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M이 끝났다.

지난 1년 정도를 이에 대한 준비를 하며 지낸 듯하다.

정작 ICM의 본 행사에는 별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미 연구의 일선에서 멀어진 듯도 하고 History Symposium에 신경도 쓰이고, 앞에서 진을 다 빼 놓으면 마지막쪽에 있는 심포지움에서 제대로 못할지도 모른다. 특히 발표할 자료를 미리 만들어 두지 못해서 이 자료를 검토하고 작성하는 일을 병행하다 보니 발표를 들은 것은 Simons 교수님의 일반 강연, 개막식, Milnor 교수님의 Abel Lecture와 Mark Green 교수님의 Griffiths 교수님 연구 결과 소개 정도만을 들어가 들은 듯하다. 아 Hairer 교수님의 강의도 들어 보았다. 나머지는 시간을 내서 동영상으로 들어볼 예정임...


우리나라가 ICM을 진행하면서 아직 선진국과 같이 계획적으로 대회를 운영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인도의 ICM에 비하면 100배 낫고 중국의 ICM 보다도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미진한 점, 계획적이지 못한 점이 많이 눈에 띈다. 이것은 차차 경험이 쌓이면 나아지겠지. 단지 대회에 대한 예산이 마지막 순간에 가서 많이 깎인 점은 아무리 나라가 어려운 때이지만 국회가 더 계획적이 되어야 한다고 밖에는 말할 수가 없다. 원래 적은 예산으로 해야 할 회의라고 본다면 미리부터 이를 알려주어야 한다. 몇 년에 걸쳐서 계획하고 공고한 것을 예산만 깎으면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다고 지금의 국회 의원들은 생각하는 것인지?


History Symposium은 마지막 이틀에 걸쳐서 열렸고 이 행사는 한국수학사학회가 IMU에 신청하고 IMU가 ICM LOC와 협의하여 진행이 결정된 형식의 심포지움이었다. 이 진행은 LOC가 주관하여 하는 것이므로 ICM의 본 행사이지만 우리나라가 계획한 행사 처럼 되었다. 이 계획을 실제로 시작한 것은 프랑스의 Chemla 교수님이었고 이 심포지움은 이 Chemla 교수님과 함께 계획하고 진행하였다. History Section (19)에 초청된 3분의 연사 말고 12분의 연사를 더 초빙하였는데 2분은 마지막 순간에 올 수 없는 사정이 생겨서 10분만 참석하였다. 영국, 미국, 캐나다, 중국, 일본에서 각각 한 분, 한국 둘, 프랑스 셋이다.


프랑스 파리 대학의 Chemla(쉐믈라) 교수님 (오른쪽)


더 많은 참석자를 모으려고 했지만, ICM이 배정해 줄 수 있는 시간에 한계가 있어서 이 정도로 만족해야 했다.


8월 19일에 초청강연 3분의 발표 이후, 2분 심포지움 강연을 듣고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8월 20일에는 나머지 10분의 강연이 있었고 매우 수준 높은 강연을 들었다.


저녁 식사에 초대된 연사들


참석자 중에는 Siegmund-Schultze 교수님(위의 사진 왼쪽)에 동반하여 참석하신 June Barrow-Green 교수님(왼쪽에서 두 번째)도 계셨다. (옆의 Jeremy Gray 교수님과 환담 중) 내가 샀던 (아직 제대로 못 보았음) 삼체문제의 역사에 대한 책의 저자이다. 


두 번째 날에는 배정된 강의실이 30명 남짓 들어가는 작은 방이었다. 외국인 교수님들도 항상 수학사에는 좋은 방을 배정해 주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런데 우리 학회 이장주 교수님과 그 방을 맡았던 두 도우미 학생의 활약으로 조금 지나서 방을 바꾸어 받을 수 있었다. 옆에 빈 방이 생겼는데 우리 방은 너무 들어오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학생들이 본부에 건의한 듯. (이 사건의 배후에 이장주 교수님이 계셨다는 이야기가...) 덕분에 넉넉한 강의실 (넓이 두 배)에서 강연을 들었고 이 강연장도 꽉 찼었다.


이런 성황에 모든 강연자들이 만족했고 이 가운데 3분은 다음날에 우리와 함께 간송 소장품 전시회와 경복궁을 구경했다. 경복궁은 나도 2002년에 들어가 보고 나서 처음인데 놀라울 정도로 잘 단장해 놓았다. 예전의 썰렁했던 경회루 주변이 정말 잘 정리되어 있었고 장독대도 새로 만들어 놓았다. (너무 많은 중국 관광객 덕분에 마치 중국에 온 듯했는데, 이 분들은 중국말도 잘 하는 분들이어서 들리는 중국어 소리도 알아듣고 별로 이질감을 느끼지 않은 듯...)


어쨌든 예상 외로 성황리에 끝났고, 우리가 원했던 우리 나라 소개도 별 과오 없이 잘 한 듯하다. (우리 나라 역사/문화 소개, 우리 수학사 소개, 우리 학회 소개 등등...) 이 과정에서 학회 부회장님들, 여러 이사님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주셨고 이 분들은 중국에서 보다 더 감동한 듯이 보였는데... (음식이 중국보다 더 좋았을리는 만무고 사람들의 마음이 더 중요했을 듯...)


우리 나라의 현대미술관(MoMA)에서 수학 전시회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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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민주 2014.09.11 11:0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교수님 더운데에서 강의하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다른곳에서 자원봉사하다가 교수님 강의들으러 잠깐 들렀었는데 참석자도 많고?.열악한 환경이지만 강연자나 참석자 모두 열의가 느껴졌어요. 만나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 김영욱 2014.09.11 22:47  댓글주소  수정/삭제

      열심히 참석해 주어서 고마워요. 자원 봉사자들 모두 정말 열심히 일해주었어요. 외국인들이 감동하고 갔을 듯...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 대전의 국가수리과학연구소(NIMS)의 CAMP 시설에서 "동서양 수학사 여름학교"가 있었다. NIMS의 후원을 받아 한국수학사학회가 주축이 되고 수원대 고영미 교수님께서 주관하여 조직하고 행사를 진행하였다. 나도 조직위원의 한사람이긴 했지만 행사 전날까지 외국에 있었던 관계로 행사에 즈음하여는 하나도 기여한 바가 없고 행사 중에도 시차 문제로 제대로 일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 행사는 한국수학사학회의 여름 행사로 항상 있어왔던 태백 컨퍼런스 대신 열렸다고 할까 이를 희생하고 열렸다고 할까... 태백 컨퍼런스가 중요한 행사인데 올해는 국제수학자대회(ICM)가 서울에서 열리는 관계로 이와 관련된 행사를 하자는 아이디어에 따른 행사였다.


실제로 이 행사 동안에 숙식은 CAMP에서 전적으로 지원해주는 바람에 정말 쾌적한 공부 환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깨끗한 숙박시설에서 쉬고 행사장과 그 인근에서 제공되는 식사는 충분하기를 넘었다. 비록 CAMP에 준비되어 있는 수학 도서가 역사와는 많이 떨어져 있어서 제대로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이 밖의 토론장과 강의실의 시설은 부족함이 하나도 없다. 마지막 시간에 감사의 인사 중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이 행사 동안 "이런 것이 잘 안된다"는 식의 말을 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이 시설을 준비 운영하는 분들이 얼마나 노력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행사를 한 두번만 해 봐도 이런 말을 안할 수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김동수 소장님이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고군분투 하고 계시는데 이를 직접 도와드리기는 힘들지만 그 분들의 노력이 수학계의 발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입이 열 개라도 다 말하기 힘들다는 점은 짚고 나가지 않을 수 없다.


