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입시와 관련된 논의가 오간다. 어려운 문제에 어려운 논의가 될 수 밖에 없다. 답이 없는 문제에 모든 사람의 관점이 다르기 때문에 혼란은 가중된다.


최수일 선생님께서 논의하시는 올해 입시 문제 해결책에 대한 토의를(2013년 6월 18일) 보았다. 몇 분이 좋은 의견을 올려주시고 논의도 심도있게 진행되는 듯 싶다. 그러나 여기서도 내가 예전에 지적했던 한 두 가지 기본적인 사항을 간과하는 듯이 보여서 여기 지적해 두고자 한다.


우선 논의하시는 문제에서 대학도 입시도 고등학교도 학부모도 모두 잘못이 없다. 모두 현재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보인다. 시험이라는 것은 두 가지 역할을 한다. 그것은 학생들이 학습한 결과를 평가하는 것과 함께 이 평가를 (선의로) 반영함으로써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입시는 이 두 번째 것에 들어간다. 


입시가 과열되는 이유는 대학에 서열이 있기 때문이다. (학생을 줄세우는 것은 다 나쁜 것만은 아니다.) 대학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기 때문에 죽어라고 하나라도 나은 쪽으로 가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대학 사이의 격차가 너무 없어도 안되겠지만 너무 큰 격차를 줄여주는 것은 정부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위 링크의 제 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만일 교과과정을 줄여서 시험범위가 줄어들면 문제가 되는 것은 나머지 시험범위에서 입시문제를 어렵게 내는 것이 아니고 (문제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어서 이 문제는 별로 큰 문제가 아님), 나머지 만으로는 변별력이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변별력이 적은 문제에서는 사교육이 매우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제가 바라는 것은 사교육을 없애는 것이 아니고 사교육이 교육적인 목표를 향해서 쓰일 수 있도록 해 나가는 것이지요. 사교육으로 본질적인 공부는 하지 않고,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이상한 방법만을 익혀서 점수만 높이는 것이 가장 나쁜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최수일 선생님께서 물어보시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2) 기하와 벡터가 수능 시험범위에서 빠지면 시험이 쉬워지는가? 

저는 그렇다고 봅니다. 나머지에서 어려운 문제를 내어도 조금은 쉬워질겁니다.


(3) 수학이 왜 변별력을 책임져야 하는가?

변별력이 줄어들면 교육부나 대학이 싫어하는 것은 맞지만 이것만이라면 변별력이 조금 줄어도 되겠지요. 하지만 위에 말씀드린대로 변별력이 줄어들면 나쁜 사교육이 판치기 때문에 꼭 변별력을 늘여야 합니다.


(4) 기하와 벡터를 가르치지 않으면 학력이 저하되는가?

물론 많이 저하됩니다. 기하와 벡터까지는 아니더라도 중학교의 기하만 해도 많은 능력을 키워주는 과목인데 지금은 그 내용이 너무 줄어서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아마도 중국 사람들의 능력(potential)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기하문제를 풀수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에 닥쳤을 때 도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고요. 이와 관련해서는 고인이 되신 Kodaira 교수님이 생전에 계속 주장하시던 것을 알아보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의 운영 방법과 관련해서는 어떤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바대로 3학년 1학기까지 모든 교과과정을 모두 떼고 수능 전후해서부터는 전혀 다른 것을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어떤지 합니다. 그리고 그 2년 반 동안에 기벡을 네번 떼든지 무엇을 하든지 학교가 학생들하고 상의해서 할 문제라고 보입니다. 혹시 학생들 사이에 의견차이가 있다면 반을 나누어서 네번하고 싶은 학생, 한번 깊이있게 하고 싶은 학생 등등으로 따로 운영하면 안될까요? 혹시 교육부가 이런 것을 제한하고 있다면 쓸데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당연히 학생들은 자기가 교육받고 싶은대로 교육받을 권리가 있겠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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