래서 건성 넘어갔다.

재미있는 것은 황준묵 교수의 강의인데 대수기하학자인데 시작은 미적분학으로 하여 재미있는 내용을 전개해서 보여주었다. 들려준 이야기는 사실 100년이 넘은 시절에 수학자들의 연구 내용인데 이것이 지난 100년동안에 대수기하학에서 일어난 일의 배경이 되는 것이라 중요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멀리서 이름만 듣던 내용을 어렵지 않게 설명해주니 예전에 특히 19세기에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가 눈에 보이는 것같다. 실제로 이의 초창기 역사를 Siegel의 Complex Function Theory라는 3권짜리 책의 시작부분에서 읽은 적이 있어서 다시 꺼내보았다. 재미있게 2시간동안 들은 내용이 가만보니 Siegel의 책 3권 전부를 요약한 내용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실 타원함수론에서 시작해서 현대 대수기하학의 입문까지를 아우르는 이야기였으니 대단한 강의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이 내용이 전공이니까 (그의 전공은 복소대수기하학) 뭐 이런거 잘 아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특별히 강의할 일이 없었다면 Siegel의 고전적인 책 3권을 다 읽어보는 일은 안할 듯 해서 나라면 어디를 보고 이런 역사적인 전개를 알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전공이 대수기하는 아니어서 대수기하 책도 많지 않은데다, 복소기하는 나도 반쯤 전공해 보았지만 보통 현대복소기하 책은 이런 내용을 잘 안다루니까 생각이 안 미치다가, 예전에 샤파레비치의 대수기하 책에 저자가 '자신이 학생때는 아벨적분 이론은 대학원에서 꼭 배우는 것인데 요즘은 안그렇다'는 말을 본 기억이 있어서 샤파레비치를 열어보았다. 책의 내용에는 이런 것이 따로 없었지만 2권 맨 마지막 부록에 이의 역사에 대한 해설이 있었고 이 해설이 꼭 이번 강의만큼이란 것을 알았다. 황준묵 교수가 이 책에서 강의 내용을 구성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랬다고 하더라도 이 책의 한 chapter에 해당하는 내용을 간단히 2시간에 알기쉽게 설명해 주는 것은 이 분야의 진정한 고수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나는 이렇게 설명해줄 수 있는 멋진 수학 내용이 있는가 보면 글쎄 별로 없는 것같다.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공부를 열심히 해야 뭔가 쓸모있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생각케 한다. 그러나 오일러가 얻은 적분공식과 이를 일반화한 아벨적분, 그리고 여기서 기하학을 만들어낸 리만의 함수론과 리만면의 이론은 정말 놀랍고도 재미있는 수학의 한 분야이면서 오늘날의 모든 현대수학을 잉태한 이론이란 점에서 다른 어떤 이론보다도 흥미진진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것이 재미있는 사람은 '친구가 없다'는 정리아닌 정리가 있으니 그렇기는 하지만 사실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여서 수학책이라기보다는 수학 이야기책으로 구성해도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을 재미있어할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은 되지만) 언제 시간내서 공부를 해서 황준묵 교수의 강의를 책으로 엮어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황준묵 교수 본인이 직접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책이 되겠지만 지금은 그럴 틈은 없는 바쁜 와중일터이니 나라도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황준묵 교수의 강의 내용은 언제 다시 간단히 정리해 두기로 하자. 그때는 수식도 쓰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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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X 초보자의 경험 (1)

TeX 2011. 11. 19. 16:34
TeX을 사용하는 초보자로서 KTUG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질문 가운데 몇 가지에 대한 조언이랄까 아니면 경험담을 적어둔다.

