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 교수를 30년 넘게 했다. 다음 링크의 글이 수학과 졸업 후의 진로의 실상과 허상을 이야기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이 글은 상당히 설득력 있다. 현장을 몰라서 이런 생각을 못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수학이 무엇인가를 알게 되고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이 글의 내용이 상당히 그럴듯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미국에서 가장 좋은 직업이 수학과 졸업생에게 열려있다는 보도가 몇 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결론만 이야기한다면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졸업하면 핑크빛 미래가 열려있는가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그러면 무엇이 미국과 다른가?
순수수학자로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교육받은 수학자로서 외국과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리나라 교육이 한 단계 도약하여야 한다. 순수수학은 국내에서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졸업하고 환영받으려면, (물론 박사는 마쳐야 하겠지만), 외국의 좋은 대학 졸업생만큼의 실력을 갖춰야 한다. 물론 이것이 쉽지 않다. 아마도 서울대, 카.., 포.. 중에서도 친구들이 부러워할 만큼 잘 해야만 보장된 미래를 가질 것이다.
그러면 왜 우리나라에서 박사를 받으면 여기에 도달하지 않는가? 이것은 간단히 말할 수는 없다. 나도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상당히 복합적이라고 밖에는 말하기 힘들다. 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이 낙후한 것, 학생들이 어려움을 쉽게 지나가려고 핵심 강의를 듣지 않고 따라서 시험 등이 경쟁적으로 쉬워지는 것, 4-5년 안에 실패없이 졸업시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교수들이 힘든 과정을 거치게 하지 않는 점, 한 학교의 교수 수가 작아서 여러 분야의 강의와 연구 관점을 들어보지 못하는 것, 전국 어느 곳에도 전문적 자료가 거의 없다는 것 등등이다. 여기서 소위 잘한다는 서카포 학생들도 들어가서 반은 실패 가까운 경험을 하는 미국이나 이보다도 훨씬 힘든 과정을 거치게 하는 유럽 국가들과는 전혀 다르다고 하겠다.
이것은 순수수학 분야이고 보통 사람들은 이 부분은 생각도 않을 것이고 잘 알지도 못할 것이다. 우리나라 발전에 당장 도움이 되는 응용 분야를 보자. 이것은 이렇다. 예를 들어 수학을 잘 하고 공부가 끝나면 누가 데려가는가? 미국에는 IBM, Bell, AT&T, Google, Hugh 같은 수 많은 회사들이 수많은 수학박사들을 채용한다. 시키는 일은 따로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연구하면 된다. 그리고 계속 보고서를 낸다. 그 회사들은 왜 이런 짓을 하는가? 그들은 이런 소위 think tank를 운영하고 있으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새로운 문제에 봉착해서 해법이 필요할 때 그들이 그에 대한 해법을 내 주고, 그리고 가끔은 그런 친구들이 생각한 이상한 문제에서 생기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떼돈을 벌게 해 주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면 Lorentz가 Alamo의 연구소에서 할일 없이 쬐꼬만 컴퓨터로 쓸데없는 미방을 가지고 장난하다가 Chaos 이론을 발견한 것과 같이 말이다.)
