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기하학이란'이라고 써 놓고 나서 세부 카테고리를 수학으로 할까 기하학으로 할까 잠시 망설였다. 수학이 더 맞는 것 같다. 그러나 그냥 누구나 생각하듯이 기하학으로 잡았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을 문제일까?


2-3일 기하학의 한 가지 문제에 대한 오타교수의 개요논문 번역을 마저 하느라 시간을 들이고 나서 열심히 노력하는 임박사에게 전해주며 페북에 쓴 글을 보니 거리와 위상이 있는 수학이 해석학이라고 주장해서 딴지를 걸었다. 왜 거리와 위상을 가지고 하는 것이 기하학이지 해석학인가? 요즘 해석학은 아마도 비선형 함수해석학에 확률도 들어가다 보니까 거의 기하학 근처에 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해석학이 언제 위상과 가까워졌는가를 더듬어 보았다.


해석학의 시작에 있는 극한 개념을 사용한 미분은 비록 이것이 위상 개념의 시작인 것은 맞지만 오늘날 말하는 본격적인 위상수학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니까 본격적 위상수학이란 위상이 해석학에 사용된 것을 말하고 이것은 위상수학이란 말이 생기기 좀 전에 일어난 일이다. 나는 그것을 리만이 타원함수 이론을 보고 단박에 이것은 곡면을 보지 못하고 평면의 영역으로 해석하려 해서 잘 못 풀고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보았을 때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보면서 곡면 위의 (복소)해석학과 함께 곡면이 주는 정보를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생각으로만 있었던 이 신 개념은 베티가 리만에게 병문안 왔을 때 또는 리만이 이태리에 갔을 때 베티에게 전수되었고 베티는 베티 넘버를 만들어 대수위상수학을 전개해 나갔다. 오일러가 처음 한붓그리기와 오일러 수로 시작한 문제제기의 현대적 답을 준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물리학은 20세기에 들어오면서 두 가지 큰 변혁을 맞게 되고 앞의 문제(빛의 속도)는 아인슈타인이 밍코브스키가 만들어 놓았던 미분기하의 개념을 사용하여 카르탕의 결정적 도움으로 해결하였으며, 두 번째 문제(양자 문제)는 힐버트를 위시한 여러 학자들의 아이디어를 종합해서 해석학으로 해결하는 방향을 택했다. 아직도 완결짓지 못했다는 양자역학이다. 이 과정에서 편미분방정식의 이론적 풀이가 중요해졌고 위의 여러 사람이 제안한 무한차원의 선형기하가 꼭 필요했다. 기하 중에서도 꼭 필요한 것은 위상 개념을 동원한 극한의 계산이었고 이것이 없으면 우리가 구체적으로 다룰 수 있는 유한차원선형대수를 무한차원선형대수로 확장할 수가 없었다. 힐버트가 가이드하는 대로 이것을 전개해 나가서 오늘날의 함수해석학이 되었다.


이에 들어가는 위상은 해석학을 위한 위상이 맞다. 하지만 이 이론을 잘 들여다보면 모두 다 어떤 norm 종류들 사이의 크기 비교 부등식이다. 즉 어떤 식의 거리 비교를 하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비록 해석학에 사용되기는 하지만 당연히 기하학이다. 임박사가 헛갈리는 것도 이해가 간다. 미분가능성을 재는 척도를 거리로 나타냈는데, 이제 이 것리가 어떠어떠하니까 대상은 미분가능하다고 한다면 이것이 해석학인가 기하학인가? 그러니까 두 함수 f, g에 대해서 {f+g}(x) = f(x) + g(x) 를 계산하는데 덧셈을 한 것이니까 대수학인가 아니면 함수를 계산한 것이니까 해석학인가? 이 부분만을 보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덧셈의 대수적 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면 대수학에 가깝고 덧셈 계산만을 쓴다면 해석학에 가깝겠지. 그러니까 거리랑 위상도 거리, 위상의 기하학적 성질을 사용하면 기하학에 가깝고 단지 거리 위상은 말만 나오는 것이라면 해석학에 가까울 것이다. 이름에 붙은 함수해석학(정확히는 '범함수 해석학')은 당시의 새로운 학문의 하나로서 해석학이라는 말이 붙은 것이다... 마치 위상수학은 당시에는 위치의 해석학(analyse situs)라고 붙은 것처럼... 그 이전의 수학은 계산법(=미적분=calculus=ODE)와 (복소)함수론과 새로운 대수학과 기하학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 situs도 functional도 그 때까지는 못보던 것들이어서 여기다 분석(해석)이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이 당시 시작된 것이 모두 PDE 이론으로 수렴되다 보니까, 즉 모든 이론을 제대로 전개하고 나서 보니까 PDE만 해결하면 되는 상황이 되어서, 함수의 새로운 이론이 해석학으로 굳어졌다고 보인다. 물론 미분기하학의 문제 (대표적으로 극소곡면)도 PDE로 귀결되었고 이런 입장에서는 미분기하학도 해석학 같이 된 것이 맞다.


20세기 함수해석학이 수학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지만 이것은 결정적으로 선형이론이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국소이론 밖에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처음에 이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벡터 공간 전체에서의 이론은 국소이론이고 벡터 공간의 열린 부분집합에서의 이론은 대역적 이론을 포함한다는 것이 무슨 말인가...? 를...) 즉 사람들이 진짜로 풀고 싶은 문제는 비선형 문제이고 이것은 본질적으로 우리가 보는 함수(PDE의 잠재적 해)를 모두 모은 공간이 굽어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무한차원 곡면을 생각해야 한다면 다시 본질적인 기하학 문제가 대두된다. 20세기 말의 해석학은 이 근처에 서서 비선형으로 들어갈까 말까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 아니면 들어가야 하는데 발 디딜데도 없고 문도 잘 안보여서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할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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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오래 전에 LaTeX에서 새로 나온 xparse 패키지를 쓰라는 말을 들었다. 이와 함께 expl3인가 하는 것도 있다. 노바 데히님도 호제님도 이를 공부해서 좋은 매크로들을 만들고 있는데 나는 게을러서 읽어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며칠 전에 호제님이 다시 이의 장점을 말씀하셔서 큰 맘 먹고 (매뉴얼은 안 쳐다보고) 이에 대한 간략한 소개 아티클을 찾아 읽었다. 좀 복잡하지만 쓸모도 있는 명령들을 주었기에 그 소개 아티클을 따라서 우리말로 설명을 만들어 보았다. 자주 쓰게 될지는 모르지만 잘 쓰게 된다면 좋겠다.