거기서의 강의 내용은 대부분 현장에서 마련해 준 강의록을 보면 알 수 있다. 동양수학사에 6시간 강의와 2시간 워크숍, 서양수학사에 8시간 강의와 3시간 워크숍으로 이루어져 있어 사실 3박 4일 일정이면서도 실질적으로 1시에 시작하여 12시에 끝사는 3일 간의 일정으로는 벅찬 감이 있다. 특히 나의 제안으로 강의가 한 시간 늘어난 것을 생각하면 많은 분들의 여름학교 생활을 너무 힘들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홍성사 교수님께서 정리하여 주신 동양 방정식론의 역사는 중국, 한국, 일본을 한 시간씩 나누어 정리하여 주셨으며 매우 균형잡힌 정리였다고 생각된다. 한편 동양 산학의 방정식 풀이법에서 산대를 이용한 풀이법을 직접 경험해본 윤혜순 박사님의 강의와 워크숍은 매우 신선했다. 말로만 들어 본 계산법을 직접 해 보면서 숫자로 써 볼 때랑 얼마나 다른 경험인지를 처음 느꼈다. 여러 해에 걸친 연구와 조사도 이러한 경험과 같은 것을 느끼게 해 주지 못했다. 역시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옛 말을 바꾸어 해 주셨던 옛날 선생님의 말씀 "백견불여일행(不如一見行)"이라는 말이 꼭 맞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장주 교수님의 재미있는 이야기와 역사적 추론은 또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서양 방정식론의 역사는 전체적으로 고영미 교수님의 작품이다. 전체 계획부터 자세한 내용까지 고영미 교수님의 각고의 노력의 결실이다. 이와 함께 장혜원, 한경혜 교수님의 강의도 새로운 역사적 안목을 뜨게 해 주는 강의였다. 준비가 미비한채로 강의에 임하게 된 나의 갈루아 이론은 역시 전체적인 이론의 조망도 다 감당하기 어려웠다. 안그래도 어려운 이론을 짧은 시간에 감당할 수 없어서 매우 간략한 조망으로 끝내고 마지막 시간은 이 여름학교 동안에 다른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으며 생각하게 된 점들을 요약하여 이야기하는 것으로 마지막 시간을 마쳤다.


워크숍 시간에 참가자들이 보여준 열의는 모든 진행자들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고, 시작부터 끝까지 한 시간도 빠지지 않고 강의실에서 경청했던 참가자들의 열의 또한 사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시차로 잠을 잘 못자서 시간중에 졸음과 싸우느라 고생했지만 올라오는 길에는 보통 학회 때와는 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장의 사진 가운데 몇 장을 올려 놓아 본다.


시작 전에 강의 내용을 점검해 본다.


아리랑으로 시작된 환영사


홍성사 교수님의 강의


이재화 박사님의 강의


고영미 교수님의 강의


이상욱 교수님의 강의


강의중인 장혜원 교수님


내가 한 강의(워크숍)


한경혜 교수님 강의


이장주 교수님 강의


윤혜순 박사님과 임정미 선생님의 워크숍



저녁식사와 다음날 점심 식사



끝 시간 워크숍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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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광역시 유성구 전민동 | 국가 수리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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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대학교에서 수학사 워크샾이 있어서 참석차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은 놀러 한 두번 갔었지만 공부하러는 처음 간 길인데, 하던 가락이 있어서 이번에도 주로 놀다 왔다.


교토가 일본에서는 꼭 가봐야 한다는 곳이어서 궁금하기도 했지만 발표도 하나 해야 해서 조금 신경쓰이는 여행이었다. 여러 분들이 동행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여행을 마쳤다. 교토를 간 길은 오사카 부근의 간사이 공항에 내려서 리무진 버스를 타고 교토로 왔다. 어떤 호텔 앞에서 내려서 그곳에서 늦은 점심식사를 하고 택시로 우리 호텔로 왔다.


이곳은 매우 저렴한 작은 호텔로 방은 좁지만 깨끗은 하다. 아침 식사가 1050엔에 부페식인데 음식이 괜찮았다. 야채가 많고 육류, 밥, 등과 함께 차와 커피까지 모두 만족스러웠다. 화려한 호텔의 서양식 식사가 아니라 조촐한 일본식 퓨전 식사 정도 된다고 할까. 사진은 찍은 것이 없는 듯. 다른 선생님 사진을 얻어야 하겠다.


호텔은 교토시 3조(条) 구역의 가와라마치(河原町)에 있었다.

첫날은 오후에 나와 교토시 반대쪽의 天龍寺 뒤에 있는 竹林을 보러 갔다. 버스를 타고 갔는데 도착하니 해가 지려고 하고 있었다. 근처에서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먹고 올라가서 죽림을 얼른 보고 내려왔다. 죽림 속에는 노노미야(野宮)신사도 있었는데 이 신사는 켄지(原氏)이야기에 나오는 장소라고 써 있었다. 


노노미야 신사의 팻말


내려와서는 버스를 내린 곳의 좀 넓은 개천(이름은 桂川)을 건너 중지도를 지나 개천 건너편의 전철 종점에서 전철을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4조(기온祇園)에서 스키야키를 먹고 왔다.


둘째 날은 교토를 보기로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웠다. 여러 곳을 보기로 했지만 결국은 두 군데를 보았는데 오전에는 키요미즈데라(淸水寺)를 보고 오후에는 킨카구지(金閣寺)를 보았다. 청수사는 한참 걸어서 올라갔고 절 앞에는 많은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아마 본당이겠지? 옆에서 본 받침 구조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지붕은 삼나무를 잘게 찢어서 초가처럼 얹었다고 홍교수님께서 가르쳐 주셨다.



돌아 내려오다 빙수를 한 그릇씩하고 홍교수님은 학회 시작을 보러 가셨고 나머지는 아래로 내려와서 버스를 타고 금각사로 향했다. 금각사 앞에 맛있는 소바 집이 있다고 해서 거기 가서 소바를 먹었는데 어두워 흔들려서 사진이 엉망. 국물은 소바마다 맛이 달랐는데 모두 맛있었고 우리는 잘못해서 대부분 온면을 먹었다. (온면도 맛있는 집.)



금각사 구경을 끝내고 우리는 집에 돌아왔는데 내일 발표를 준비하는 목표. 다른 이들은 조금 더 돌아보기로 했다. 우리는 저녁때 다시 만나서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가려했던 곳이 만원. 그래서 옆에 있는 경양식집에서 간단한 요기 거리 몇 개와 맥주 세 조끼로 저녁을 대신하고 잤다. 


다음 날은 발표날이어서 하루 종일을 교토대에서 보냈다. 유명한 연구소인 RIMS에서 하는 워크숍이지만 그날은 RIMS 입학생들이 입시를 본다고 해서 그 옆의 더욱 훌륭한 Maskawa 빌딩을 사용했다. 오전에 조금 앉아서 준비를 하고,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고 오후에는 한국 산학에 대한 발표를 듣고 또 발표를 했다. 저녁에는 만찬이 준비되어 있어서 만찬장까지 걸어가서 괜찮은 부페 만찬을 했다. 사람들은 모두 즐거운듯.


유명한 RIMS 입구이다.


즐거운 만찬장 분위기.


다음 날은 나라(奈良)다. 나라까지는 기차를 타고 갔고 거기서도 결국 두 군데를 보았는데 첫번째는 토다이지(東大寺)이고, 두번째는 호류지(法隆寺)이다. 토다이지는 매우 더운 시간에 들어갔고 정말 큰 건물과 부처상을 모신 것이었다. 조금 일본식이라고 생각되었다. 구경을 마치고 나오니 점심시간이 가까워와서 역 근처에서 부페식 점심을 먹었다. 더위에 지쳐서 점심을 먹고 근처의 커피샵에서 앉아서 몸을 식히고 나서 법륭사를 향해 떠났다. 기차를 타면 편한 것을 버스를 타서 시간이 꽤 걸려서야 도착했는데 여기는 일본 분위기는 없지 않지만 꽤 편안한 느낌인 것이 한국에 온 것 같기도 하였다. 기분 좋게 본관과 동원을 보고 나니 막차시간이다. 서원의 건물 한두개는 포기하고 버스, 기차타고 교토로 돌아왔다. 



