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학회를 거퍼 했다. 아마 욕심이 과한 탓이리라.
우선 AMC2013은 아시아 수학자들의 모임이다. 별로 계획이 잘 되지 못한 듯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생각보다는 잘 치루어진 것 같다. 부산 벡스코에서 6월 30일(일요일) 저녁 무렵부터 시작하여 7월 4일(목요일) 점심 때 끝났다. 내가 맡은 것은 Session 1의 sub-organizer쯤에 해당되는 일이다. 세션 1은 3 가지 전공이 함께 묶인 세션이어서 각 전공마다 한 분씩 3명의 오거나이저를 가진 세션이다. 나는 수학사 파트를 맡았고 국내 2명 국외 2명의 invited speaker를 모셔왔다. 발표할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우려했는데 아시아에서도 여러 사람들이 발표를 신청하여 배정된 시간 slot을 꽉 채웠으니 예상 밖의 일이다.
수학사 파트는 화요일 저녁에 시작하였지만 나는 일요일 저녁부터 가 있었다. (덕분에 일요일에 김홍종 교수가 조화평균에 대하여 소개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도 들을 수 있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한 이틀은 학회는 신경쓰지 말고 이 학회 이후에 계속해서 열리는 수학사학회의 여름컨퍼런스에서 발표할 내용을 준비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학회장에 오고 이사람 저사람 만나고 하다 보니 책을 들여다볼 시간은 없었다. 그리고 화요일 밤에는 나랑 같은 숙소에서 묵은 왕승호 박사와 밤 늦게까지 수학 이야기를 하다 보니 결국 나중에 내가 발표한 내용은 이 때 이야기한 내용으로 대체되게 되었다.
화요일 오후의 발표는 이상구 교수님의 발표로 시작되었고 네팔에서 오신 교수님의 발표 하나로 끝났다. 또 한 분의 발표자는 결국 오지 못하여 발표가 cancel 되었다. 저녁에는 만찬이 있었는데 수백명 (아마 6-700명 정도)의 참가자가 부페 식사를 하는 것은 거의 disaster라고 할 수 있겠다. 긴 줄을 참고 서고 나중에는 새치기 아닌 새치기도 하여 decent한 식사를 마쳤다. 후반에 연주를 해 준 국악 연주단은 동양 몇 나라의 노래를 연주해 주어서 조금 나았던 듯. 부페이다 보니까 식사를 하면서 주최측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고 아무리 짧게 해도 여러 명의 이야기는 시간을 끌 수밖에 없어서 옥의 티라고 아니할 수 없다.
화요일 밤의 열정에 찬 공부 (나에게만 일방적인 공부) 덕분에 수요일 아침에 늦잠을 잤다. 8시 30분에 시작하는 세션에 거의 30분 늦게 도착해서 첫 발표는 못 듣고 둘 째 발표인 한경혜 교수님 발표도 반 밖에 못 들었다. 하지만 취안징 교수님의 발표는 제대로 들을 수 있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역사와 관련된 사항들은 잘 집어서 새로운 방법론으로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된다. 모두 극찬을 한 발표였다.
수요일 오후에는 수학사학회의 임원진과 편집진이 회의를 했다. 회의를 마치고는 초청강연자 두분과 함께 광안리 식당에 가서 회를 중심으로 한 한식을 먹었다. 식사는 괜찮은 수준이었고 두 분은 꽤 좋아한 듯하다. 숙소에 돌아오니 왕승호 박사가 컴퓨터가 고장나서 작업을 할 수 없다고 미리 서울로 간다고 나오는 것을 현관에서 마주쳤다. 보내고 들어와서 일찍 잤다.
목요일은 늦지 않아서 아침 강의부터 다 들었다. 첫번째 발표는 원래 대학원생이어서 구두 발표가 맞나 포스터 발표가 맞나 고민한 친구인데 발표를 들어보니 의외로 멀쩡한 내용이었다. 포스터 발표를 시켰으면 후회했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다. 대수기하학의 발전 과정을 공부하면서 divisor의 관점에서 각 단계를 분석하고 있으니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3번 째의 모리모토 교수님의 강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특히 시작할 때에 지적한 우리 ICM2014의 한국 수학사 부분의 기사 내용에서 잘못 된 부분을 지적해 주어서 얼굴을 둘 데가 없었다. 준비 위원회가 바쁜 관계로, 또 한국수학사의 내용에 대하여 별로 잘 알고 있지 못한 관계로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원고를 인터넷에 올려놓은 것이리라. 그래도 학회에 한 번쯤은 문의를 하고 조언을 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구체적으로 작업을 한 사람은 잘 알고 있는 친구이어서 이야기를 전하는 선에서 줄이고, 그 내용을 모리모토 교수님이 지적하기 전에 상의를 해서 한국수학사학회 차원에서 검토 보완해서 다시 실을 수 있도록 해 주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외국 분에게 지적까지 당하고 보니 조금은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목요일 마지막 시간은 홍성사 교수님께서 13세기 중국의 주세걸이 쓴 산학계몽이 조선과 일본의 산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와 함께 이 두 나라 산학의 비교 발표를 해 주셨고, 그 차이가 생기게 되는 이유에 대하여 문제를 던져 주셨다. 마지만 시간인 김민형 교수의 plenary talk는 들어갈 수 없었고, 우리는 서둘러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으로 향했다.
1시간 가까이 걸려서 부산역에 도착해서는 역 맞은편의 밀면집에서 밀면과 만두로 점심 식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