설명서는 LaTeX으로 편집해서 pdf 파일로 올려놓는다.


xparse_intro.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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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수학그룹에 올라온 질문 중에 "고교 수학 교육과정을 따라가며 힘들거나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질문한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답을 해서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댓글마다 여러 이야기가 있다. 이 중의 몇 개에 대한 댓글을 여기다 단다. (순서는 대략 댓글 순서다.)


기하에서 보조선 긋기 기하에 보조선을 긋는 방법을 설명해 주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것이 여러 사람이 느끼는 것일 것이다. 기하의 보조선 긋기는 왜 중, 고등학교에서 배우는가 하면 이렇습니다. 이것 자체는 우리가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논증기하와 보조선에 의존하는 기하를 배우는 목표로 2차원, 3차원 공간지각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것 뿐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는 꼭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와중에 수학에서는 하나의 완성된 이론의 전범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기하를 배우면 몇 가지 기본되는 정의, 정리 등을 배우는데, 이것을 실제에 활용하게 되면 정리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실제 문제를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이 다루는 법이라는 것은 한두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하를 빌미로 수학이란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라는 것을 한 번 보여주고 싶은 것인데, 이론과 공식만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적재 적소에 아이디어를 내서 적용하는 것이 진짜 공부하는 것임을 잘 볼 수 있는 쉬운 수학이 기하이기 때문입니다. 

보조선 하나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데도 이것이 쉽다고 말하는는 것은 이것은 그래도 눈에 보이는 대상이고 문제니까 답을 알면 자기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지요... 그래서 쓸데 없어보이는 문제더라도 꼭 한 번 가르치고 싶은 것입니다. 혹시 배운 것을 써먹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는 과목이 생긴다면 아마도 기하는 교육과정에서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요즘 중요해지고 있는 내용은 이산수학과 기하학입니다. 이 과목에서도 몇 가지 공식만 배우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헤매면서 이런 도구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꼭 가르치고 싶은 것이지요. 대학에서 보조선 긋는 문제 필요없다고 안가르칠 그런 문제가 아닌 것이지요.


솔루션 매뉴얼 솔루션 매뉴얼 없이 공부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고 질문한 사람이 있었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는 솔루션 매뉴얼 하나도 없었어요. 책의 뒤에 홀수번 답조차도 없었지요. 그래도 다 공부하고 잘 했습니다. 내가 솔루션 매뉴얼을 잘 활용한 한 번은 대학원 학위 자격시험 때였습니다. 그 때 이것을 써 보고 시험을 위한 준비, 그리고 주어진 내용을 짧은 기간 내에 일정한 수준까지만 정말 잘 이해하려면 솔루션이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보려면 솔루션 매뉴얼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냥 보고 외우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제대로 수학을 이해하는 데는 이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생각으로 설명해 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솔루션을 참고하지 말라는 선배가 조금 있다는 말은 아직 잘 모르는 것이지요. 수학을 제대로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은 모두 그것을 사용하지 말라고 할 것입니다.


증명 증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풀이법만 가르치는 우리 현실을 지적한 댓글도 있다. 물론 한 가지만 가르치는 것은 나쁘지요. 증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증명은 몇 가지 효능이 있습니다. 우선 증명은 논리적으로 완벽한 하나의 체계를 갖추는 방법입니다. 이것도 없으면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둘 째, 증명을 따라가면서 내용을 머리 속에서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뭔지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데 증명을 따라서 이해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셋 째,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증명이 효과적입니다. 내 생각에 빠진 틈은 없는지 보려고 하면 증명해 보다가 찾을 수 있습니다. 증명은 수학에서 한 가지 방편이고 전부는 아닙니다. 수학을 이해하는 데는 계산도, 그림도, 응용문제 풀이도 모두 중요하다. 물론 증명이 중요합니다.


교과서 "학생들의 why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완벽한 교과서를 보고 싶어요."라고 했고 물론 그 댓글에 완벽한 교과서란 없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왜에 대해서 답하지 못하는 수학은 물론 문제가 많은 것이지요. 만족할만한 답을 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요. 만족할만한 답은 그 내용을 다 알고 이해하고 난 다음에야 있는 것이니까요. 단지 충분한 동기를 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시간이 문제지요.

   교과서가 이런 역할을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도 조금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손에서 벗어나서 우리가 가르치게 됐을 때는 우리나라가 너무 경제적으로 열악해서 교과서를 사서 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요. 그래서 나라는 교과서를 정말 싸게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책이 너무 두꺼우면 책값이 비싸지므로 책의 분량을 제한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고등학교 수학교과서는 몇 쪽 이내로 쓴다 하는 제한이 있지요. 대신 교과서 값은 정말 쌉니다. 이제는 선택해야 하지요. 미국처럼 수백쪽이나 천쪽이 넘는 책을 만들고 돈을 좀 내도록 할 것인지...