법륭사의 마당이다.


법륭사는 담징(맞나?)이 그렸다는 금당 벽화가 유명한 곳이고 바로 옆에 금당이 있다. 많이 지워져가는 벽화를 철창 밖에서만 볼 수 있었고 뒷뜰로 가니 쇼오토쿠(聖德) 태자의 업적을 기려 만든 박물관이 백제 이름을 달고 있었다. 

JR 교토역에 도착해서 소바 등으로 저녁을 마치고 호텔에 와서 잤다.


다음날은 귀국일. 오전에 홍교수님 등은 학회 closing을 보러 가셨고 나는 한 두가지 souvenir를 사고 짐을 싸니 시간이 다 됐다. 점심은 오무라이스였고 모두 모여 버스타고 떠나서 간사이 공항에서 항공편으로 집에 온 것은 밤 9시 경인듯.


이정도 여행도 이제는 힘이 들다. 엄청 많이 걸어서 나중에는 아침부터 다리가 아팠는데... 그래도 커다란 관광명소를 잘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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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서 점심을 마친 일행은 영도로 들어가 해양박물관을 구경했다. 해양대학 근처에 세워진 건물이면서 꽤 큰 규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별로 볼 것이 많지 않았다. 역시 수족관이 커야 하겠지만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수족관 수준으로 그리 크지 않은 것 하나 뿐이어서 아쉽다. 동식물을 보여주는 것은 별로 많지 않았고, 이보다 나은 것은 우리나라 옛 선박의 모형과 역사적 자료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몇 가지 새로운 것, 유물 등을 관람하고 3층의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고 몇 가지 논의를 한 다음 다시 부산역으로 향했다. 


부산역 맞은편의 차이나 타운에서 유명하다는 만두집을 찾아 들어갔다. 여기서 우리나라 중국 음식의 진수를 맛볼 줄은 몰랐다. 푸짐한 탕수육과 깐풍새우(?) 두 접시에 6명이 넉넉히 먹고 추가로 시킨 찐만두와 물만두 두 접시는 거의 남길 뻔 하였다. 다른 상에 앉은 젋은이 4명은 우리와 비슷하게 먹었다. (만두만 한 접시로 줄인 정도) 비가 많이 오는데 택시로 다시 영도로 들어와 고신대학교를 찾아 올라갔다. 산 정상 부근에 학교가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안개가 끼어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채로 학교 기숙사에 들어와 잤다. 


기숙사는 정말 깔끔했는데 아마 게스트룸이었던듯. 편안하게 10시 좀 넘어서 잠을 잤고, 아침에 7시 반 정도까지 잤으니 푹 잤다. 일어나서 샤워하고 안개낀 캠퍼스에서 사진을 조금 찍었다.



약속한대로 9시가 되어서 계영희 교수님의 안내로 발표장인 월드미션센터로 향했다. 안개가 낀 캠퍼스를 걸어가며 찍은 사진이 위의 사진이다. 오른쪽 안개 속에 잠긴 건물이 월드미션센터이고 홍성사 교수님과 계영희 교수님이 걸어가시는 모습이 보인다. (이 사진에서 사진사의 키가 앞에 보이는 두 사람보다 큰지 작은지 알아내 보십시요.)


여름컨퍼런스를 하게 된 발표장은 새로 지은 건물에 아주 깨끗한 교실이어서 웬만한 세미나실 보다도 더 좋다. 여기에 고신대학교 학생들이 전날 떡과 과일, 차와 과자 등을 정말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아침 식사를 제대로 했다고 할 정도로 대접이 좋았다. 참석하신 분들도 20명이 되고 고신대학교 학생들도 도우미 겸 와서 있었다. 발표장이 꽉 찬 느낌이었다. 오전에 홍성사 교수님께서 일본의 세키 타카카즈가 일으킨 일본 산학의 특징을 이야기해 주셨다. 계속해서 조재근 교수님의 통계학사와 김종명 교수님의 삼각법의 역사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점심은 고신대에서 많이 멀지 않은 고기집에서 푸짐한 갈비를 먹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발표장으로 돌아와서 오후 세션을 계속했다. 오후의 유일한 발표는 박창균 전회장님의 발표였고 수학의 방법론을 잘 정리하여 소개해 주셨다. 곧이어서 이상욱 부회장님의 수학사 연구의 방법과 그 의의에 대하여 여러 수학사가들의 관점을 설명해준 워크숍이 있었다. 청중에게 질문도 하시고 해서 1시간이 길지 않은듯 잘 듣고 이어지는 break에 홍교수님 내외분은 일찍 서울로 향하셨다. 너무 늦으면 힘드셔서 우리도 나가 배웅하고 나머지 워크숍을 계속했다.


둘 째 시간은 고영미 교수님께서 19세기 초반의 duality의 성립 과정에서 있었던 일종의 paradox 같은 문제를 수학자들이 어찌 해겼해 갔는가를 설명해 주었으며 이것은 사영기하학을 강의할 때 꼭 가르쳐 주고 싶은 내용이었다. 아직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3차곡선을 가지고 한 번 계산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짧은 40분 동안에 사영기하의 기초부터 다 강의하느라 정말 속도감 있게 이야기하셨는데 나중에 시간을 가지고 계산을 해 보아야겠다. 


마지막 시간은 내가 19세기의 기하학 발전과 클라인의 Erlangen 목록을 번역하는 작업에 관하여 이야기하기로 했었지만, 화요일 밤에 왕승호박사와 이야기하던 것이 머리에 남아 있고 정작 이야기 해야 할 내용은 별로 더 읽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새로이 생각하게 된 것을 이야기했다. 결국 처음으로 발표자료를 준비하지 않고 발표를 하게 되었다. 내가 한 이야기는 별로 정리되지 않은 이야기어서 조금 더 생각해서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된다. 


최대한 빨리 컨퍼런스를 마치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부산역에 도착하여 롯데리아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졸면서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작한 시간은 9시 15분. 예정보다 3분 늦었다. 지하철로 갈아타고 집에 들어오니 식구가 모두들 기다리고 있는 듯. 큰애만 나보다 늦게 퇴근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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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학회를 거퍼 했다. 아마 욕심이 과한 탓이리라.


우선 AMC2013은 아시아 수학자들의 모임이다. 별로 계획이 잘 되지 못한 듯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잘 치루어진 것 같다. 부산 벡스코에서 6월 30일(일요일) 저녁 무렵부터 시작하여 7월 4일(목요일) 점심 때 끝났다. 내가 맡은 것은 Session 1의 sub-organizer쯤에 해당되는 일이다. 세션 1은 3 가지 전공이 함께 묶인 세션이어서 각 전공마다 한 분씩 3명의 오거나이저를 가진 세션이다. 나는 수학사 파트를 맡았고 국내 2명 국외 2명의 invited speaker를 모셔왔다. 발표할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우려했는데 아시아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발표를 신청하여 배정된 시간 slot을 꽉 채웠으니 예상 밖의 일이다. 


수학사 파트는 화요일 저녁에 시작하였지만 나는 일요일 저녁부터 가 있었다. (덕분에 일요일에 김홍종 교수가 조화평균에 대하여 소개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한 이틀은 학회는 신경쓰지 말고 이 학회 이후에 계속해서 열리는 수학사학회의 여름컨퍼런스에서 발표할 내용을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회장에 오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하다 보니 책을 들여다볼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화요일 밤에는 나랑 같은 숙소에서 묵은 왕승호 박사와 밤 늦게까지 수학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국 나중에 내가 발표한 내용은 이 때 이야기한 내용으로 대체되게 되었다.