TeX의 초보자가 자주 경험하는 것은 남이 만든 파일의 preamble을 그냥 가져다가 쓰는 것이다. TeX에서 사람들이 만든 (특히 가져다 쓸만한) preamble은 오랜 시간을 걸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혹시 금방 만들었더라도 오랜 경험의 산물이다.) 그러니까 몇 줄 안되는거 같지만 실제는 많은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는 것이고 사실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나를 위시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preamble을 받아다 쓰면서도 그렇게 만든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는 적어도 그 preamble의 명령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식으로 작동하더라도 불평할 수 없다. 그런데 정말 원하지 않는 feature가 있어서 바꾸고 싶으면 어찌 하는가? 물론 만든 사람에게 물어보던가 잘 아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된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단 한번만 쓸 것이라면 그 내용을 몰라도 되지만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이라면 공부해서 알아내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매우 효율적인 일이 된다. 내가 TeX의 여러 명령어를 배워 쓰는 일이 많지 않으므로 새로운 것을 배워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도 명령어 작동법을 기회날 때마다 생각해 두면 잘 모르는 새로운 상황에서도 비교적 쉽게 타개해 나갈 수 있다. 다음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조금 귀찮아도 꼭 해 두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얻은 preamble이 있으면, 그리고 이것에서 몇 가지를 고치고 싶은데 어떤 생각으로 만든 것인지 잘 모른다면, 또는 고치고 싶은 feature가 어느 명령에서 생기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우선은 document 부분은 간단히, 내가 원하는 feature가 나타나는 부분만을 남기고 다른 부분을 지운다. (물론 새 파일로 복사해서 시작한다.) 그런 다음 이 파일에서 preamble을 전부 comment out 한다. (%를 붙인다.) 그리고 나서 하나씩 %를 지우며 살려나간다. 찾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물론 반만 comment out하고 시행해서 어느쪽 반에 그 feature에 대한 명령이 있는지를 찾는다. 그리고 그쪽 반에서 또 반만 comment out 하고 컴파일 하는 식으로 좁혀나간다.

특히 옵션이 있는 경우 옵션을 하나씩 살려가면서 어느 옵션이 그 feature를 activate하는지를 찾는다. 이 때 한 style이나 class에 옵션이 많다면 옵션 하나가 한 줄을 차지하도록 줄을 바꾸어 나타낸 후 각 줄에 %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것이 능률적이다. %를 자리를 맞추어 직접 치는 것보다는 그 문단 앞에 붙이고 떼는 명령(맥이라면 cmd+shift+{, cmd+shift+} 명령 등)을 사용하는 것이 쉽다. (마우스를 쓰지 않고 커서와 명령으로 된다.)

이런 식으로 분석해 보고 그 명령이나 옵션이 무슨 뜻인지를 매뉴얼에서 찾아보면 차츰 style파일을 만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감이 조금은 생긴다. 젊은 사람이고 조금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이렇게만 해도 텍의 언어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고 명령어를 자주 공부해 쓰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그냥 감을 키우는 수준이지만...

조금 언어에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면 도사급으로 발돋움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설마 이렇게 되면 남을 도와줘야 해서 안한다는 사람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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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교수법에 대한 어떤 연구 결과에 대한 트윗을 보았다. 이 연구에 대한 사람들의 일차적인 평가는 교수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보다는 어떠한 교수법을 쓰는가가 훨씬 (2배 정도) 효과가 크다는 결과이다. 이 결과를 볼 필요도 없이 이 말이 맞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받아들일 때 주의할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이 연구가 얼마나 잘 기획된 연구인지는 읽어보지 않아서 잘 알지 못한다. 원래 실험이라는 것이 그 구성에 따라서 여러 가지 요소가 뒤얽혀들기 쉬운 것이지만 또 능력있는 연구자의 실험은 믿을만도 하다. 이 실험에 대해서 한 두 가지 곁가지 사항을 짚어두기로 하자. 

우선 이 연구에서 이야기하는 "학생들에게 정평있는 노련한 교수"가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하다. 단순히 학생들에게 정평있는 식이라라면 정말 학생의 공부를 "잘 가르치는" 교수는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전통적 방식으로 가르친다"는 것 또한 단순한 강의와 질문시간, 그리고 시험으로 이어지는 일반적 강의를 말한다면 이 또한 너무 당연한 결과를 유도하는 실험이 되기 쉽다. 아마도 두 비교되는 강의 방식에 노출(expose)되는 학생들의 시간을 같이 잡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 강의를 준비하는데 들어가는 시간도 같이 잡았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 두 비교가 "교수법의 비교로서" fair하다고 할 수 있을지 조금 궁금하다. 아마도 대학원생들이 하는 강의 쪽이 훨씬 많은 준비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미 교육학에서는 공부를 할 때 과업(task)를 주고 이를 통해 습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등등의 것이 잘 알려져 있고 이를 재확인하는 실험이었다면 별로 놀라운 결과는 아닌 것이다.