교육과정 새 교육과정에서 구분구적법이 빠진다거나 수열의 극한 없이 함수의 극한을 배운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이유를 가졌을 것이고 댓글에 언급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것이 없으면 나중에 여러 가지 분야에서 수학을 사용할 때 개념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안 배워도 논리적 문제가 없는가 하는 것은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수학도 수학을 전부 배운 것은 아니니까 필요한데 모르는 것이 많았지요. 새 교육과정이 무엇인가 조금 빼도 그런채로 공부한 다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면 되는 것은 맞지요... 새 교육과정에서 문제인 것은 뺀 것은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새로운 내용이 더 들어가야 해서 예전 것에서 몇 가지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배우는 내용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빠지는 것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3차 교육과정 정도에서는 하나의 완벽한 체계로서의 수학을 가르쳤습니다. 비록 이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의 체계를 적절히 조합한 것일지라도 그 체계는 매우 훌륭했는데요. 지금의 교육과정은 이런 체계는 무시하고 수준만 맞춘 이상한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만 든다면 맨 처음 교육과정에서 빠지게 된 "원순열"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물건들을 동그랗게 늘어놓는 방법의 개수를 세는 것인데요. 특히 염주순열이라고 빨간 염주 몇 개와 하얀 염주 몇 개를 이어서 동그란 목걸이를 만들 때 나타나는 모양의 개수를 세는 문제가 복잡합니다. 염주순열이라고 불렀던 듯합니다. 이 문제가 왜 있는가 하면 경우의 수(합의 법칙과 곱의 법칙)를 배우고 기초적인 공식인 순열과 조합을 배우고 나면 이것을 현실에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기하에서 보조선 긋는 것에 해당하지요.) 이 모든 것을 한 문제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염주순열이 아주 적당합니다. 경우를 조금 나눠야 하고 각 경우에 개수를 세는 것은 공식을 사용할 수 있고, 세기의 기초가 되는 도형을 활용합니다. 그러니까 아주 훌륭한 연습문제입니다. 그래서 순열, 조합 단원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 한 문제였지요. 이 문제는 당연히 앞의 다른 문제보다 어렵습니다. (이것은 기하에서 단순한 삼각형의 각의 계산 같은 것보다 보조선 긋는 문제가 어려운 것과 똑같지요.) 이것을 빼면 순열, 조합 단원이 절름발이가 되는 것입니다. 꼭 마찬가지로 삼각형, 사각형 평행선 다 배운 다음에 보조선을 하나라도 학생이 그려야 하는 문제는 못 물어보는 것과 똑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염주순열을 뺀 사람은 염주순열이라는 좋은 말이 있어서 요것만 빼자 한 듯이 느껴집니다. 기하에서는 보조선 긋는 문제에 다른 이름이 없어서 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대신 기하에는 다른 말을 하지요. 기하 문제는 전부 어려워서 기하를 모두 빼자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정상이지요.


학원 고등학교 수학을 학원가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면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당연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문제는 짧은 시간(예를 들면 2년) 안에 우리나라 입학 시험에 합격할 만큼을 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육과정은 무엇이 문제인가? 외국은 어떻게 하는가? 하고 생각해 보지요. 고등학교 공부는 교과서와 문제집 가지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입니다. 외국에서는 수학을 잘 모르겠으면 조금 못한 (어떤 때는 많이 나쁜) 대학에 들어가서 천천히 수학을 공부해도 됩니다. 고등학교도 1년 더 다녀도 됩니다. (반대로 빠른 사람은 2년에 졸업해도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안 된다면 (학교가 하게 해 줘도 안된다면 이란 뜻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것은 수학이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이지요. 적어도 나중에 취직할 때 고등학교 1년 더 다녔다는 것이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저라도 그런 것은 문제삼지 않을겁니다. 일을 잘 하는가가 관건이지요. 


엄밀하지 못한 강의 "미적분 정의도 모르고 공부했다"고 불만인 사람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선생님은 대학에 가서 배운다고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에는 두 가지 면이 있지요. 우선 입시 문제를 풀기 위해서, 특히 많이 이론적으로 어렵지 않은 선다형 문제라면 생각을 많이 하면 점수에는 불리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내용을 많이 또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수업 시간이 많지 않은데 제대로 된 설명과 "왜"에 대한 질문 대답 등은 많은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이를 잘 안 하려는 것입니다. 또 이러다 보니까 선생님들이 잊어버리고 잘 모르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수학을 제대로 익히려면 이런 질문이 중요하고 이를 설명해 주는 많은 예와 반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 과정이 실제로 문제 풀이와 연계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현재 우리 수업은 이런 것이 불가능합니다.


수1의 어려움 고등학교 후반부의 미적, 기벡 등에 비해서 수1 부분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수1 부분은 보통 대수와 기하라고 하는 기본 사고 및 계산 방법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아무리 오래 공부해도 더 공부할 것이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 같은 수학자가 평생을 공부해도 계산방법은 극히 일부밖에는 모를 정도이죠. 그러니까 익숙해져서 쉽게 계산을 활용하고 그림을 머리에 그릴 수 있게 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미적분은 몇 가지 계산방법만 배우면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더 생각할 것이 없죠. 즉 미분가능한 함수를 미분하는 것은 아주 쉬운 문제입니다. 적분에서도 치환적분과 부분적분을 다룰 수 있게 되면 충분하고 이조차도 대부분 수1 식의 계산이 복잡해서 잘 못할 뿐이지요. 

   미적분이 수1 보다 더 고급 수학인 이유는 모든 점에서 미분이 가능하지는 않은 함수들을 다루다 보면 아주 복잡해서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것들이 나타나고 이것을 잘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계산을 해 봐야 하는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죠. 이것은 대학 수학을 다 공부해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고요. 심지어는 어려운 적분을 모두 잘 이해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울 때가 많아서 미적분이 수1의 내용보다 더 나중에 개발되고 아직도 이론을 연구중인 이유이지요. 고등학교는 미적분 문제에서 한계를 딱 지어 놓았으니까 어렵지 않지요. (수1 부분은 한계가 없어요. 1700년대까지 계산하던 내용이므로 고등학생들은 이것을 모두 잘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문제의 유형 시험문제가 유형 위주로 되어 있는 것이 싫다는 답글이 있었다. 문제를 풀 때 처음 본 문제라고 생각하고 풀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를 내고 유형에 따라 생각하지 말고 풀라는 것은 요즈음 고등학교 문제들이 가진 가장 나쁜 문제점이다. 이 교과과정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수학 문제를 이렇게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유형에 따라서 답을 찾을 때 간단하게 적히는 (정답지만 봐서 몇 줄 안되는) 문제가 쉬운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선생님들은 이런 문제만 가르친다면 선생님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공부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일이 쉬워진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처음 보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문제들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짧은 시간에 풀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유형별 풀이법을 생각없이 (이것도 이유를 생각하면 시간이 많이 뺏긴다)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교육적으로도, 나라의 경쟁력을 생각해도 가장 나쁜 교육의 표본이다. 단지 행정하는 사람들만 교육의 문제들을 설명하는데 드는 노력이 없어 편한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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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 페북에 데이터 분석을 하려면 수학을 얼마나 공부해야 하나 하는 질문이 있었다. 아마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일텐데 대부분 조금만 하면 좋겠는데 무엇을 해야 하는가가 궁금할 것이다. 데이터 분석에 관심이 부쩍 늘어나는 중이라 나도 이 질문의 답이 궁금하다. 답글 달린 것처럼 많이 알면 좋겠지만 시간이 부족하니...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 된 웹페이지 하나를 보면 몇 가지 수학을 들고 있다. pie chart를 써서 나타내 준 것에는... linear algebra, prabability, statistics, multivariate calculus, algorithm & complexity 등등이 있다고 되어 있다. 이것은 아마도 누구나 알아야 하는 것이겠다. 앞의 세 가지는 꼭 필요한 것이고, 뒤의 algorithm 등은 코딩을 조금은 알아야 하니까, 또 날코딩은 안 하더라도 남이 만들어 놓은 코딩은 이해할 수 있어야 하니까... 그리고 요즘의 deep learning은 무슨 1억개 변수인 함수의 최대최소를 다룬다는 사실 정도는 파악할 수 있어야 하니까 다변수해석학의 개념은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것만이면 되는가? 글쎄 잘 모른다. 지금 새로 생긴 분야. 이제부터 왕창 발전할 분야를 제대로 사용하려면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라고 물어보면 지금 아는 사람은 없다. 단지 유추해볼 수 있는 몇 가지 곁가지 사실을 보자. 


