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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S 미분기하 겨울학교 - 정선

지난 한 주 동안 강원도 정선에서 고등과학원 미분기하 겨울학교가 있었다. 월-금 5일에 걸친 기간에 4개의 집중강의가 계획되었다. 강의 시간은 오전과 저녁시간(저녁 식사 후)로 계획되었고 organizer인 최재경 교수님에 의하면 낮시간은 스키를 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시간으로 배정해두었다는 말씀이다. 최재경 교수님: organizer 그런데 하루를 지나본 사람들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오전에 빡센 두 강의를 듣고 점심먹고 스키를 타고 다시 저녁먹고 두 시간의 빡센 강의를 듣고 보니 너무나 힘든 일정이라는 것이다. 나같이 점심먹고 한잠 잔 사람들의 경우에도 힘든 일정이라고 느껴지니 스키탄 사람들은 무리임에 틀림 없다. 왜 이런 일정을 잡으셨을까? 보통 때의 겨울학교 일정을 더듬어 보면 이렇다. 오전에 ..

수학/컨퍼런스 2012.02.10

코다이라의 서문

1990년도에 일본 이와나미(岩波) 서점은 基礎數學選書라는 교과서 시리즈를 간행하기 시작했다. 일본서적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 않던 시절이어서 이 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작되었는지는 잘 모른다. 이와나미는 이 이전에 1970년대에 강의록 시리즈를 출간했고 이것들 가운데 좋은 책들은 나중에 책으로 되어 나왔었다. 그러나 이 1990년대의 시리즈는 따로 기획된 강좌에서 시작되었고 앞의 것과 별로 상관이 없던 듯하다. 이 시리즈는 일본 수학의 거봉인 코다이라 쿠니히코(小平邦彦) 교수님이 감수하고 7명의 편집진이 더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감수자와 편집진들 중의 상당수가 책을 집필하였다. 이 시리즈의 맨 처음에 감수자인 코다이라 교수님이 간행사로 쓴 글이 한 페이지 있어서 여기 옮겨 둔다. (일어를 거의 모..

수학/수학책 2012.01.24

사진 0.1개

오른쪽에 로고로 사용하는 그림파일을 바꾸었다. 원래는 이 블로그의 제목에 맞게 에네퍼Enneper의 극소곡면을 누군가가 예쁘게 (그 속에 들어있는 두 개의 직선도 나타내어) 그려놓은 파일을 썼었다. 저작권 문제는 신경쓰지 않고 쓰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스킨에서 나의 이름 부분을 손을 보려고 하니 그림도 없어져버렸다. 그 파일은 어딘가에 잘 있을 것이지만 얼핏 생각나는 다음 사진으로 바꾸어버렸다. 이 사진은 나의 둘째아이가 찍은 사진에서 일부만 따온 것이다. 둘째의 사진은 이보다 좀 넓은 배경을 찍었지만 나머지는 전부 눈이다 이 부분의 넓이가 전체의 10분의 1을 좀 넘는다. 그래서 사진 0.1개인 것이지만... 둘째는 사진을 잘 찍는다. 미술을 공부해서 잘 찍는 것일 것이다. 사진에 관심이 많아서..

기타 2012.01.24

강의 평가 소감

지난 학기 강의에 대한 "강의 평가와 소감"을 읽은 소감을 정리해본다. 우선 이번 학기에 강의한 두 강의의 전체적인 평가 점수는 수학과 전체 평균보다는 조금 낮고 이과대학 전체평균 보다는 조금 높다. 뭐 그리 중요한 내용이 있는 문항이 아니므로 그리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그러나 개방형 설문 1, 2번 문항은 학생들의 소감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으므로 궁금한 점이 있다. 특히 여기서 듣게 되는 내용은 강의에 반영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1번 문항은 수업에 대한 소감이고, 2번 문항은 수업에 대한 건의이다. 이에 대한 소감 가운데 강의에 positive한 것을 제외하고 몇 가지를 뽑아 변명을 해 둔다. 우선 기하학 개론을 보자. 이번학기는 학생수가 적어서 강의만의 강의를 조금 벗어난 점이 있다. 시작부터 ..

수학/수학교육 2012.01.23

재미있는 수학이란?

요즈음 학교의 수학 교육을 새로이 고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아가서는 대학교에서도 어떻게하면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를 가지고 고민이 많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교육부가 계획하는 새로운 계획을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는 눈이 많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반기는 매스컴의 기사들도 눈에 뜨인다. 그런 기사를 훑어보면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 있어서 뭔가 논점을 잡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번 교육부의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는 기사에도 이런 개선을 옹호하는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감하면서도 그에 대한 이유를 드는데 있어서는 조금 조심해서 말하면 좋겠다는 것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한 기사에 나온 여러 가지 논의 가운데서 몇 가지만 들어서 조금 수정된 이야기..