일전에 대전 K대학의 일련의 사건에서 사람들의 잘못된 평가가 그 학교 교수들이 수업을 못 따라오는 학생들에게 F를 줄 수 없다는 사실로 이어지는 것처럼 모든 "사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면 이번 경우는 학원 선생님들의 강의를 대학으로 들여오자는 이야기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이와 유사한 내가 의도하지 않고 했던 실험이 있다. 이미 20년이 넘도록 강의하는 과정에서 어떤 학기는 강의 과목이 열리지 않기도 해서 같은 미적분 강의를 두 개씩 하기도 했다. 똑같은 강의를 두 개 하니까, 예를 들어 강의시간이 월수에 있는 강의와 화목에 있는 강의를 맡게 되면 월수 강의는 항상 먼저 하게 되어 처음 들어가면 강의 내용이 조금 혼란스러울 때도 있고 학생들이 잘 못알아듣게 이야기 해서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화목 강의에 들어가면 어제 했던 강의의 내용을 떠올리며 학생들이 어디서 힘들어하는지도 다 알고 어떻게 설명하니까 잘 알아들었는지도 잘 알아서, 강의 내용도 매끄럽고 중요한 부분은 강조하고 두 번씩 설명해 주고 등등 교수도 학생도 만족스러운 강의가 되었다. 이런 것이 명강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그런데 학기말의 성적은 뜻밖의 결과였다. 버벅대고 잘 못가르쳐줘다고 생각되는 월수 반 학생들의 성적이 훨씬 좋고 정말 ideal한 강의를 했다고 생각했던 화목 반 학생들의 성적은 상당히 나빴다. 이렇게 같은 강의를 동시에 한 경험을 서너번 하고, 매 번 빠짐없이 똑 같은 결과를 얻고 나니 강의를 매끄럽게 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를 해 주는 것이 잘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에 대해 원인을 생각해 보면 결론은 하나 밖에 없다. 화목 반 학생들은 결과적으로 공부를 안 했다는 것이다. 수업 내용을 잘 가르쳐 주면 듣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강의 시간에 들으면 전부 다 아는 것 같은데 나중에 혼자서 보면 모르겠어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화목 반 학생들은 강의를 듣고 그것만으로 잘 알게 되었다고 오인하는 것이다. 그에 반해서 월수 반 학생들은 시간중에 들어서 잘 정리되지 않으니까 스스로 그것을 정리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화목 반 학생들보다 더 많이 했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게 하려면 교수가 가르쳐주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영국 대학들의 공부법이 맞는 것일까? 강의를 개설해도 실제 수업은 하지 않고 학생들이 공부하다 모르는 것만 와서 물어보는 수업만으로도 세계에서 최상급의 대학인 Oxford를 보면 교수법이 무엇인지 잘 모르게 된다.

그러니까 교육에서 핵심은 학생들이 어떻게 공부하도록 하고 어떻게 생각하도록 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은 수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능동적인 것이어서 공부하도록 그리고 생각하도록 시키고 싶은 것이다. 여기서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이 이에 힘이 부칠 때, 어떤 점에서 막힐 때 이를 뚫어주고 길을 잃었을 때 가이드가 되어 주는 것을 넘지 않는다. 그러면 잘하는 교수를 찾는 이유는 어디 있는가?

이와 관련해서 보면 앞의 실험에서 두어가지 조심할 점이 있다. 

이 실험에서 강의한 대학원생이 얼마나 내용을 잘 알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물론 강의하는 내용을 잘 아는 학생들을 뽑았을 것이다. 내용을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교수법이 아무리 좋아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부분이 된다. 그러니까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학생들이 일차적으로 내용을 익히고 기본적인 이해를 얻는데 까지는 실험과 같은 기획된 수업을 통해서 충분히 잘 익힐 수 있지만, 이를 지나서 생기는 학생 개개인의 의문과 이해 못하는 점을 해결하려면, 그리고 이 내용을 넘어서 나아가는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이의 잘 잘못을 지적해주고 가이드해주고, 또 학생들은 생각하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여기 저기서 보여주는 것은 정말 잘 이해하고 그 위를 훤히 꿰고 있는 고수 교수가 아니면 할 수 없다. 이 수준이 되면 교수법은 별로 중요한 것이 안 된다.

