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컨퍼런스'에 해당되는 글 12건

이번 주는 고등과학원의 황 교수님이 여는 대수기하학 겨울학교가 있어서 따라왔다. 장소는 변산의 대명콘도인데 지난 여름에 단양의 대명콘도보다 방이 훨씬 좋다. 괜찮은 호텔 수준을 갖추고 있고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좋은 장소에 있다. (내가 있는 방에서는 바다가 안 보이고 논 밭과 야산이 보인다.)

황 교수님은 공부를 강조하기 때문에 별로 다른 것 없이 열심히들 공부하고 있지만 식사는 푸짐하게 대접해 주셔서 잘 먹고 감사하고 있다. 어제는 저녁때 눈이 와서 아침에 일어나니 사방이 하얗다. 그래서 사진을 한 장 찍었는데... 


바다쪽은 류 교수님한테서 얻어야지.

공부하는 내용은 어려운 대수기하... 그래서 중간까지도 못 따라 듣고 포기상태. 혹시 real singularity 모양에 대해서 한 마디라도 들을 수 있을까 했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고, 류 교수님이 나의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보여 주신 것으로 만족.

이제 문제를 풀어달라고만 하면 되겠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학기가 끝나고도 계속 이리 저리 바빠서 꼼짝도 못하다가 7월 19일부터 KIAS가 주최하는 복소/대수기하학 단양 여름 워크샾에 참석하였다. 가족들도 갈 수 있게 해 주어서 감사히도 가족 여름휴가를 때이르게 가게 되었는데 마침 가 보니 단양은 한여름이고 낮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장마철에 해도 나고 하니 무더워서 정말 피서철이 시작된 때였다.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었으나 덥기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해서 콘도에서 상당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짬을 내서 부석사에 가서 무량수전을 보고 그 밑의 소수서원도 들리고 했다. 또 단양에서 서는 5일장도 구경했고 마늘도 좀 사왔다.

무량수전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사진만 보았던 것을 직접 보게 되었고 소백산 중턱에 있어서 예전 같으면 한 번 가는 것이 큰 일이었겠지만 단양에서 국도로 한 시간 남짓 걸려서 가 보니 절까지 찻길이 나 있어서 미안은 하지만 더운 여름날 오후임에도 힘들이지 않고 다녀 왔다.

소수서원은 잠시 들려서 한 번 휙 둘러보고 나왔지만 뒷문 밖에 내가 흐르고 그 건너편 산기슭에 정자가 있어 정자 위에 부는 바람은 한 여름에서 시원하였다. 단양의 현대식 콘도에 세미나실을 빌려서 워크샾을 하고 있지만 정작 마춤맞기로는 소수서원의 강당에 상을 펴 놓고 앉아서 하는 것이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원 뒤에는 서원 체험 마을 같은 것을 만들어놓고 옛날 학교를 경험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더 좋기로는 이런 마을이 학술대회를 유치하여서 예전 식으로 문을 열어 놓은 높은 마루 강당에서 바람을 벗삼아 강의를 하고 하면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오전의 주된 강의 내용은 대수기하학자를 위해서 다변수복소함수론을 강의하는 것과 복소해석학자를 위해서 대수기하학을 강의하는 두 가지였다. 앞의 것은 김다노 박사가 맡았고, 뒷 강의는 Paun 교수가 맡았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중간 중간에 어느 것이 어느 강의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원래 두 분야는 서로 주고 받고 하면서 발전한 분야이므로 비슷한 것이 당연하다지만 그래도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대수기하학은 매우 대수적인 이론으로 갈라져나갔기 때문에 좀 많이 멀게 느껴졌었는데 요즈음은 이런 abstract한 이론은 지양하고 조금 더 구체적인 복소기하학을 많이 공부하는가보다.

이 내용을 공부하다 만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잘 알아들을까 하는 마음에서 강의 내용을 녹화하여 다시 들을 수 있게 해야지 하고 카메라를 챙겨갔다. 강의 녹화도 그런대로 열심히 했고 나 말고도 녹화하는 젊은 학생(박사?)가 또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첨단장비로 강의를 기록했다. touch pad에 직접 쓰는 사람도 있고 김범식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강의 요약을 실시간으로 TeX으로 입력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나는 구식으로 종이에 적고 녹화하고 정리는 나중에 라는 식인데,... 암만 생각해도 이 나중에가 언제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지금 방학하고 시간이 날 때 빨리 하지 않으면 영원히 안들여다 볼지도 모르겠다. 그나 저나 지금은 PDE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고 이것이 시간을 꽤 잡아먹을 일이기 때문에 PDE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요약해 두어야 할까? 전공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그들이 하게 둬 둘까? (실제로 이걸 요약해서 남들에게 주는 사람은 잘 없을 것 같다만...) 만일 내가 한다면 나는 뭔 일을 하는 것인지? (내것도 바쁜데 내가 더 이상 안하는 것에 신경쓰고...)

이제 한 학기는 연구년 학기이니 이 기회에 미루어둔 공부를 해야 하는데 논문도 밀린 것이 있고, 공부도 밀린 것이 있고, 아이들 공부도 봐 줘야 하는지, 석사과정생 논문도 하나 지도해야 하고... 어느것 하나 간단한 것이 없다.

미루어둔 논문은 바람직하게는 영어로 써서 외국 논문지에 내야 하는데 처음 써 보는 역사 논문이어서 과연 쓸 수 있을지 모르겠고, 공부할 것도 PDE와 homogeneous space, contact structure에 대한 내용 모두 간단치 않고, 일본어도 공부했으면 좋겠고, 우리 아이는 이제 미적분 강의 뒤쪽을 듣게 되니 쉽지 않을 것이고, 석사 논문도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computer graphic 관련 내용이니 공부 좀 해야 하겠고... 이거 한 학기에 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생각 좀 해 보자.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