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번역

수학/수학책 2010. 10. 27. 15:31
며칠 전 트윗에 박부성교수님이 "우리 나라에 제대로 번역된 수학책이 (별로) 없다"고 해서 내 답은 "직접 번역하시오"였는데... 사실 좋은 수학책은 많지만 번역이 나쁜 것도 있고 또 번역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예전에 TeX을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그 글 말미에 한글로 된 책(교과서)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사실 책 쓰기가 정말 힘들고 번역을 제대로 하기는 쓰기보다 몇 배나 더 힘들기 때문에 제대로된 번역이 아니더라도 번역을 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것 같다.

단지 전공도 수학이 아닌 분이 직접 원서를 번역하지도 않고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을 중역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번역서들은 번역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칠 방법은 별로 없다. 수학책이 만들어져도 팔리는 부수가 1년에 몇 백부 정도라면 잘 팔리는 것이라서 보통 출판사는 출판도 안 해주려고 하는데다가, 여기다 몇 년씩 번역하고 고치고 강의해보고를 되풀이하면서 책을 번역해야 하니 내려는 사람이 없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들에게 맡기면 언제 일이 끝날지를 모르니 당연히 뚝딱 번역해 주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나무라기 힘들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은 양질의 번역서, 저서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춘 책들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일반인은 구별하지 못하고 이책 저책 다 보겠지만 전공하는 사람들은 어느 책이 좋은지를 금방 알 수 밖에 없으니까 좋은 책을 제대로 번역하면 돈은 안 되더라도 조금의 개선 효과는 있지 않을까?

요즈음은 컴퓨터가 좋아져서 책을 만드는 일이 쉬워졌다. 앞에 말한 TeX을 사용하면 일반인도 거의 전문가 수준의 교과서 쯤은 만들 수 있다. 그래도 번역과 저술은 쉽지 않아서 몇 사람이 같이 작업해야 할 것 같다고 느낀다. 이런 동료를 모을 수 있으면 한 번 시작해봐도 좋다는 생가이 든다. 우리 학교 교수님 가운데 이에 관심있는 분이 한두 분 또 있어서 본격적인 작업을 해 보나 하는 생각을 한 지는 1~2년 되었고 학교니 학회니 이곳 저곳에서 일이 돌아가는 것이 이런 일을 시작할만큼 환경도 조성되어가는 것 같다.

책을 쓰면 가장 어려운 것이 책이 통일된 내용을 갖도록 하는 것이니 착실한 Editor를 확보하는 일인데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다른 교수님께 부탁드리는 방법 밖에는 없을 듯... 그래도 우리도 좋은 교과서를 제대로 번역한 것이 나올 수만 있다면...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은 된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학기가 끝나고도 계속 이리 저리 바빠서 꼼짝도 못하다가 7월 19일부터 KIAS가 주최하는 복소/대수기하학 단양 여름 워크샾에 참석하였다. 가족들도 갈 수 있게 해 주어서 감사히도 가족 여름휴가를 때이르게 가게 되었는데 마침 가 보니 단양은 한여름이고 낮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장마철에 해도 나고 하니 무더워서 정말 피서철이 시작된 때였다. 많이 돌아다닐 예정이었으나 덥기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고 해서 콘도에서 상당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짬을 내서 부석사에 가서 무량수전을 보고 그 밑의 소수서원도 들리고 했다. 또 단양에서 서는 5일장도 구경했고 마늘도 좀 사왔다.

무량수전은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사진만 보았던 것을 직접 보게 되었고 소백산 중턱에 있어서 예전 같으면 한 번 가는 것이 큰 일이었겠지만 단양에서 국도로 한 시간 남짓 걸려서 가 보니 절까지 찻길이 나 있어서 미안은 하지만 더운 여름날 오후임에도 힘들이지 않고 다녀 왔다.

소수서원은 잠시 들려서 한 번 휙 둘러보고 나왔지만 뒷문 밖에 내가 흐르고 그 건너편 산기슭에 정자가 있어 정자 위에 부는 바람은 한 여름에서 시원하였다. 단양의 현대식 콘도에 세미나실을 빌려서 워크샾을 하고 있지만 정작 마춤맞기로는 소수서원의 강당에 상을 펴 놓고 앉아서 하는 것이 제격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원 뒤에는 서원 체험 마을 같은 것을 만들어놓고 옛날 학교를 경험할 수 있게 해 놓았는데, 더 좋기로는 이런 마을이 학술대회를 유치하여서 예전 식으로 문을 열어 놓은 높은 마루 강당에서 바람을 벗삼아 강의를 하고 하면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거나 오전의 주된 강의 내용은 대수기하학자를 위해서 다변수복소함수론을 강의하는 것과 복소해석학자를 위해서 대수기하학을 강의하는 두 가지였다. 앞의 것은 김다노 박사가 맡았고, 뒷 강의는 Paun 교수가 맡았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중간 중간에 어느 것이 어느 강의인지 모를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원래 두 분야는 서로 주고 받고 하면서 발전한 분야이므로 비슷한 것이 당연하다지만 그래도 20세기 중반을 넘어서면서 대수기하학은 매우 대수적인 이론으로 갈라져나갔기 때문에 좀 많이 멀게 느껴졌었는데 요즈음은 이런 abstract한 이론은 지양하고 조금 더 구체적인 복소기하학을 많이 공부하는가보다.