예를 들어 내가 대학원 시절에 강의를 들은 기제커 교수님의 강의는 교수법과는 담을 쌓은 강의였다. 그는 칠판 판서를 해도 어디가 정리고 어디가 증명인지도 표시하지 않아서 강의를 들으면서 정말 이해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교수님의 대학원 대수기하 강의는 (이러한 강의 방식으로도) 그 내용에 대한 핵심을 짚어 강의하고 있어서 그 강의를 통해서 대수기하학의 요체를 얻을 수 있는 강의이다. 이 내용을 배워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제커 교수님의 교수법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교수법이 문제가 되는 것은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자세가 그저 그럴 때에 훨씬 중요한 것 같다.

그러니까 맨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강의에 노련하기 보다는 강의할 내용에 노련한 교수가 잘 기획된 과업(task)를 수반하는 interactive한 강의를 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강의를 기획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아마 수학과에서 학부 저학년 강의 정도는 몇 개 이런 것을 개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짜 공부할 부분에 들어오면 수학과 전공 수업 같은 내용은 수학자들도 사람마다 이해 방식이 다른데 이것을 대학원생이 강의할 수 있는 수준의 interactive task로 구성한다는 것은 말이 쉽지 실제로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다. 

아마도 위의 실험의 수업은, 그 내용을 골똘히 생각하고 친구들과 머리싸매고 토론하고 교수들의 해석을 듣고 해야만 이해가 되는 식의 수학 강의와는 좀 다른, 이해할 내용의 양은 좀 적고 알아야할 사실(fact) 또는 익혀야 할 방법이 훨씬 더 많은 강의에 더 잘 적용되는 이야기일 것 같다. 그리고 수학과 전공과목에서 이런 방식의 강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마도 이를 강의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한학기나 1년에 한 강좌 정도만을 하라고 하면 이런 강의를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한편 이런 강의의 약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수업방식의 하나인 소위 PBL이라고 하는 문제중심 학습 방법의 경우 가르쳐야할 내용을 주어진 시간에 다 가르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대학 강의 가운데 몇 개 정도 이런 수업이 있어서 고전적인 방식의 강의를 들으며 학생들이 스스로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를 가르쳐 주는 정도로 충분할 것이다. 

기존의 틀에 박힌 강의가 교수의 강의와 시험만인 것이 아니다. 강의는 기본적으로 예습과 복습을 하도록 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연습시간, 교수와의 면담시간, 퀴즈 시험과 같은 것들은 결국 위에 실험에 사용된 좋은 강의의 모델과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실험의 강의는 이것을 학생들에게 강제로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은 결국 씹어 먹여주는 또 한 가지 방법에 불과하다고 보이고, 잘못하면 이것은 결국 학생들을 잘 안 가르치겠다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논의가 나오는 것은 학생들은 단순히 학점과 졸업장에 연연하고 있다는 가정에서이다. 교수법이 아니라 대학의 강의의 내용이 좋아져서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여 알아야 하겠다는 것이 늘어나면 교수법은 상관 없는 강의가 늘어날 것이다. 분명히 이런 쪽이 내용은 틀에 박힌 것이지만 교수법이 좋은 것보다는 좋은 상황이라고 보인다. 강의 내용이 좋아지는 것도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런 쪽의 논의가 많이 살아나는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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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자살과 공부

교육 2011. 4. 10. 15:50
며칠 전에 대전의 한 대학에서 어떤 학생이 자살하였다고 한다. 이유는 천천히 밝혀지겠지만 아마도 공부 스트레스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4번째이고 보니 하나 하나의 경우는 다 사정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공부 스트레스가 한몫 하였으리라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면 이 학생들의 자살은 타당한 것인가? 상황이 자살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는가? 그럴 리가 없다. 나 같은 수도권 유수 사립대의 교수에게도 저 자살한 학생의 학교에서 평점이 3.0 미만인 학생은 물론 낙제학생이라도 좋으니 우리 학교에 와서 공부만 하겠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평균이 3.0이 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될 일이 없다. 혹시 등록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부분이 부담이었을까? 물론 돈은 항상 부담되지만, 내가 유학하던 지난 세기 80년대에 유학생이 중간에 돈이 떨어지면 (물론 대부분 학생들이 집에서 부친다는 생각은 못하는 시절이었으니까) 휴학하고 알바 수준으로 취직해서 돈벌며 공부하였다.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적어도 자살할 이유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트위터에서 보는 전문가의 의견은 이런 경우들, 특히 한 사람이 자살하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 자살하게 되는 도미노 현상은  병리적 현상이고 특히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한다. 학교의 제도 하나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제도의 문제라면 50년 전에 살기 힘들 때 사람들의 절반은 자살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것 또한 아니다. 잘못된 곳에서 해답을 찾지 말자는 것일 뿐.