화요일 오후의 발표는 이상구 교수님의 발표로 시작되었고 네팔에서 오신 교수님의 발표 하나로 끝났다. 또 한 분의 발표자는 결국 오지 못하여 발표가 cancel 되었다. 저녁에는 만찬이 있었는데 수백명 (아마 6-700명 정도)의 참가자가 부페 식사를 하는 것은 거의 disaster라고 할 수 있겠다. 긴 줄을 참고 서고 나중에는 새치기 아닌 새치기도 하여 decent한 식사를 마쳤다. 후반에 연주를 해 준 국악 연주단은 동양 몇 나라의 노래를 연주해 주어서 조금 나았던 듯. 부페이다 보니까 식사를 하면서 주최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고 아무리 짧게 해도 여러 명의 이야기는 시간을 끌 수밖에 없어서 옥의 티라고 아니할 수 없다.


화요일 밤의 열정에 찬 공부 (나에게만 일방적인 공부) 덕분에 수요일 아침에 늦잠을 잤다. 8시 30분에 시작하는 세션에 거의 30분 늦게 도착해서 첫 발표는 못 듣고 둘 째 발표인 한경혜 교수님 발표도 반 밖에 못 들었다. 하지만 취안징 교수님의 발표는 제대로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와 관련된 사항들은 잘 집어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모두 극찬을 한 발표였다. 


수요일 오후에는 수학사학회의 임원진과 편집진이 회의를 했다. 회의를 마치고는 초청강연자 두분과 함께 광안리 식당에 가서 회를 중심으로 한 한식을 먹었다. 식사는 괜찮은 수준이었고 두 분은 꽤 좋아한 듯하다. 숙소에 돌아오니 왕승호 박사가 컴퓨터가 고장나서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미리 서울로 간다고 나오는 것을 현관에서 마주쳤다. 보내고 들어와서 일찍 잤다.


목요일은 늦지 않아서 아침 강의부터 다 들었다. 첫번째 발표는 원래 대학원생이어서 구두 발표가 맞나 포스터 발표가 맞나 고민한 친구인데 발표를 들어보니 의외로 멀쩡한 내용이었다. 포스터 발표를 시켰으면 후회했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다. 대수기하학의 발전 과정을 공부하면서 divisor의 관점에서 각 단계를 분석하고 있으니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3번 째의 모리모토 교수님의 강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특히 시작할 때에 지적한 우리 ICM2014의 한국 수학사 부분의 기사 내용에서 잘못 된 부분을 지적해 주어서 얼굴을 둘 데가 없었다. 준비 위원회가 바쁜 관계로, 또 한국수학사의 내용에 대하여 별로 잘 알고 있지 못한 관계로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원고를 인터넷에 올려놓은 것이리라. 그래도 학회에 한 번쯤은 문의를 하고 조언을 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구체적으로 작업을 한 사람은 잘 알고 있는 친구이어서 이야기를 전하는 선에서 줄이고, 그 내용을 모리모토 교수님이 지적하기 전에 상의를 해서 한국수학사학회 차원에서 검토 보완해서 다시 실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외국 분에게 지적까지 당하고 보니 조금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목요일 마지막 시간은 홍성사 교수님께서 13세기 중국의 주세걸이 쓴 산학계몽이 조선과 일본의 산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와 함께 이 두 나라 산학의 비교 발표를 해 주셨고, 그 차이가 생기게 되는 이유에 대하여 문제를 던져 주셨다. 마지만 시간인 김민형 교수의 plenary talk는 들어갈 수 없었고, 우리는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1시간 가까이 걸려서 부산역에 도착해서는 역 맞은편의 밀면집에서 밀면과 만두로 점심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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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등과학원 5층 강당에서 2013년도 TeX 학회 정기 학술대회가 열렸다. 

출범한지 6년인가? 그 동안의 발자취를 짚어본다는 취지의 행사 주제 아래서 많은 발표가 있었다. 나는 다른 일이 함께 있어서 한층 아래에서 있으면서 발표에 하나도 참석하지 못했다.

단지 시작할 때 잠시 들어가 보며 사진만 한 두장 찍었다.


발표 중에는 요즈음 발전을 거듭하는 듯한 iPad 용 TeX 컴파일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도 있었고 대한수학회 김현선 선생님은 학회에서 저널 편집과 e-journal 운영등의 경험에서 사용된 TeX 관련사항에 대하여 발표했다. 발표의 숫자도 많고 했지만 발표 녹화는 없었다. 올해는 TeX 공부 안하고 시작하는 한 해가 되었다. 여름의 공주 워크숍에는 참석해야지.


시작할 때 참석한 사람들 사진을 올려둔다. 파노라마로 찍을줄 몰라서 그냥 두 장이다.




하루 전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유리 공예 전시를 잠시 보았다. 수천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는 유리 공예품 가운데 매우 작은 것들 (돋보기를 쓰고야 보이는...)이 있어서 한 장 사진을 찍어봤다. 생각밖으로 잘 나온 듯하다. 자동 촛점인데 자그마한 돋보기 속으로도 제대로 맞추었다...




사진은 전부 OLYMPUS PEN Mini E-PM2로 찍었다. 세팅은 기본 세팅인 iAUTO이다. 

노출 시간은 자동으로 맞추어진 시간이 발표회장은 1/80초, 박물관은 1/20초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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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TeX, 텍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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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avicon of http://skykite9.dothome.co.kr 권현우 2013.02.17 11:3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 이번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갔었는데.. 저번처럼 영상으로 올라오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영상이 없군요............ ㅠㅠㅠㅠ

    오후 세션에 텍 특강하는것은 궁금했었는데요...

    아쉽네요

    • Favicon of https://geometry.tistory.com 그로몹 2013.02.21 10:4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올해는 모두 너무 바빠서 카이스트의 녹화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했다고 하시네요. KIAS에서 해서 당연히 신청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도 녹화장비를 안 가지고 갔습니다. (가지고 갔으면 누구한테인가 부탁해서라도 녹화했을걸...)

드디어 5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다. 이것은 공식적인 후기는 아니고 어느분인가가 학회 뉴스레터에 공식 후기를 쓰시기를 기다리며 간단한 기록을 한다.


HPM이 무엇인가는 앞에 짧게 소개하였지만 실제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 일요일 오후에 여행가방을 끌고 DCC에 도착하여 처음 한 일은 선물로 주는 가방에 Proceeding과 ProgramBook을 넣는 일. 모든 사람들이 한 시간 가량 이 준비를 했다. 그리고 숙소로가서 가방을 놓고 나와서 갑천을 건너서 수목원을 산책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대전 수목원은 정말 잘 되어 있고 많은 수종과 꽃이 있었는데 한 중간에 있는 공연장에서는 '국카스텐'이 공연을 하고 있는 듯. 그러나 대부분의 동행자들은 '국카스텐'의 이름도 모르는 분들. 무시하고 나무와 풀들을 보러 갔다.^^ (나무와 풀에 밀린 국카스텐ㅠㅠ)

수목원의 서쪽 반을 보고 빠져나가니 동네는 만년동. 먹자골목이 눈앞에 펼쳐졌다. 일요일이라 사람은 하나도 없는데 어디를 가나 찾다가 들어간 집은 칼국수와 뭔가 매운 것을 파는 집이었는데 사진찍은 것이 없는듯. 오징어와 두부 두루치기인가를 하나씩 시켜 먹고 막걸리도 한잔씩 돌리고 칼국수를 먹었던듯. 그리고 사람 하나도 안 다니는 수목원 담장길을 따라서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때가 되어 아까 낮에 받은 프로시딩이랑 프로그램북을 보는데 프로그램북에 어디에도 플레너리 강연의 초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안되는데... 열심히 찾아봐도 없어서 파일을 보니 플레너리는 삽입하지 않았네... 이런. 급히 학생에게 연락하여 세 페이지를 편집하고 인쇄소에 물어보니 일요일은 문을 닫았고 월요일 오전까지 일하기는 어렵다고, 그냥 복사집에서 하는 것이 빠를거라고 한다. 학생이 인터넷을 뒤져서 대전 토요코인 바로 밑에 있는 복사집을 알아가지고 김간사에게 전화하여 직접 뛰어가서 인쇄를 했다. 밤 11시에 가서 거의 한 시간 걸려서 한 듯. 이것을 다음날 아침에 프로그램북과 함께 나누어 주었다.