수학/수학교육 2012.01.16

복소함수론 강의 교재

다음 학기에 복소해석학 강의를 하게 되었다. 집합론도 맡았으니 잘 안 하던 강의를 두 개 씩이나 하게 된 것이다. 다른 교수님의 강의를 넘겨 받은 것이지만 내가 선뜻 하겠다고 한 것이니 변명의 여지는 없다. 복소해석학 강의는 예전 내가 부임하고 몇년 지났을 때에 한 번 해보았다. 당시 복소해석학을 맡으시던 김성운 교수님께서 안식년으로 나가시는 해여서 대신 했던 것이고 그 다음번 안식년때 즈음에는 복소해석 전공하는 교수님들이 늘어서 내가 할 필요가 없었다. 당시에 썼던 교재는 Marsden의 책이었는데 이미 사용하고 있던 것이었던가 내 선택은 아니었다. 이제 새삼 교재를 정해야 하는데 무엇을 쓸 지 모르겠다. 가지고 있는 책은 많고 또 일부 보충도 했는데 마땅한 책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욕심이 너무 많은지..

수학/수학책 2011.12.31

고등과학원 강의를 보고

이미 2년이 다 되어가는 2010년 1월 7, 8일에 고등과학원(KIAS)에서는 학부 학생에게 수학(특히 기하학)을 소개하는 강의를 열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나가는 4명의 기하학자가 바쁜 연구 와중에서도 학부생들에게 수학 공부의 원동력이 되는 좋은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고등과학원 교수로 계시는 최재경, 황준묵 교수와 미국 위스컨신대의 오용근 교수 그리고 서울대의 박종일 교수가 그 4명이고 각자 학부 수학 수준에서 자신이 공부하는 기하학을 소개했다. 이 강의가 있을 때 나도 참석해야지 하는 생각이 많았지만 다른 일이 있어서 부득이 참석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잊었지만 참석하지 못해서 아쉬웠던 기억은 확실히 남아 있다. 그런데 고등과학원의 여러 세미나와 강의, 강연들은 녹화가 되어서..

TeX 초보자의 경험 (1)

TeX을 사용하는 초보자로서 KTUG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질문 가운데 몇 가지에 대한 조언이랄까 아니면 경험담을 적어둔다. TeX의 초보자가 자주 경험하는 것은 남이 만든 파일의 preamble을 그냥 가져다가 쓰는 것이다. TeX에서 사람들이 만든 (특히 가져다 쓸만한) preamble은 오랜 시간을 걸쳐서 만들었다는 것이다. (혹시 금방 만들었더라도 오랜 경험의 산물이다.) 그러니까 몇 줄 안되는거 같지만 실제는 많은 노하우가 집약되어 있는 것이고 사실 잘 들여다봐야 하는 것이다. 나를 위시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preamble을 받아다 쓰면서도 그렇게 만든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는다. 이럴 경우에는 적어도 그 preamble의 명령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식으로 작동하더라도 불평할 수 없다...

TeX 2011.11.19

교수의 교수법, 학생의 공부법

최근에 교수법에 대한 어떤 연구 결과에 대한 트윗을 보았다. 이 연구에 대한 사람들의 일차적인 평가는 교수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보다는 어떠한 교수법을 쓰는가가 훨씬 (2배 정도) 효과가 크다는 결과이다. 이 결과를 볼 필요도 없이 이 말이 맞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결과를 받아들일 때 주의할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이 연구가 얼마나 잘 기획된 연구인지는 읽어보지 않아서 잘 알지 못한다. 원래 실험이라는 것이 그 구성에 따라서 여러 가지 요소가 뒤얽혀들기 쉬운 것이지만 또 능력있는 연구자의 실험은 믿을만도 하다. 이 실험에 대해서 한 두 가지 곁가지 사항을 짚어두기로 하자. 우선 이 연구에서 이야기하는 "학생들에게 정평있는 노련한 교수"가 어떤 사람인가가 궁금하다. 단순히 학생..

수학/수학교육 2011.05.15

대학생, 자살과 공부

며칠 전에 대전의 한 대학에서 어떤 학생이 자살하였다고 한다. 이유는 천천히 밝혀지겠지만 아마도 공부 스트레스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4번째이고 보니 하나 하나의 경우는 다 사정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공부 스트레스가 한몫 하였으리라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면 이 학생들의 자살은 타당한 것인가? 상황이 자살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는가? 그럴 리가 없다. 나 같은 수도권 유수 사립대의 교수에게도 저 자살한 학생의 학교에서 평점이 3.0 미만인 학생은 물론 낙제학생이라도 좋으니 우리 학교에 와서 공부만 하겠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평균이 3.0이 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될 일이 없다. 혹시 등록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부분이 부담이었을까? 물론 돈은 ..

교육 2011.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