자살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우울한 상황에서 작은 자극이 자살을 유발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을 미리 막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고 큰 제도를 바꾸라는 식이나 돈과 결부시키지 말라는 식의 언론의 결론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요즘 유행하는 하바드 대학의 유명하다는 윤리학 강좌를 한번 경청해야 할 것도 같다.

이제 공부로 가 보자. 이런 좋은 대학의 좋은 학생들을 잘 교육하려면 개개인에게는 공부할 내용을 잘 가르쳐주는 외에 두 가지 서로 반대되는 자극을 주게 된다. 하나는 잘 하고 있다는 격려와 또 하나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이 둘 중에 어느 하나도 없으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살하는 학생의 경우는 이 중에 두번째 것이 너무 크던가 앞의 것이 부족했던 것이다. (반대로 앞의 자극만 많은 경우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자기만 잘 안다고 생각하고 너무 나서는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이런 채찍은 어느 정도 사용해야 하는가 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학생만 감당한다면 얼마든지 많이 사용할 수록 좋다. 특히 한 두번은 좌절할 정도의 채찍이 길게는 너무 중요하다는 예를 많이 본다. 나의 동료 교수들 가운데 정말 감탄스럽게 잘 하는 사람들은 공부 도중에 반쯤은 망한 듯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보건대 그 사람들의 강점은 그들 스스로도 망했다고 이야기했던 바로 그 경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 망한 순간에 좌절해서 자살하면 진짜 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런 수재들의 교육은 학생들을 매우매우 힘들게 하되 어떻게든 넘어가게 하는데 핵심이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어떻게든 넘어가는 것은 보통 학생들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가는 그런 문제로 되어 있다. (학생들이 나약하다고 말한다면 이런 방법을 스스로 찾을 줄 모른다는 말이거나, 또는 교수나 선배 동료들이 이런 방법을 찾는 clue를 주는데 못 알아듣는다는 말이다. 진짜 나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마다 그 받아들이는 수준과 속도가 다르고 또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이것을 잘 하는데 어떤 학생을 저것을 잘한다던가... 어떤 학생은 어떤 이론을 이해해 내는데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지만 이해의 깊이는 깊다던가... 게다가 도제식이어서 교수인 내가 책임지고 한 학생을 전적으로 가르쳐도 힘든 판인데, 강의나 하고 시험이나 보이며 일주일에 서너번 멀리서 얼굴이나 보는 학부 교육에서는 학생을 제대로 이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안에서 교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것은 오히려 동료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고 친한 친구나 선후배와 이야기할 수 있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 같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경우에 보아도 이 학생은 수학과 전공 과정에서도 제일 어렵다는 과목을 1학년 때 듣고도 학점이 B+인가를 받았다고 하니 수학에서도 재능이 뛰어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수학에서 공부가 힘들어서였다고 말했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영화 `여고괴담'에서 보였던 항상 전교 2등만 하던 학생과 같은 마음상태에서 못 벗어난 것은 아닌가.

그러니까 혹시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는 과목이 있다고 하면 그건 너무 당연하다. 예를 들어 나도 그런 사람이지만 성적도 꼬박꼬박 잘 받고 하는 사람도 공부 못하는 과목도 있다. 나는 학부 때 공부할 때 한 과목 - 현재는 내 전공과목이 된 - 은 이해도 제대로 안 되고 기억도 잘 안 되어서 결국 성적이 D+였나 하는 기억이 있다. 모든 것을 다 잘하지 못한다고 잘못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학부 때 어떤 과목의 성적이 나쁘다는 것이 그것을 진짜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결국 가장 성적이 나빴던 과목을 제일 좋아하고 전공하게 되었으니까. (그렇다고 이 과목 성적이 나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서 성공한 것이 전혀 아니다. 때가 되어서 공부하니 재미있고 이해가 쏙쏙 되더라는... 다른 학생들은 이 과목이 쉽고 내가 쉬운 과목을 어려워 했으니까 공부하는데 뭐가 어때야 된다는 법칙은 없는 것.)