다음날 아침에 식사는 숙소 꼭대기의 식당에서 컨티넨털 스타일의 양식으로 하고 학회 개회식에 참석했다. 학회 동안 사진 몇 장 찍은 것은 나의 페북에서 보시기를. 개회식에 이어 단가 공연이 있었고 곧바로 Plenary 강연으로 들어갔는데, 나는 골치아픈 것이 시려서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 시간때우기 작전을 썼음. 덕분에 무슨 이야기 했는지는 잘 모름. 홍교수님께서는 정말 열심히 들으셨는지 모두 재미있었다고 하셨던 듯 하다. 그리고 논문 발표 세션이 시작되었다. 한 세션 끝나고는 점심시간.  만년동에 나갔다. 이창구 교수님께서 일찍 오셔서 모시고 강교수님께서 소개하신 대나무밥집으로 갔다. 여러 가지 우리 음식이 나와서 맛있게 먹고 잘 돌아왔다.


저녁때는 동양사람들이 모임을 만들기 위해서 준비 발표회를 했는데 제목이 Preparatory Meeting for Asian HPM이었던가? 홍성사 교수님께서 사회를 보시고 발표는 전 한국수학사학회장이셨던 이창구교수님과 일본의 모리모토교수님께서 발표해주셨다. 이것은 경청하였는데 이창구 교수님은 조선시대의 수학과 이 때 사용했던 중국의 수학책들에 대한 말씀이었고, 모리모토 교수님은 17세기 일본의 위대한 수학자 세키 다카카즈의 제자 가운데 형제인 두 사람의 업적에 대한 소개였다. 


이것이 끝나고 만찬을 들었는데 DCC 2층의 식당에서 부페로 했다. 음식 수준은 괜찮은 정도. 그래도 간단한 회와 메일국수 그리고 충분한 메뉴와 디저트가 있어서 모두들 즐거웠던 듯 하다. 황선욱 교수와 바방(Barbin) 교수가 인사를 하고 몇 사람이 돌아가며 인사하고 식사했다. 우리는 일본 교수님들과 마주 앉아서 식사했고 내 앞에는 이소다 마사미 교수가 식사했다. 이 친구는 낮동안에 자기가 만든 여러 가지 교육용 자료를 보여주었고 여기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다. 특히 자기 어머니는 백제계 사람이어서 백제 사람들이 이주해서 사는 동네 이야기를 했다. 모리소바가 있는 것을 보고 너무 좋아했던 친구.

저녁을 먹고 헤어져서 숙소에 와서는 꼭대기층 식당에 모여 맥주 한 잔을 했는데, 맥주사러 나와 이상욱교수님이 나갔다 왔다. 넉넉히 6팩을 사와서 한 두팩을 마셨다. 나머지는 나중을 위해서 저장... 


다음날 아침은 일요일날 이승온선셩님이 사다 주신 토마토와 빵으로 때우고 나가서 플레너리 강연 듣다 말다 하고 세션을 돌아가며 듣고, 참석하신 박창균 회장님과 좌장을 바꾸어서 박회장님이 오후의 내 시간에 대신 좌장을 맡으시고, 나는 저녁때의 두번째 Asian HPM 사회를 했다. 이번에는 중국의 취안징 교수님의 중국 HPM의 역사 소개와 Chairman 바방 교수님의 본토 HPM의 역사 소개가 있었다. 이것이 끝나고는 아시안 HPM에 참석했던 몇분 교수님들과 저녁식사를 하러 만년동으로 갔다. 중국집 차이나공에서 식사는 했는데 음식은 그냥 그런 정도. 예산이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듯. 그래도 거기의 최 연장자인 곽서춘(구오 슈 츈) 교수님은 매우 좋아하시는 듯. 술도 잘 드시고 부인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바방 교수와 남편은 황선욱 교수님, 김성숙 교수님, 이상욱 교수님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 홍교수님 내외분은 곽서춘교수님 내외분과 잘 지냈고 모리모토교수님과 이소다 교수님은 나와 취안징교수님과 또 홍콩의 린선생님 그리고 시안에서 같이 오신 첸교수님과 모두 어울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다시 들어와서는 꼭대기층에 갔었나 기억나지 않는다. 이승온 교수님은 아마도 학교일로 학교에 돌아가셨다가 다음날 오신댔나 해서 우리끼리만 올라갔던 듯.


그 다음날은 수요일이고 오전에 Plenary 강연을 듣고 워크숍인가가 있고는 Excursion으로 공주로 가기로 되어 있었다. 물론 갔다. 나는 발표준비를 해야 해서 빠졌고 홍교수님 일행은 공주는 보실 필요가 없어서 선운사를 향했다. 그런데 수요일 오후에는 비가 오기로 되어 있다고 해서 걱정이었는데 모두들 돌아올때까지 비가 많이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던 듯. 나는 학회장 앞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고 방에 들어가서 발표준비를 하려고 했으나 피곤하여 잠시 잤던 듯. 4시쯤 방이 더워서 1층에 내려와서 발표준비를 하니 어느새 모두 돌아와서 5시 반쯤인가 저녁먹으러 나가자고 한다. 조금 준비한 것을 뒤로하고 다시 만년동으로 나갔나? 가서 먹은 것은 내 기억이 맞다면 순두부. 모두 순두부를 먹고 이상욱교수님만 콩국수로... 그리고 들어와서는 꼭대기층에서 또 맥주 한 잔 하면서 이승온교수님 오시기를 기다렸다. 8시가 넘어서 회의가 끝나고 그리고도 조금 걸려서 도착하신 이승온교수님과 또 11시까지 마셨던 듯. 마신 양은 맥주 한 캔. 결국 발표준비는 못했다.


수요일 밤부터 태풍이 올라온다는 말이 있었는데 목요일 새벽이 되어 갑자기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비도 좀 오고 해서 바람소리에 새벽부터 깨서 잠을 설쳤다.

오늘은 기필코 발표준비를 하려고 오전에 플레너리를 듣고 저녁때의 LOC 식사도 마다하고 낮부터 방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점심에 중국 교수들을 데리고 만년동에 다시 갔다. 곽서춘교수님과 취안징 교수님을 모시고 한국수학사학회 관계자들과 모인 자리라서 또 한참 식사를 했고 발표시간인 2시반이 다 되어서야 돌아왔는데... 다시 Jin교수님이 따님과 대전 구경을 한다고, 또 김성숙 교수님 생신이고 해서 케익이나 사야지 하고 둔산동에 나갔다. 윤혜순 박사님은 김창일 교수님 호텔을 옮기러 토요코인에 들리고, 그리고 나서 방에 들어와 피곤한 중에 준비를 한 1/4 정도 했는데 저녁때가 되어 다시 홍교수님과 식사하러 갔다. 이번에 간 집은 사리원면옥. 저녁은 이승온 교수님께서 사셨다. 돼지불고기와 냉면을 맛있게 먹고 소주도 한 잔 했는데, 돌아오니까 피곤해서 잠시 누워서 쉬고 해야지가 깜박 잠이 들어버렸다. 자다 깨 보니 새벽 2시반. 물을 한병 반을 마시고서야 정신이 들어서 발표준비를 했는데 한 시간 반 정도에 대충 끝내고 잠이 들었다. 