1970-90년대에 데이터분석을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부하던 것이 있다. 소위 조합론(combinatorics)인데 특히 기하학적 조합론 또는 조합론적 기하학(combinatorial geometry)이다. 당시에 마구 주어진 데이터(보통 고차원이다)를 공간에 찍어놓고 구조를 찾으려고 이 점들을 연결해 놓고 연구했다. 이것은 graph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것들에 대해서 알려진 사실들이 많다. 새로운 시대의 데이터 분석은 이런 기법을 활용하는 것도 한 몫 할 것같다. 이런 수학 지식은 위에 나열한 데에는 없다. (사실 이것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수학분야쪽에 들어간다.) 


많은 수를 다루는 데서 가장 기본적인 도구는 특정한 종류의 대상이 몇 개인가를 세는 것이다. 이것을 counting이라고 하고 사실 수학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들이다. 고등학교 때는 경우의 수라고 해서 배운 것인데 몇 개의 공식만을 활용해서 문제를 풀 수 없는 독특한 과목이었다. 대부분 수학과목이 몇 개의 공식만 잘 이해하면 끝나는데 그렇지 못한 분야가 몇 개 있다. 조합론이 그런 분야이고 고전 논증기하가 그런 분야이다. (counting을 요즈음은 초등학교에서 `헤아리기'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그런데 데이터를 다루려면 이 counting이 기본이 될 수밖에 없고 이것은 컴퓨터만으로는 잘 셀 수 없다. 최근에 우리나라 수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허모박사도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는 대수기하학의 방법을 써서 아무도 못 푸는 counting하는 문제도 풀고 해서 유명한 것이라 한다. 이것이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 바로 사용될 수도 있을만한 내용이라는 점이 함정이다.


배경지식은 이만큼 하고, 그러니까 데이터 분석을 하려면 수학을 얼마나 공부해야 할까? 


이렇게 이야기하자. 내가 보는 바로는 미래에 데이터를 분석하는 사람은 한 가지 관점에서 보아 두 가지 그룹으로 나뉜다. 관점은 수학을 얼마나 사용하는가이고, 두 가지 그룹은 당연히 수학을 조금만 쓰는 사람들과 많은 수학을 필요에 따라 찾아보면서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사람들은 어떻게 다를까. 수학을 조금만 쓰는 데이터 분석가의 수는 매우 많아질 것이다. 특히 새로 나오는 컴퓨터 기법을 익히고 수학을 조금만 쓰는 사람은 예전의 기법을 배운 사람들보다 경쟁력이 높을 것이므로 기업/개인은 계속해서 젊은 사람들을 싼 값에 쓰려고 할 것이고 과당경쟁으로 출혈경쟁이 될 가능성이 많다. 지금도 여러 가지 일에서 이런 현상을 많이 본다. 예를 들면, 지금도 하지 말라고 하는 날코딩하는 기사와 비슷한 처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수학을 많이 이해하고 사용할 줄 아는 데이터 분석가는 나름 경쟁력을 가질 것이다. (수학을 잘 아는 사람은 항상 수가 매우 적다는 가정이다.) 이런 사람을 필요로 하는 곳은 지금보다 매우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단지 내 바램만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람들은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많다. 즉 이 직업에서도 극과 극으로 갈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래는 모든 것이 이렇게 극과 극으로 갈린다. 한 동안은 그럴 것이다.(아마도 10-30년. 그리고 그 이후는 전혀 감도 안 간다.) 이럴 때는 차별화돼야 한다. 다시 말하면 조금만 준비하면 들어올 수 있는 부분은 너도 나도 경쟁해서 결국 도움이 안 된다. 전 세계 사람들에게 완전히 까 놓고 "나는 이렇게 이런 것을 한다"고 알려줘도 따라 들어오기 어려운 것을 적어도 하나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된 위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제부터 경쟁은 전 세계 경쟁이니까 국내 법에 근거한 어떤 보호장치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수십년 전부터 미국의 모든 AS 응대 서비스는 인도 같은 곳에서 한다. 물론 질이 매우 저하 됐다. 하지만 비싼 돈을 쓰면서 고급 AS하는 회사는 더 이상 없다. 우리나라 삼성/엘지만 그런 듯하다.


이런 미래를 생각하고 데이터 분석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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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미래를 계획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필요한 일이 있기도 하다. 요즘 읽어보는 글들을 보면 미래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애에 평균 10번도 넘게 직업을 바꿀거라고 한다. 어떻게 그런 예측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놀라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수학을 가르치면서 보면 요즘 학생들은 꼭 필요한 공부만 쏙 빼놓고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래를 살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미래에도 수학공부를 해야 하나? 미래에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해 보지만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페북에서 본 어떤 미래학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은 사회가 대대적으로 변하는 변혁기이다. 아마도 르네상스가 시작하던 시기, 산업혁명으로 정신없던 시기, 조선이 생기던 시기, 조선 말기의 혼란기, 6.25를 지나고 정신없이 일하던 시기보다 더 심한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전공이 수학이라 "미래에도 수학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은 자주 생각한다. 답은 yes와 no가 혼재한다. 본질적으로 생각안하고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질문의 핵심이다. 생각을 해야 한다면 수학공부를 해야 한다. (수학은 생각의 핵심이다.) 혹시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공부는 안 해도 된다. 이 이분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혹시 생각은 해야 하지만 뭔가 좋은 기계가 생겨서 대신 생각해준다면...? 하고 상상해 볼 수 있겠다. 모르기는 매한가지지만 혹시 200년쯤 후에는 이런 일도 가능하겠지만 아마 20년 정도 후에도 사람은 자기가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다. 


