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정하고 나니 생활도구가 많이 필요하다. 전세기 79년에 친구 도움으로 하룻밤만에 가재도구를 마련했던 것은 LA에서였는데, 이제 다시 하려니까 시간이 보통 드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전반적으로 격상된 생활수준에 간단히 물건을 장만할 수도 없다. 나만의 기호로 결정할 수도 없고, 가격 또한 그렇다. 이리 저리 해서 다시 주말을 보냈다. 그 동안 워싱턴 지역은 정말 추웠다. 영하 13도씩 내려간 날도 며칠 있었고, 매일 최저기온이 대충 영하 10도 안팎을 넘나드는 날씨였다. 그런 날씨에도 매일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왔다. 간신히 연결한 네트웍으로 워싱턴의 인터넷 장터인 Craigs List를 뒤져보다가 싸구려 audio system을 장만하였다. 아마도 10~15년쯤 된 것일텐데 친구가 두고 간 것을 정리한다고 $65 정도에 샀다. Kenwood 리시버에는 Kenwood two way speaker가 딸려 있다. 조금 험하게 써서 그리드 천의 모서리가 헤어졌지만 소리는 그런대로 난다. 좋은 brand가 아니어서 아쉽지만 그냥 듣기로 했다. CD player는 Sony의 5 CD changer이다. 이것은 써 보지 않아서 알 수가 없다. CD player는 wear out 하는 것이니까 별 기대는 안 했지만 아직 돌아가는 것 같다. 조금 아까 첫째 CD인 Andrea Bocelli를 끌내고 지금은 Beatles를 play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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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랫만에 UMD(메릴랜드 대학)에 갔다. 안사람은 자기 학과에서 들을 것이 몇 개 있어서 점심때 쯤 도착하였다. 우리 학과에서는 아직 아무 것도 준비 되지 않았을 것이어서 그냥 도서관에나 한 번 가 보자 했었는데, 가는 길에 학과 게시판을 한 번 보니 이번 주 월요일에 Minicozzi가 왔었네... 물론 그 때는 인터넷이 없어서 알 수가 없었지만 아깝다. 뭐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했었겠지만, 그래도 여기서도 들어볼만한 이야기를 하는 talk가 그리 자주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보니 매 주 월요일 Geometry Seminar가 있다. 그리고 4월 말에는 근처 대학들의 geometer들의 모임인 Geometry Festival이 있다. 그때까지 여기 있어야하나? 고민되는군. 여기 왔는데 이것을 놓치면 별로 하는 것도 없지만 계획을 거의 한달 가까이 연장하는 것도 괜찮은지 알 수 없다.

Geometry Festival과는 인연이 있는 것인가? 15년 전에 여기 왔을 때는 Grove 교수님을 따라서 이곳 대학원생들이랑 그리고 방문중이었던 러시아의 Burago 할아버지랑 같이 UPenn에 가서 Geometry  Festival에 참석했었다. 무엇을 들었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97년인가에 고성은, 임진환 교수와 함께 Geometry Festival을 보겠다고 뉴욕을 거쳐서 또 다시 UPenn에 갔었다. 한번은 I House에 묵었었고 또 한번은  학교 호텔에 묵었었다. 아침은 Geometry Festival에서 주는 푸짐한 빵과 드링크로 배불리 먹었던 것 같다. 두 번째 갔을 때는 Chern 교수님이 왔었던 것 같은데...첫 번째였나? 아직 살아계실 때였고 Finsler Geometry에 대해서 발표하셨는데 연로하셔서 목소리는 떨렸어도 80년대 초에 LA에서 뵈었을 때와 비슷하게 정력적이라고 보였었다. 분명히 두 번째에서 Alice Chang 교수님을 뵈었고 Lin Kai Ching의 근황을 물어봤었다. 알라배마대학에 있었는가 했고 한 번 연락했었는데 또 연락을 끊고 살고 있다. 당시 유행하던 symplectic geometry에 Hopfer가 와서 발표했던 기억도 있다. 어쨌든 공부가 힘들다는 생각을 우리 셋 모두 했던 것 같다. 여기서 하는 것을 따라가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꼈던 때이다.

오후가 되어서 점심먹고 안사람이랑 헤어져서 도서관 두 군데를 들려서 저녁 5시에 태극권을 한다는 St. Mary's Hall의 지하 Multipurpose room이란 곳에 갔다. St. Mary's Hall은 Language House가 운영하는 기숙사로서 외국어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들어와서 그 나라 말로 생활하는 immersion language course와 자기 공부를 모두 하겠다는 학생들의 숙소이다. 들어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곳 지하의 넓은 방에서 10여명의 학생들이 모여서 태극권을 배우고 있었다. 나도 참석하겠다고 메일을 보냈고, 선생님은 중국인 여자선생님이었는데 태극권을 여러군데서 가르친다고 한다. 여기서 공부하고 있는 것은 양가 간화태극권이라고 부르는 short form이다. 금요일에는 4시에 진가를 가르친다고 하니 한 번 가 봐야겠다. 이 여자선생님은 무술로 공부한 것 같고 설렁설렁 이야기하며 가르치지만 제대로 공부한 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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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간 동안 몸풀기와 앞부분 동작, 그리고 마지막 5분은 몸 정리 운동으로 끝냈다. 젊은 학생들이라서 설렁설렁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 강도높은 훈련도 아니다. 여기에 참여하는 나이든 남녀가 한 분씩 있다. 아마 학교의 교수거나 staff 인 것 같다. 4월달의 Maryland Day에 태극권 시연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얼마나 배워서 할 지 궁금하다. Geometry Festival 때문에 4월에 여기 있게 되면 이것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다. 사진은 공식적으로 들고 찍기는 뭣해서 table에 놓은채로 보지 않고 셔터를 눌렀더니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다. 그냥 어떤 모임인지 단편적인 느낌만 준다.

낮에 점심먹으려고 안사람을 기다리며 Student Union Bldg에서 소파에 앉아 있는 동안에 주변을 둘러보니 바로 옆의 소파에서 자고 있는 학생이 두 명이 있다. 심심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초상권 침해라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나만 올려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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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 둘 다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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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둘은 서로 마주보는 소파에서 자고 있었다. 어쩐지 첨밀밀의 두 사람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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