금요일 아침에 8시 20분에 눈이 떠져서 급히 간단히 요기하고 세수하고 (면도도 못한 채로) 9시 홍성사 교수님의 Plenary 강연에 참석했다. 한 5분 늦은 듯. 오후에 내가 할 발표 내용의 상당부분을 이 강연에서 해 주셔서 내 강연은 편해지게 되었다. 플레너리를 듣고 나서 다시 올라가서 짐을 싸가지고 체크아웃 하고 내려왔다. 오전 세션에 배교수님이 발표하는 것을 우리말로 하시는데, 갑자기 영어 해설을 조금 넣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거기 있던 영문과 학생들과 번역 원고를 만들었다. 발표 20분 전에 시작해서 조금 하다 보니 도저히 불가능해서, 발표 시간을 다음분과 바꾸어 놓고 번역을 했다. 발표 시간 1분 전에 끝을 내고 나니 정신이 없다.

점심은 우리끼리 갔었나? 김소영 간사만 두고 우리끼리 사리원 면옥에 가서 만두 한개랑 냉면 한 그릇을 먹었다. 이번에는 김창일 교수님이 점심을 샀나? 맛은 괜찮은듯. 그리고는 들어와서 조금 있다가 마지막 우리 세션이 있었다. 첫째 발표시간은 나와 Jin Yuzi 교수의 발표 (발표는 Jin교수님이), 둘째는 나와 홍교수님 내외의 발표 (발표는 내가), 그런데 발표장이 달라서 이쪽에 있다가 저쪽 방으로 뛰어가는 식이었는데, 그런대로 무난히 넘어갔다. 발표는 준비가 안 된 것에 비해서는 그런대로 무난히 잘 한 듯. 영어야 그저 그러했지만 내가 준비를 잘 못한 홍정하의 부분은 아침에 홍교수님께서 잘 설명해 두셔서 나는 말만 꺼내고 자세한 부분은 안해도 되어서 다행이었다. 원리 부분만 자세히 설명할 수 있어서 그런대로 넘어가고 나니 좌장을 맡았던 Pengelley 교수가 자기도 비슷한 것을 공부한다면서 내 발표 부분의 한 가지가 흥미로왔다고 했다. 처음 보는 친구(나보다 4-5년 위인 듯)여서 뭐를 공부하나 홈페이지를 나중에 들쳐보니 Algebraic topology를 공부하면서 수학사도 강의하는 것이 나와 비슷한 것에 관심이 있는 친구인 듯. 내 발표 끝나고 홍교수님의 발표를 듣고 나니 학회 일정이 모두 끝났다. Closing ceremony에는 못들어가고 Jin Yuzi 교수 보내고 나서 학회가 파하니 모두들 헤어졌다. 나는 OC가 준비해온 쵸콜렛과 와인 선물을 받고 회의장을 모두 치우는 간사님 등의 일을 보고 거의 마지막으로 회의장을 나왔다.


올라오는 길은 수학사학회 간사님 등이 같이 올라오는 차편에 끼어탔고, 많은 물건들을 실어서 트렁크는 꽉 찼고 앞자리에까지 가방을 싣고 올라왔다. 역시 안성에서 고속도로가 막혀서 휴게소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올라오니 10시다. 거의 4시간 걸린 셈. 중간에 윤박사님을 내려드렸지만...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김간사님과 정박사님은 집이 가까워서 나를 내려주고 같이 떠났다.


써 놓은 것을 다시 보아도 먹은 이야기 밖에는 없고, 정신없이 지냈는데 별로 한 것도 본 것도 없는 것 같다. 결국 내가 빠진 저녁식사장에서 이상욱교수님이 나를 대신해서 학회의 계획을 외국 교수님에게 전했던 듯. 그래도 빠트린 일은 없는 것같고, 참가했던 사람들도 기분나쁜 기억은 없을 듯하다. 이것만으로도 성공적이라고 할만 한 듯. 가장 많은 일을 한 분은 배재대 김성숙 교수님이고, 그 다음으로 비슷하게 많은 일을 한 분은 숭실대 황선욱 교수님이다. 아마 학회 성공의 공은 이 두 분에게 돌려야 할듯. 


이 학회의 후속으로 몇 가지 학회가 계획되어 있다. 조만간에 중국에서 모임을 만들겠다는 취교수님과 2014년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ICM의 위성학회를 일본에서 연다는 모리모토교수님이 있고 또 중국 하이난에서는 내년에 모임이 한가지 이미 계획되어 있다. 우리 학회로서는 갑작스럽게 국제화가 진행되는 듯하고 많은 사람들이 바빠지게 될거 같다. 모두 힘을 합해야 겨우 해나갈 수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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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빈 2012.10.11 18: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뭔가 교수님들 모임같지 않은 분위기? 뭔가 진지하고 그럴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네오 ㅎ

    • 그로몹 2012.10.17 01:48  댓글주소  수정/삭제

      교수님들 모임 맞아요. 그래도 뭔가 내용은 조금 친한 친구들의 모임 같아서 진지하면서도 유머 있는 식으로 진행되었는데요. DCC의 양해가 있어서 주점부리를 많이 놓고 진행해서 파티 분위기가 물씬 났어요. 김성숙 교수님의 아이디어이고 또 대부분 몸소 뛰셨지만, 덕분에 학회는 성황이었습니다.

ICME와 HPM

수학/컨퍼런스 2012.07.06 00:15

ICME란 "국제 수학 교육자 대회"이고, HPM이란 "수학의 역사와 교육"이다. 이 둘은 국제적인 학회로서 올해에는 한국에서 열린다. ICME-12, 그리고 HPM2012라는 이름으로 ICME는 서울 코엑스에서 다음주 한주 동안(일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고, HPM은 곧이어 다음주 동안(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다.


ICME는 정말 큰 학회여서 아마도 3000명 정도의 전 세계 수학교육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학회 동안에 수 많은 교육학 연구 발표가 있고 이 대부분은 외국 학자들의 발표이다. 재미 있음직한 논문이 제목만 보아도 많이 눈에 띈다. 나는 그 다음 주의 HPM에서 맡은 일이 한 두 가지 있어서 ICME는 형식적으로만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ICME를 열심히 들으면 그 다음 주에는 너무 지쳐서 정작 맡은 일을 못 할 지경일 것이다. 우리나라 수학계 많은 분들이 지난 3-4년 동안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제 며칠 후면 그 결실을 얻을 때이다.


한편 HPM은  ICME의 위성학회로 열리는 학회로 비교적 조그만 학회이다. 참석인원은 200명 정도가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HPM은 History and Pedagogy of Mathematics의 약자이고 유럽을 중심으로 수학사가 수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는 학회이다. 조금은 개인적이고 소규모의 학회이지만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이 상당히 학구적인 학회이다. 


나는 한국수학사학회와 관련해서 이 학회를 조직하는 일에 관여하게 되었다. 수학의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이를 공부하는 것은 얼마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학의 역사를 공부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일전에 중국 시안에 가서 거기서 유럽과 중국의 수학사가들을 만나보았지만, 그들은 수학교육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번에 모이는 사람들은 주로 수학교육과 관련된 수학사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모임에서 동양 수학자들의 수학사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 바탕이 되는 논의가 있을 것도 같다.


수학사는 역사 가운데서도 사람들이 가장 잘 모르고 또 관심도 없는 분야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잘 보면 다른 역사가 보인다.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수학은 쓸데 없는 것을 절대로 하지 않는 분야였다. 이런 것은 아무도 필요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에서 어떤 문제들을 다루었는지를 보면 그 사회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역사를 들여다보면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서 이랬을 거야 하고 생각하던 것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수학의 역사도 그래서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어째서 공부를 하는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준다. 