학생들이 이런 것을 모두 다 알 수만 있다면 자살 같은 것은 안 할 것이다. 선택되어서 과학고, 영재고에 들어가고 또 선택되어서 특수할 정도의 좋은 대학에 들어갈 때 마음가짐은 `여기서도 잘 해야지'라는 바람직한 채찍과 함께, `여기서 1등 못하고 중간쯤 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겠지. `심지어 꼴찌를 해도 전국 거의 1등인데 뭘...' 이런 생각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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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박교수님의 이야기도 있었고, 안그래도 요즈음의 이과, 특히 수학과의 상황은 논문을 쓰라는 위로 부터의 압박으로 교수, 학생 모두 논문 밖에는 생각을 못하다 보니 교육이 어찌어찌 뒷전이다. 한 번 제대로 조사해 봐야 하겠지만, 요즈음에 쓰여진(written) 수학과 학부/대학원 교과서는 미적분과 선형대수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는 거의 만들어지는 것이 없는 것같다. 이것은 50년 전에 우리 선생님들이 젊던 시절에 나온 고급 교과서들과 비교해 보면 수학자의 수는 20배 이상 늘었는데도 교과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아마도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분명히 학부 교육은 물론 대학원 기초과목도 퇴보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젼차로 어린 수학자를 어였비 녀겨 교과서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우선 교과서를 쓰는 좋은 포맷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방면의 전문가인 조모 교수님께 TeX으로 쓰는 강의록 class의 개발을 부탁했다. 이것이 만들어지면 내적, 외적으로 수준 급의 강의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틀이 잡힌다고도 하겠다.

그런데 이 class 개발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amsbook 스타일 정도를 쓰는 우리지만 이보다 조금 나아 보이는 클래스를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TeX의 달인 조교수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 듯, 이 말씀을 드린지 시일이 조금 되었는데 아직 아이디어에 대한 말씀도 없으시니... 이번 학기 말까지만 만들어져도 충분한 일이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조급함도 같이 늘어서 부탁하고 며칠 안되어서 다시 말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결국 해 주기만 한다면 뭐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 일이어서 포기하시지만 말라는 뜻으로 여기 적어 둔다.

도은아빠도 이 일에 비슷한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니 두 분이 함께 논의하면 대단한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우리글로 책을 쓸 때 일본 책에 비하여 깔끔함이 떨어지는 것이 우리글의 띄어쓰기에 기인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은 한자보다는 간단하고 일본어보다는 복잡한 형태의 중간적인 입장이므로 좋은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혹시 띄어쓰기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지도 생각해본다. 우리 할머니가 한글을 쓰실 때는 띄어쓰기는 없었다. 그래도 읽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고 지금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괜찮지 않을까? (우리할머니한글쓰실때띄어쓰기없었다. 그래읽는큰문제없었지금조금만익숙해지면괜찮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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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는 고등과학원의 황 교수님이 여는 대수기하학 겨울학교가 있어서 따라왔다. 장소는 변산의 대명콘도인데 지난 여름에 단양의 대명콘도보다 방이 훨씬 좋다. 괜찮은 호텔 수준을 갖추고 있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좋은 장소에 있다. (내가 있는 방에서는 바다가 안 보이고 논 밭과 야산이 보인다.)

황 교수님은 공부를 강조하기 때문에 별로 다른 것 없이 열심히들 공부하고 있지만 식사는 푸짐하게 대접해 주셔서 잘 먹고 감사하고 있다. 어제는 저녁때 눈이 와서 아침에 일어나니 사방이 하얗다. 그래서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바다쪽은 류 교수님한테서 얻어야지.

공부하는 내용은 어려운 대수기하... 그래서 중간까지도 못 따라 듣고 포기상태. 혹시 real singularity 모양에 대해서 한 마디라도 들을 수 있을까 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고, 류 교수님이 나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보여 주신 것으로 만족.

이제 문제를 풀어달라고만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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