그러니까 good news인 no라는 답 부분은 지금 공부하는 수학은 많이 안 해도 될거 같다는 것이고, bad news인 yes라는 답 부분은 지금 수학은 필요 없지만 다른 수학이 나타나서 나를 공부해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하던 수학은 어떻게 되는가? 또 잘은 모르지만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떤가? 그러니까 요즘 나오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예전에 손으로 고생해서 하던 계산을 모두 시간도 안 걸리고 계산해준다. 틀리지도 않는다. 이런 것은 예전만큼 고생하며 익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의 공부 단계를 보자. 고등학교 1학년에 온 힘을 바쳐서 연습하는 것은 이런 다항식 계산이다. 그런데 그 원리와 작동 방식은 자주 봐서 잘 익혀나가야 하지만, 틀리지 않으려는 연습을 빼도 된다면 아마도 필요한 시간이 반도 안 될것이다. 그러니까 배울 수 있는 내용은 늘어난다. 예전에는 계산이 안 되는 사람은 미적분을 못 배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나는 나이가 들어서 계산하면 항상 틀리지만 미적분은 학생 때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계산을 꼭 알아야 하지만 미적분을 잘 알기 위해서 계산을 꼭 틀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미적분을 일찍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미적분은 사실 별로 많은 것을 익히지 않아도 된다.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은 다항식과 함수의 계산이지 미적분 개념이 아니다. 


미래를 보면 지금은 없는 여러 가지 새로운 직업이 난무한다. 이것들은 모두 창의적 생각이 가미된 직업이고 단순노동 (계산도 여기 포함된다) 같은 것은 안 해도 되는 직업뿐이다. 그러니까 물리적 단순노동은 로봇이 해주게 되고, 정신적 단순노동은 컴퓨터가 해 준다. 사실 고급 정신노동도 컴퓨터가 leaning을 가지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을 것이지만 이것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는 확실치 않다. 적어도 지금은... 그러니까 생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수학적 생각" 방법을 연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수학의 공식을 바로 쓰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수학에 나타나는 정말 여러 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한 가지씩 필요에 따라 뽑아 쓰고 싶은 것이다. 즉 미래를 사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수학을 알아야 할지 모른다. 내가 전공하는 리만기하학의 내용도 모두 다 알고 그 핵심인 접속connection이 어떻게 벡터장 같은 변화하는 물리적 양을 미분해주는지를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을 계산하라 했을 때 나타나는 텐서 계산을 손으로 하는 것은 안 해봐도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컴퓨터가 잘 한다.


이런 생각 끝에 상상되는 것은 미래에는 배우는 수학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단지 배우는 데 만 보면 시간은 훨씬 덜 걸릴 것이다. (계산 연습이 많이 빠지니까. 완전히 빠지지는 않지만...) 즉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선행학습 금지당한 많은 것들을 겉핥기 처럼이라도 알고 나갈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아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할지도 모른다. 컴퓨터의 도움을 옆에서 받으면서... 그리고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 특히 예술적 창의성을 적용하는 데, 그 대상이 지금은 박사를 받아도 들어본 적도 없는 수학 공식들이고 그것도 지금 한 명의 박사가 아는 내용의 10배나 100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수준인 그런 사람들이 온 세상에 깔려 있는 세상이 상상된다면...? 이런 사람들을 키우려면 이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런 사람이 되려면, 공부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있는 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그런 기본적 구조에 컴퓨터의 계산력을 곧바로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 하느라고 매 번 컴퓨터를 기본 언어에서 부터 코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당연히 최 첨단의 언어, 모든 코딩이 다 구비되어 있는 프로그램에서 그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시간이 걸리지 않고 이 복잡한 과업을 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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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신문에 서울대 사학과 3개 (국사, 동양사, 서양사)가 통폐합해서 사학부로 된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와 함께 1950년대 말에 (어떤 학과는 1940년대에) 여러 학과로 갈라졌다가 근래에 들어서 다시 하나로 합친 학과들의 역사도 도표로 나왔다. 


우리가 대학을 다닐 당시는 모든 학과가 분리되어 있었다. 예를 들면 2000년대 들어서도 고려대에는 전기, 전자, 전파 등이 유사학과이면서 나뉘어 있었다. 사회적 필요나 여러 여건상 학과가 나뉘기도 하고 합쳐지기도 한다. 단지 나뉘기는 쉽고 합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람 사는 세상인 점은 어디나 마찬가지이다.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 기사 맨 마지막에 실린 서울대 어느 관계자의 커멘트인데 애초에 분리된 이유가 "전공 교수들 사이의 갈등과 주도권 다툼" 때문이라고 하고 이 교수들이 은퇴하면서 합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위의 나누기 쉽고 합하기 어려운 데에 이러한 갈등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실제로 학과가 나뉠 때의 상황에는 다른 문제가 있었다.


예를 들어 생물학과 3과가 생겨날 당시 학과 안에서는 많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직접 보지도 못하고 전공도 문외한이므로 자세한 것은 알 길이 없으나 이리 저리 따져보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1. 세 가지 전공, 동물, 식물, 미생물이 서로 다른 것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2. 동물학과 식물학은 이미 낡은 것이지만 대부분의 교수가 이것을 전공하고 있는데 갑자기 미생물학 중심의 학과로 변모시키려고 하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마 대안이 없었을 것)
  3. 생물학은 그 크기가 자꾸 커지는 중의 학과였는데 대학은 학과의 교수 정원이 학생수에 비례해서 정해져 있다. (학교는 이런 것을 개선하지 않음)