그래서 한 회사가 한 연구소에 할일 없는 수학박사를 수백명 내지는 천명도 넘게씩 고용하고 일을 (안) 시키고 있다. 우리의 삼성은 (현대, LG 등은 물론이고) 이것을 모른다. 아니면 너무 급해서 이것을 알지만 실행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아직도 없다. 그러니가 이공계 출신 CEO가 90% 가깝다고 하는 (정말인가?) 미국에서는 CEO들이 이런 연구집단을 운영하는 것이 죽고 사는 것을 결정하는 하나의 축이라는 것을 보고 있지만, 여기 CEO들은 수학은 커녕 공학자만해도 정말 쬐꼬만거 하나 조금 변형시키면서 큰 돈을 받는 것을 고깝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 회사가 잘 못하고 있지만 수학을 졸업하고 모두 저런 자리를 찾는 것은 아니다. 수학을 전공하면 잘 간다는 금융공학은 정말 현대 응용수학의 꽃이다. 결코 이해하기 쉽지 않은 확률과정론을 응용해서 확률미분방정식이라는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 괴물같은 것을 다루면서 이것으로 금융의 새로운 도구로 당당히 입성한 금융공학이다. 그런데 위의 글은 이것을 요구하는 자리가 몇 안된다고 하였다. 글쎄 그럴지 난 잘 모른다. 이것은 돈을 벌겠다는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싶은 것이다. Simons가 전공자도 아니면서도 어떤 아이디어와 그 기본만 가지고도 세계 몇대 재벌이 되는 것을 보면 이런 것을 잘 하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많을 수 밖에 없다. 뉴욕의 Wall Street에는 이런 전문가가 10,000명인가 100,000명인가 있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꿈같은 일 말고도 제대로된 보수를 받고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지금은 우리나라에 들어와 계시는 교수님들 중의 몇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미국 대학에서 강의하고 연구하는 때에 동네 회사의 여러 문제를 프로젝트로 맡아서 일하고 연구하고 논문을 썼다. 예를 들어 한 분은 어떤 공장에서 나오는 배출해야 할 가스를 배출하는 관을 제대로 배치하는 문제를 푸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한다. 배출구의 위치가 있고 이런 가스가 나오는데가 여러 군데 있고 그리고 이 관들을 모아서 배출구로 연결하는데 이 관이 길어지고 돌아가서 뽑아내는데 힘이 많이 들게 되면 배출 팬의 전기를 많이 쓰게 된다. 이것을 최소화하는 관의 굵기, 배치 등을 최적화하면 많은 비용을 절약하게 된다. 아마도 이 프로젝트를 맡기는데 든 비용은 공장이 절약하는 배기 비용과 비교하여 보면 단 2-3년이면 본전을 뽑을 것이다. 이런 공장은 우리나라에도 많다. 그리고 이런 것을 알면 공장도 돈을 절약하고 수학자는 일거리가 생기는 Win-Win 상태가 될 것이 뻔하지만... 문제는 공장장은 이런 것을 찾을 생각도 안 하고 있고 (물론 모를 것이다. 혹시 알아도 실제로 절약하는지 믿기 힘들 수도 있다. 아니면 2-3년 후에 본전을 뽑을 투자를 할 생각이 없는지도...) 수학자들은 아무리 이야기하여도 프로젝트를 맡기는 사람이 없으니 그냥 포기하고 있는 것과도 비슷하다. 즉 그런 공부를 많이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까 응용수학을 하여도 금융공학이라면 경제, 경영 문제를 같이 공부하는 식으로 해서 현장에 바로 들어가야 한다. 비슷하게 다른 분야의 응용수학을 하겠다고 하면 수학을 전공하고 계속 수학공부를 하면서 응용하려는 분야의 공부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이런 과정을 거친 후에는 분명히 경쟁력이 월등하다. 응용하려는 분야(경제학 같이)만 공부한 사람은 절대로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 이런 것을 공부하고 나서 우리나라 회사에서 찾지 않으면 외국으로 가면 된다. 물론 힘든 일이지만 살 길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 정도 도전은 할 각오를 해야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취직자리를 찾으면 미국에서 수학이 가장 좋은 전공이라는 말과는 상당히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지금 역동적 변화(좋은 변화도 있고 나쁜 변화도 있다.)의 와중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정화된 선진국같을 수는 없다. 즉 조금은 능동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그만한 보상은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삼성도 분명히 이공학을 전공한 CEO를 늘려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공학 전문가에게 제대로된 대우를 해 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안 그런다면 망할 가능성이 두 배는 높아지겠지.) 그 동안 우리는 우리 능력을 높이는데 주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팀을 이루고 노력해 보는 것도 해 볼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