역사를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료를 남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한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하고 훌륭한 연구를 했어도 자기가 아는 것을 남기지 않으면 자기 한 사람으로 끝나버리는 것을 너무 잘 알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직접 역사에서 보면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 나라 수학 역사는 조선시대 역사만이 남아있지만 이것을 보아도 자료를 많이 남긴 때는 조선이 발전할 때 뿐이었다. 여력이 남아서 수학 자료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것이 만들어졌을 때만 나라가 제대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지금의 우리를 보면 인쇄되는 수 많은 책들 가운데 정말 지금의 중요한 생각을 뒤에 전하는 그런 책은 얼마나 있는가? 외국과 비교해 볼 때 그런 책의 양은 너무 적다. 정부 정책에 따라 좋은 연구를 하고 훌륭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자기가 알아낸 것을 정리하고 남기려는 노력은 너무 적다. 결국은 다음 사람은 똑같은 것을 다시 반복해야 하고, 지금 잘 하는 사람도 지금 한 때로 끝나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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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에 중국에 다녀왔다.

중국 시안(西安)에서 수학사학회를 하는데 참석차 다녀왔는데 아무런 obligation 없이 다녀온 것이어서 마음이 조금 편한 감이 있다. 물론 우리 학회 전 회장님을 수행하는 일이 있었지만...

중국말을 잘 하는 이박사님을 수행원으로 참여시켜서 정말 편했다. 안그랬으면 아마도 아무것도 제대로 못했을 것이다. 


중국은 두번째이고 2년전에 충칭(重慶)을 갔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여행이었다.

충칭은 중국이 한국을 초대한 학회여서 대접이 융숭했었고 많은 사람들이 갔었지만 그쪽에서 우리에 대한 준비를 많이 했던 학회였다. 이번 학회는 물론 학회 준비는 많이 했지만 우리는 그리 대단히 중요한 참가자에 끼지 못하는 듯 했다. 


중국 안에서는 비교적 가까운 두 곳이었지만 전혀 다른 지방이었다. 정말 대비되는 두 도시였는데 충칭은 산지이고 시안은 평지인데, 충칭은 비가 많이 오는 듯하고, 수목이 잘 자라고 사천지방의 특색을 갖춘 시골같은 곳이었는데, 시안은 메마른 공기에 먼지가 많고, 커다란 성으로 둘러싸인 오래된 대도시의 면모를 갖춘 중국의 가장 오래되고 오랫동안 수도를 했던 도시의 느낌을 조금은 간직한 도시였다.


단지 이것이 이미 1000년이 넘은 옛날 이야기이다 보니까 현대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그리 impressive하지 않고, 지금은 중국의 변방같이 느껴지는 곳이 되어서인지 현대식 발전은 아직 많이 들어오지 않은 듯한 조금 이중적이면서도, 확실히 중국같지만 외국같은 느낌은 나지 않는 그런 곳이었다.


4박 5일을 있었지만 도착한 날은 학회가 없었고 떠나는 날은 아침 일찍 나왔으니 실제로 3일을 있었다. 이 가운데 2일은 확실하게 학회에 참석했고, 마지막날은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 사람들의 영어 강의를 뒤로하고 몇 군데 근처 관광지를 돌았다. 이곳은 예전 중국의 장안長安이라 불리던 곳으로 주周나라부터 시작해서 진나라 한나라 당나라 등의 수도였던 곳이어서 많은 유적이 있는 곳임에 틀림 없다. 몇 군데 절도 보고 싶었고 비림碑林도 한 번 봤으면 했지만 모두 못했다. 대신 마지막날 본 것은 반파촌半坡村이라는 신석기시대 유적지와 진시황릉이었다. 반파촌은 처음 듣는 곳이었지만 꽤 큰 유적지이고, 나중에 책을 읽어보니 20세기 후반의 중국 고고학 발굴의 성과의 하나라고 할만큼 중요한 유적지라고 되어 있었다. 상당히 오래전의 유적지임에도 거기서 출토된 유물들이 매우 발전된 형태를 띄고 있었다는 것은 놀랍다. 하지만 중국이 열심히 중국 주변의 문명이 반파와 같은 중국 중심의 문명에서 전파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려 했어도 실제로는 그러지 못하고 중국 전역에서 유사한 정도의 서로 독립적인 문명이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유적지를 발굴했다는 것은 아이러니컬 하기도 하다.


2000년 전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했을 때보다 500년도 더 전부터 이지방이 중국의 중심지였다는 것은 내게는 전혀 상상하지도 못했던 것이다. 나는 장안이 중국 고대의 대도시의 하나라고만 생각하였지 이곳이 가장 오랜동안 수도였다는 것은 전혀 몰랐다. 그리고 중국의 전체적인 얼굴을 보면, 중국의 가장 오래된 문명인 하, 은(상)의 중국 중심지를 초기에는 서쪽의 변방의 부족들이 쳐들어와서 나라를 세우고 통치한 것이 주에서 당까지이고, 그 이후에는 동북쪽 변방 부족의 원과 청이어서 그들의 수도가 중국 서북쪽 귀퉁이와 동북쪽 귀퉁이에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 이렇지 않은 중국의 나라가 몇 안되었고 이 몇 안되는 중화민족의 나라들은 정치면에서 그리 잘 통제되지 못했다는 것도 아이러니컬 하다.


결국 중국의 실체는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침입해온 외세가 중국 땅의 백성들을 노예처럼 부리며 200~300년을 지속하는 것의 반복이다시피 한 것은 현재 중국이 단결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한족의 단결이라기보다는 이러한 외세의 침입 또는 내부에서의 반란을 두려워하는 부분이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인가?


이번 학회의 중국측의 event는 고희가 된 李文林교수의 칠순잔치 겸 이미 40년이 된 중국과 프랑스 사이의 수학사 교류를 축하하는 event였고 이런 사실에 무지했던 나는 마지막날 저녁의 만찬장의 분위기를 보고서야 이 학회의 의미를 파악할 수 있었다. 사실 그 때까지는 단순히 학구적인 컨퍼런스라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1970년대초부터 프랑스 수학자들이 중국 (당시 중공)을 방문했던 것은 이문림 교수의 공로일 것이고, 이러한 유대관계는 중국(동양) 수학사를 유럽에 소개하는 창구가 되었을 것이다. 영국의 니덤교수가 중국 과학기술사에 대한 treatise를 집필했지만 꾸준한 연구는 프랑스가 더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고, 특히 그 자리에 왔던 Martzloff 교수를 위시한 많은 프랑스 수학사가들이 중국말을 쉽게 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단순히 역사에 무엇이 있었는가를 기록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의미를 철학적 입장에서까지 분석해보는 수준의 공부를 하고 있는 그들 중에는 20세기 부르바키 학파의 거장의 하나인 캬르티에 교수가 80의 나이에도 시안을 찾아서 발표를 하고 자신의 이야기로는 처음 시안에 온 것이 1972년이었다는 것이니 우리가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너무 좁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 드는 생각은 능력 부족과 함께 수학공부하고 수학사 공부하고 중국말도 배우고를 다 할 수 있는 환경에 있는 그들이 부럽다는 것이다. 왜인지 우리는 이런 것이 잘 되지 않는다. 왜일까? 나만 혼자 못한다면 나의 능력을 탓하면 되지만, 그들은 모두 다 하고 우리는 모두 다 못한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터, 이런 것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이 나라 교육을 맡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중국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보인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제대로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고 이런 것이 빛이 나는 날이 올 것 같다. 우리는 특별한 노력을 해야지만 적은 숫자로 핸디캡을 극복할 수 있겠지... 거기서 본 일본 교수님들(나의 선생님뻘)도 이러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보였다. 지금 잘나가는 일본의 학자라는 생각은 추호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여름에는 HPM이라는 수학사 학회를 우리나라에서 연다. 여기 왔던 사람들 가운데 몇 명은 거기도 참석할 것이다. 준비할 것이 훨씬 더 늘어난 것 같고 생각할 것도 많이 늘어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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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빈 2012.05.30 04: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국수학 수준이 아주 높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아닌가 보네요 ;;;;; 프랑스 수학자분들은 놀랍네요. 이런 분들 얘기들을 때마다 노력했어라는 말은 정말 함부로 하는게 아니라고 항상 생각합니다

    • gromob 2012.06.09 09:14  댓글주소  수정/삭제

      중국이 갈 길이 멀다고 한 말은 수학 수준을 말씀드린 것은 아닙니다. 중국 수학은 이미 수준이 높아요. 오래 전부터 서방 국가에 나가서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수학 공부 잘 하는 사람들이 1980년대부터 중국에 돌아오거나 방문해서 교육하고, 또 외국에 가서 공부한 신세대들이 돌아온 덕에 지금은 세계적인 수준에 가까운 학자들도 있어 보입니다.
      오히려 중국의 사회가 아직도 초기 걸음마단계 같아보인다는 것입니다.
      사실 프랑스는 생각 외로 놀라운데가 있네요.