이 가운데 1, 2번은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고 이러한 일이 있으면 없던 갈등도 생긴다. 그러니까 교수 사이의 갈등은 이런 상황이 야기한 부분이 크고 학교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당시는 그런 능력은 전무했다고 보인다. 한편 3번 문제는 매우 중요한 문제였는데 학교 당국은 이런 것을 개선할 의지가 없었다. 당시 문교부의 정책이 학생 일인당 교수수라는 지표 하나만 떠받들고 있었으니까 모든 학과에 이 지표를 적용하면서 어느 학과의 교수수를 파격적으로 늘려줄 생각은 안하고 못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위의 관계자 말이 틀린말은 아니지만 자칫 잘못하면 당시 교수들을 매도할 수 있는 발언이다. 실제로 당시에 우리가 느끼던 것은 갈등도 많이 있었지만 될 수 있으면 학과를 늘리는 배경에는 학과를 분리하면 교수를 두 배로 뽑을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 덤으로 학과장 자리도 두 개가 생기고 대학 안에서 그 전공의 목소리도 두 배로 커진다. 아마 이 상황을 생각하면 교수의 갈등 보다 학과의 정원이 제한돼 있는 상황이 더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대학들의 생물학부가 교수 200명이었던 1980년대의 상황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수학과는 보통 60-100명. 서울대 같은 대규모 공립 대학의 예이다.) 이런 붐을 타고 천문기상학과는 천문학과와 기상학과가 됐고 여러 학과들이 분리되어 나갔었다. 


상황이 변하여 학과의 크기가 커질 수 있게 되고 각 학과 교수들의 전공이 변하고 나니 분리할 요인이 모두 사라져서 합하는 것이 더 이익에 맞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통합이 필요한 곳이지만 상황이 아직 맞지 않는 것이 교육학 학과들이다. 수학과와 수학교육과는 합하여 외국처럼 운영하여야 한다는 생각은 1970년대부터 존재했다. (실제로 1975년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로 이전할 때 두 학과는 같은 건물 안에 배치되었었다.) 하지만 교원 자격을 사범대학 졸업자에 한정하면서 이 두 과가 합할 수 없게 하는 힘으로 작용해왔다. 학교 관계자라면 이런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옮을 것이고, 자기 학교 교수들의 갈등이 전부인양 이야기하는 것은 상황을 호도하는 잘못된 생각이라고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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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후속 글 (2)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 붙여 둔다.


오래 동안 조금씩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에서 일하면서 여러 가지 에디터나 워드프로세서를 써 봤다.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해서 대놓고 쓴 것은 몇 안 되지만...) 내가 에디터를 쓰는 이유는 창작이 주가 아니라 편집이 주된 목적이다. 다시 말하면 내용이 있는 긴 글들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글은 (머리 속에서라도) 대충 만들어져 있는데 이것을 보기 좋게 뽑고 싶은 것이다. 창작글을 쓰는 것을 생각한다면 여기의 논의는 별 관련이 없다. 누군가가 Scrivener 같은 앱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보면 좋을 것이다.


내가 만드는 문서는 대부분 짧다 길어야 10쪽를 넘지 않는다. (아주 예외적으로 오래 걸려서 만든 논문 같으면 20쪽 이상 되기도 한다.) 보통 시험 문제지, 간단한 정리 노트 등으로 보기 좋게 만들거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한 경우이다. 하지만 분야 특성상 수식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이미 예전부터 모든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삶이 편안하려면 욕심을 버린다. 예쁜 문서나 내 머릿속에 있는 바로 그런 문서를 만드는 것은 포기한다. 문서 작성의 방법을 조금 보다 보면 이 대부분의 상황을 보편적인 기호와 편집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까 옛날 사람들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똑같고 단순한 편집방식 만으로 이를 표현하는 방법을 다 만들어 두었다. 심지어는 동양에서도 책을 만드는 방식은 매우 단순하게 복잡한 것을 표현한다.)


이것이 tex이다.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을 문서 형태로 표현하는 모든 방법을 명령으로 정리한 것이고, 실제로 대단히 많지도 않다. LaTeX이나 memoir의 대부분의 명령은 역시 표현 도구라기 보다는 디자인 도구이다. 이것을 다 버리고 최소한으로 살자는 것이 내가 알게 되었던 방법이다. 꼭 써야 할 것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장절 구분, (2) 수식, (3) 글꼴의 스타일, (4) 리스트 (번호매기기나 불릿), (5) 인용문 (들여쓰기), (6) 그림 넣기, (7) 도표 그리기, (8) 링크 걸기, (9) 각주 붙이기 (10) 코드 삽입 정도.



몇년 전에 도은아빠가 알려준 Scrivener와 mmd는 이에 딱이다. 위에 말한 것처럼 내용 많고 복잡한 글을 쓰는 데는 Scrivener가 딱이지만 나는 이런 글 별로 안 쓴다. 주장이 딱 하나인 것만 쓰니까 이 앱은 별로 쓰게 안 된다. (나중에 소설이나 쓰면 혹시...) 하지만 MarkDown(md) 기법은 위의 사항 중에 수식 정도를 빼면 모든 것을 거의 아무 일도 안 하고 할 수 있다. 나중에 좋은 output을 위해서 md 문서를 tex으로 바꿀 수 있게 되어 있고 이것은 아주 조금 더 발전된 MultiMarkDown(mmd)이란 것을 쓰면 된다. mmd를 쓰면 위의 모든 것을 손쉽게 만들고, 간단히 pdf, html, epub 정도로 저장할 수 있고, 필요하면 한번에 tex으로 바꿔서 멋진 pdf 문서로 만들 수도 있다. 책 수준까지도 장절을 모두 나눌 수 있으니까... md나 mmd란 것은 웹상에서 wiki라는 페이지를 만드는 문법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고 보면 되고 배우기도 아주 쉽다. tex이나 하안글에서 뭔가 하는 것보다는 정말 쉽고 직관적이고 그리고 txt 파일로 아무 포맷 없이 저장하게 된다.


최근에 간단히 만드는 문서는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봤다. 시간도 절약되고 머리도 복잡하지 않다. 내 컴 사양은 몇년 된 MBAir이고 그 위에 TextMate+Marked2로 작성하며 이 상태에서 pdf로 저장하기도 하고 mmd2tex이라는 Fletcher씨가 만들어놓은 명령어로 바로 latex으로 전환한다. 이 모든 것은 도은아빠가 최적화된 방식을 찾고 한글을 넣을 수 있게 조금 modify한 버젼이다. 인터넷을 뒤지면 이것은 올라와 있다. (어디있지?) 이렇게 되면서 내가 쓰게 되는 텍 명령어는 정말 줄어들었다. 수식도 그대로 \\(, \\) 사이에 쓰면 되고 아주 가끔 noindent 정도의 명령이나 vskip 정도를 넣어주면 아주 근사한 문서가 생긴다. mmd가 Scrivener처럼 config 파일을 하나 두고 이 속에 코드 변환 사전을 넣어서 자동으로 변환시켜주게 하는 기능이 생기면 Scrivener는 거의 완전히 필요 없을 것이고 텍도 자유자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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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며칠 전에 hoze님이 ktug 게시판에 써 주신 글을 보고 적어둔다.


신기술 전파(Diffusion of Innovations)에 대한 이론이 있는가 보다. 깊이 있는 이론이라기보다는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지표 정도의 이야기 같기도 하지만 쓸모 있어 보인다. 특히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섞여 있는 사회에서 이런 지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편리하겠다 싶다. 간단히 분류 내용만 정리해 둔다. 이미 hoze님의 글에서 TeX을 사용하는 마음가짐으로 이 분류를 적용해 보셨다. 이것은 위의 링크를 따라가서 보시고 여기서는 원래 분류를 어떤 사이트에서 정의를 옮겨 놓은 것을 간단히 번역해 둔다.


'신기술 전파'라고 하는 말은 내가 쓴 것이고 우리 위키피디아에서는 '혁신의 전파'라는 말을 쓰고 있다. 


우선 이 이론은 시장(market)에서 고객이 새로운 제품을 받아들이는 자세나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구별한 것이다. 따라서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이 시장에서 퍼져나가는 것은 단순한 통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서로 겹치는 물결처럼 퍼진다는 이론이다. 이 신기술 제품의 전파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패턴을 보인다: 혁신가(innovator, 2.5%),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13.5%), 초기 다수자(Early Majority, 34%), 후기 다수자(Late Majority, 34%), 늦깍이(Laggards, 16%). (이것은 한국어 위키피디아의 번역어를 따랐다.) 즉 전체 분포를 표준편차를 경계로 나눈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혁신가: 혁신가 집단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이런 것이 들어간 상품을 맨 먼저 사용해 보는 집단으로 그 수는 매우 적다. 이런 집단의 특징은 도시 중심이고 위험부담을 견뎌낼 자금력이 있으며 변화와 새로운 경험하기를 좋아한다. 이들은 이런 상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정보 창구를 많이 가지고 있다.


얼리 어답터: 혁신가에 이어서 새로운 아이디어나 상품을 사용해보는 비교적 적은 수의 집단이다. 이들은 자신의 직감이나 선견지명에 의지하여 조심스럽게 상품을 선택한다. 이들의 교육수준은 평균 이상이며 이들의 마음을 끌 수 있어야 상품이 성공할 수 있다.


초기 다수자: 이 집단은 대체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나 상품을 사용해 보는 다수집단이다. 이 집단 사람들은 보통 이러한 새로운 상품이 실제로 쓸모있게 사용되는지를 확인한 다음에 이를 사용한다. 이 집단 사람들은 혁신자나 얼리 어답터에 비하여 교육수준이 낮으며 사회적 이동성이 적다.


후기 다수자: 이 집단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상품을 사용해보는 데서 비교적 소극적인 다수집단이다. 이 집단 사람들은 앞의 집단보다 나이가 더 들었고 교육수준은 더 낮다.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평균 이하의 수준에 있기 쉽다. 따라서 새로운 아이디어는 꼭 써야 할 상황이 아니면 안 쓴다. 이 집단은 선전/광고에 별로 영향을 받지 않으며, 주로 친구/이웃의 추천에 의존해서 결정한다.


늦깍이: 이 집단은 가장 늦게 새로운 아이디어에 접하는 집단이다. 이 집단 사람들은 대부분 고령자이며 겅제적 수준도 낮다. 이 집단은 친구/이웃이 거의 유일한 정보 창구이다. 이들은 자신이 꼭 사용해야 할 상황이 하니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분류는 당연히 개략적 분류일 뿐이다. 아래로 내려올수록 경제적으로 낮은 수준에 있다거나 교육적 수준이 낮다는 것도 전체적인 경향일 뿐 개인에 바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이러한 경향에 놓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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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길어서 본문을 파일로 올려둡니다.


간단히 서론만 다음과 같습니다.





페북에서 학생들 상대로 수학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설문조사한 기사를 보았다. 이 기사의 내용은 물론 이해되는 것이지만 거기 나타난 학생들의 의견은 물론 수학을 많이 공부해보지도 않은 것이고 또 삶을 살아본 다음에 하는 이야기도 아니므로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단지 현장의 학생들은 수학 공부를 어떻게 느끼는가를 말해주는 정도이다. 물론 내가 공부할 때도 이거 어디 쓰는지 잘 몰랐지만 수학을 잘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고 그 사람들의 말을 믿기 때문에 나중에 중요하게 된다는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요즘 학생들이 더 빨리 비판적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잘 못하니까 싫어서 하는 이야기인지? 잘 모른다.

이 기사에 댓글을 단 친구들 중에서 특별히 비교적 정확한 댓글을 단 한 친구의 글 가운데 ``가령 변호사/판검사가 되기 위해 수학 1등급을 받아야 하는건 분명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라는 표현에 내가 딴지를 걸었다. 정말 그런가? 나중에 수학을 잘 안 쓰게 될 사람은 예를 들어 고등학교의 어려운 수학 같은 것은 배울 필요가 없는가? 특히 이런 것을 잘하는 것은 나중에 쓸모가 전혀 없으니까 시간낭비일까?

이 글에서 이런 질문에 답을 해 본다. 단지 내용 중에 대학 수학의 내용도 조금 있다. 읽는 사람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은 빼고 읽어도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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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과 교수를 30년 넘게 했다. 다음 링크의 글이 수학과 졸업 후의 진로의 실상과 허상을 이야기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 글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현장을 몰라서 이런 생각을 못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수학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 글의 내용이 상당히 그럴듯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미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수학과 졸업생에게 열려있다는 보도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결론만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졸업하면 핑크빛 미래가 열려있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면 무엇이 미국과 다른가?