지난 한 주 동안 강원도 정선에서 고등과학원 미분기하 겨울학교가 있었다.

월-금 5일에 걸친 기간에 4개의 집중강의가 계획되었다.
강의 시간은 오전과 저녁시간(저녁 식사 후)로 계획되었고 organizer인 최재경 교수님에 의하면 낮시간은 스키를 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시간으로 배정해두었다는 말씀이다.

최재경 교수님: organizer

그런데 하루를 지나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오전에 빡센 두 강의를 듣고 점심먹고 스키를 타고 다시 저녁먹고 두 시간의 빡센 강의를 듣고 보니 너무나 힘든 일정이라는 것이다. 나같이 점심먹고 한잠 잔 사람들의 경우에도 힘든 일정이라고 느껴지니 스키탄 사람들은 무리임에 틀림 없다. 왜 이런 일정을 잡으셨을까?

보통 때의 겨울학교 일정을 더듬어 보면 이렇다. 오전에 강의, 점심먹고 또 강의, 저녁때쯤 조금 쉬운 대학원생을 위한 강의, 이렇거나 오전엔 강의, 오후에는 논문 발표, 저녁먹고 자유시간, 이렇다. 이러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우선 조금 놀고 싶은 경우에 (여기라면 스키) 낮시간을 어찌 내야 한다. 즉 강의를 빠지는 것이다. 주변에 관광이라도 하고 싶어도 저녁먹고 깜깜해지만 볼것이 없다. 그러니까 어차피 많은 사람이 빼먹기 쉬운 시간은 아예 준다는 것. 이것 그럴듯 하다. 그런데 보통 때는 또 한가지가 있다. 저녁을 먹으면 백발 백중 한잔을 걸치게 된다. 어떤 친구들은 저녁 내, 그리고 가끔은 밤새도록 한잔이 이어져서 다음날 아침 강의를 빼먹기 일수다. 아 그런데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저녁때 강의를 듣고 나면 피곤해서 그냥 자게 되고 한잔 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비는 낮시간에는 더욱 불가능하니... 공부시키자는 묘수였다는 중론이다.


발표자 네 명

이번에 강의를 맡은 네 사람이다. 사진 순서로 왼쪽부터 최재경, Mark Haskins, Peter Topping 그리고 Mohammad Ghomi 교수이다. 강의 내용 등은 아래에 첨부할 포스터와 KIAS 홈페이지 등을 참조하면 되겠다. 강의실은 중형의 세미나실을 빌렸는데 50명 가까이 들어가는 방이 거의 꽉 찼다.  생각보다 많은 젊은 기하학자들, 중견 교수님들로 성황이라고 아니할 수 없고, 오랜만에 기하학 강의를 들었는데 예전 같으면 그냥 "뭐 저런 것도 하나부다" 하고 쳐다보는 사람도 많았을텐데, 지금은 모두 그 내용도 열심히 듣고 질문도 하는 것이 이 내용들을 따라가고 있구나 하는 것을 잘 알 수 있었다. 젊은 박사들 경우에는 이 내용에 정통한 친구들도 보이고 하는 것이 정말 많이 발전했구나 하는 격세지감이 든다. 

강의실 전경

이번 강의는 각자 맡은 내용을 정말 잘 요약해서 강의해 준 듯하다. 나는 듣다 말다 한 듯 했지만 평소 이런 내용을 알고 싶어도 감히 책을 읽어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을 각각 4시간 동안에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해 주는 것은 드물다. 단지 정말 쉽지 않은 내용이어서 이 4시간으로는 좀 아쉬운 감이 있다. 그러나 이들 중 몇 명은 좋은 참고도서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진짜로 공부해 보겠다면 해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집중해서 들은 것은 Ghomi 교수의 h-Principle 강의이다. 내가 박사 공부하던 시절에 처음 나와서 그 때 세미나에서 들어보면서 뭔말인지 하나도 몰랐던 내용이어서 다시 들어봤다. 다른 교수들의 설명과 Ghomi 교수의 비교적 자상한 강연으로 어떤 식의 이야기가 있었는지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본론은 이야기할 수 없어서 전혀 듣지 못했고 응용의 방식만을 이해했지만 한 번 보고 싶은 내용이다. Eliashberg의 책이 Gromov의 어려운 책을 잘 풀어 설명하고 있다고 하니 주문하자고들 한다.

최재경 교수님이 디자인한 듯한 포스터가 첫날 책상위에 가져가라고 놓여 있었다. 한 장 들고 왔었는데 마지막날 강의 사이에 연사들에게 사인을 받았다. 참가자 모두에게 받을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분위기를 망칠 듯도 해서 연사 것만 받았다. 

포스터와 연사들의 사인

우리가 묵은 방은 콘도가 새거기도 하지만 시설도 잘 되어 있어서 아주 편안하게 묵었다. 식사도 사북과 고한의 맛집들을 돌며 각종 음식을 맛보았다. 신해용 교수님의 차로 돌아다니며, 또 신교수님의 고향도 강원도라 해설도 들으면서, 재미있는 한 주를 보냈다. 내 방에서 바라보면 콘도 전경과 그사이에 있는 눈썰매장이 보이는데 아침 햇볓을 받은 사진은 꽤 예쁘다. 하지만 콘도 선전으로 보일 것 같아서 여기다 올리지는 않는다. 콘도의 서비스는 충분히 좋았다고 생각된다.

역시 끝나고 나니 이 내용에 대한 강의록 욕심이 난다. 영어로 번역할 논문이 열흘 안에 끝나야하니 거기 집중해야 하겠지 그 다음이 되면 다 잊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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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빈 2012.02.21 22: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등과학원에서 근무하시나요? 제가 좋아하는 수학과 교수님이 현재 연구年이셔서

    고등과학원에 계시는데요. ㅠㅠ

    • gromob 2012.02.26 19:43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사로 바빠서 며칠동안 확인하지 못했네요.
      죄송.

      아니요. 고등과학원에 있지 않고 고려대에 있어요.
      바쁘다는 핑계로 고등과학원은 아주 가끔만 가본답니다.
      (거리도 별로 멀지 않은데...)

      좋아하는 교수님은 어느분인지?

  • 진선숙 2012.02.29 14: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진선숙입니다. 최재경교수님 메일로 건너 건너 들어왔습니다.
    미국에 있어 참가하지 못한것이 너무 아쉽네요.

    • gromob 2012.03.03 22:01  댓글주소  수정/삭제

      강의는 동영상으로 들어보시고요. 혹시 좀 더 좋은 질의 동영상을 원하시면 제게 메일 주세요. 받으시는데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미국에 계시면 좋은 내용 공부 많이 하시고 오겠네요. 오셔서 많이 가르쳐주세요.

  • 박상빈 2012.03.03 18:5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성균관 대학교 박정형 교수님이십니다 현재 연구년으로 고등과학원에 계십니다

    • gromob 2012.03.03 21:59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 박정형 교수님이 연구년이셨군요. 정선에는 못 오셨던 듯한데, 그 다음 Gulliver 교수님 강연에서 뵈었네요. 아직도(!) 열심히 공부하고 계시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