순수수학자로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교육받은 수학자로서 외국과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리나라 교육이 한 단계 도약하여야 한다. 순수수학은 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졸업하고 환영받으려면, (물론 박사는 마쳐야 하겠지만), 외국의 좋은 대학 졸업생만큼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물론 이것이 쉽지 않다. 아마도 서울대, 카.., 포.. 중에서도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해야만 보장된 미래를 가질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에서 박사를 받으면 여기에 도달하지 않는가? 이것은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나도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상당히 복합적이라고 밖에는 말하기 힘들다. 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이 낙후한 것, 학생들이 어려움을 쉽게 지나가려고 핵심 강의를 듣지 않고 따라서 시험 등이 경쟁적으로 쉬워지는 것, 4-5년 안에 실패없이 졸업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교수들이 힘든 과정을 거치게 하지 않는 점, 한 학교의 교수 수가 작아서 여러 분야의 강의와 연구 관점을 들어보지 못하는 것, 전국 어느 곳에도 전문적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 등등이다. 여기서 소위 잘한다는 서카포 학생들도 들어가서 반은 실패 가까운 경험을 하는 미국이나 이보다도 훨씬 힘든 과정을 거치게 하는 유럽 국가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하겠다.


이것은 순수수학 분야이고 보통 사람들은 이 부분은 생각도 않을 것이고 잘 알지도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발전에 당장 도움이 되는 응용 분야를 보자. 이것은 이렇다. 예를 들어 수학을 잘 하고 공부가 끝나면 누가 데려가는가? 미국에는 IBM, Bell, AT&T, Google, Hugh 같은 수 많은 회사들이 수많은 수학박사들을 채용한다. 시키는 일은 따로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면 된다. 그리고 계속 보고서를 낸다. 그 회사들은 왜 이런 짓을 하는가? 그들은 이런 소위 think tank를 운영하고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새로운 문제에 봉착해서 해법이 필요할 때 그들이 그에 대한 해법을 내 주고, 그리고 가끔은 그런 친구들이 생각한 이상한 문제에서 생기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떼돈을 벌게 해 주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면 Lorentz가 Alamo의 연구소에서 할일 없이 쬐꼬만 컴퓨터로 쓸데없는 미방을 가지고 장난하다가 Chaos 이론을 발견한 것과 같이 말이다.)


그래서 한 회사가 한 연구소에 할일 없는 수학박사를 수백명 내지는 천명도 넘게씩 고용하고 일을 (안) 시키고 있다. 우리의 삼성은 (현대, LG 등은 물론이고) 이것을 모른다. 아니면 너무 급해서 이것을 알지만 실행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없다. 그러니가 이공계 출신 CEO가 90% 가깝다고 하는 (정말인가?) 미국에서는 CEO들이 이런 연구집단을 운영하는 것이 죽고 사는 것을 결정하는 하나의 축이라는 것을 보고 있지만, 여기 CEO들은 수학은 커녕 공학자만해도 정말 쬐꼬만거 하나 조금 변형시키면서 큰 돈을 받는 것을 고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 회사가 잘 못하고 있지만 수학을 졸업하고 모두 저런 자리를 찾는 것은 아니다. 수학을 전공하면 잘 간다는 금융공학은 정말 현대 응용수학의 꽃이다.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확률과정론을 응용해서 확률미분방정식이라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괴물같은 것을 다루면서 이것으로 금융의 새로운 도구로 당당히 입성한 금융공학이다. 그런데 위의 글은 이것을 요구하는 자리가 몇 안된다고 하였다. 글쎄 그럴지 난 잘 모른다. 이것은 돈을 벌겠다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싶은 것이다. Simons가 전공자도 아니면서도 어떤 아이디어와 그 기본만 가지고도 세계 몇대 재벌이 되는 것을 보면 이런 것을 잘 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을 수 밖에 없다. 뉴욕의 Wall Street에는 이런 전문가가 10,000명인가 100,000명인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꿈같은 일 말고도 제대로된 보수를 받고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계시는 교수님들 중의 몇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때에 동네 회사의 여러 문제를 프로젝트로 맡아서 일하고 연구하고 논문을 썼다. 예를 들어 한 분은 어떤 공장에서 나오는 배출해야 할 가스를 배출하는 관을 제대로 배치하는 문제를 푸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한다. 배출구의 위치가 있고 이런 가스가 나오는데가 여러 군데 있고 그리고 이 관들을 모아서 배출구로 연결하는데 이 관이 길어지고 돌아가서 뽑아내는데 힘이 많이 들게 되면 배출 팬의 전기를 많이 쓰게 된다. 이것을 최소화하는 관의 굵기, 배치 등을 최적화하면 많은 비용을 절약하게 된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를 맡기는데 든 비용은 공장이 절약하는 배기 비용과 비교하여 보면 단 2-3년이면 본전을 뽑을 것이다. 이런 공장은 우리나라에도 많다. 그리고 이런 것을 알면 공장도 돈을 절약하고 수학자는 일거리가 생기는 Win-Win 상태가 될 것이 뻔하지만... 문제는 공장장은 이런 것을 찾을 생각도 안 하고 있고 (물론 모를 것이다. 혹시 알아도 실제로 절약하는지 믿기 힘들 수도 있다. 아니면 2-3년 후에 본전을 뽑을 투자를 할 생각이 없는지도...) 수학자들은 아무리 이야기하여도 프로젝트를 맡기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즉 그런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응용수학을 하여도 금융공학이라면 경제, 경영 문제를 같이 공부하는 식으로 해서 현장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 비슷하게 다른 분야의 응용수학을 하겠다고 하면 수학을 전공하고 계속 수학공부를 하면서 응용하려는 분야의 공부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는 분명히 경쟁력이 월등하다. 응용하려는 분야(경제학 같이)만 공부한 사람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공부하고 나서 우리나라 회사에서 찾지 않으면 외국으로 가면 된다. 물론 힘든 일이지만 살 길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정도 도전은 할 각오를 해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취직자리를 찾으면 미국에서 수학이 가장 좋은 전공이라는 말과는 상당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금 역동적 변화(좋은 변화도 있고 나쁜 변화도 있다.)의 와중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정화된 선진국같을 수는 없다. 즉 조금은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그만한 보상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삼성도 분명히 이공학을 전공한 CEO를 늘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공학 전문가에게 제대로된 대우를 해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 그런다면 망할 가능성이 두 배는 높아지겠지.) 그 동안 우리는 우리 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팀을 이루고 노력해 보는 것도 해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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