이 내용을 공부하다 만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잘 알아들을까 하는 마음에서 강의 내용을 녹화하여 다시 들을 수 있게 해야지 하고 카메라를 챙겨갔다. 강의 녹화도 그런대로 열심히 했고 나 말고도 녹화하는 젊은 학생(박사?)가 또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첨단장비로 강의를 기록했다. touch pad에 직접 쓰는 사람도 있고 김범식교수님 같은 경우에는 강의 요약을 실시간으로 TeX으로 입력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나는 구식으로 종이에 적고 녹화하고 정리는 나중에 라는 식인데,... 암만 생각해도 이 나중에가 언제될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문제다. 어쩌면 지금 방학하고 시간이 날 때 빨리 하지 않으면 영원히 안들여다 볼지도 모르겠다. 그나 저나 지금은 PDE를 정리하고 있는 중이고 이것이 시간을 꽤 잡아먹을 일이기 때문에 PDE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에 요약해 두어야 할까? 전공하는 친구들도 많은데 그들이 하게 둬 둘까? (실제로 이걸 요약해서 남들에게 주는 사람은 잘 없을 것 같다만...) 만일 내가 한다면 나는 뭔 일을 하는 것인지? (내것도 바쁜데 내가 더 이상 안하는 것에 신경쓰고...)

이제 한 학기는 연구년 학기이니 이 기회에 미루어둔 공부를 해야 하는데 논문도 밀린 것이 있고, 공부도 밀린 것이 있고, 아이들 공부도 봐 줘야 하는지, 석사과정생 논문도 하나 지도해야 하고... 어느것 하나 간단한 것이 없다.

미루어둔 논문은 바람직하게는 영어로 써서 외국 논문지에 내야 하는데 처음 써 보는 역사 논문이어서 과연 쓸 수 있을지 모르겠고, 공부할 것도 PDE와 homogeneous space, contact structure에 대한 내용 모두 간단치 않고, 일본어도 공부했으면 좋겠고, 우리 아이는 이제 미적분 강의 뒤쪽을 듣게 되니 쉽지 않을 것이고, 석사 논문도 한 번도 해 본적 없는 computer graphic 관련 내용이니 공부 좀 해야 하겠고... 이거 한 학기에 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생각 좀 해 보자.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앞 글에서 현대벡터해석이란 조금 오래 된 책에 대하여 글을 쓴지 넉 달은 된 것 같다.

그 동안 바삐 이것 저것 하다 보니 별 일 못하고 여름 방학을 다 보냈다. 학기중 보다는 방학이 더 바쁜듯이 느껴지는 것도 이제는 5년이 넘은 것 같다. 아마 계속 이런 추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인다.

오래 전에 (아마도 2년 전 쯤에) 일본 나고야 대학 수학과의 홈페이지에서 그 학교 강의 목록을 받아보았었다.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 그냥 저장해 두었는데 이제야 한 파일을 열어서 살펴보았다. 일본의 학부 및 대학원 수학과 강의 목록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이 아닐까 한다. (일본에서 공부한 적이 없어서 예전에 어땠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본의 교과서들의 제목을 보며 내가 공부하던 때의 과목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은 제목들도 조금 통합되거나 하고 틀에 박힌 내용들이 줄어들었으며 새로운 내용의 강의가 많이 보인다. 우리학교의 강의 내용과 비교하면 우리 것이 좀 낡은 듯이 보이기도 해서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그 학교 2007년도 2학기의 강의를 보던 중 내 전공인 기하학 분야의 강의로 기하학요론II 라는 강의가 보였고 무엇을 가르치나 보니 벡터해석과 그 응용 정도라고 보인다. 교과서는 없고 참고서만 6권이 있는데 거기서 맨 마지막에 적혀있는 책이 이 스틴로드/스펜서/니커슨 등이 쓴 현대벡터해석으로 되어 있어 놀랐다.

강의는 학부 3학년생 대상인데 벡터해석을 가르치는 참고서들 중에 Fukaya의 "전자기장과 벡터해석"이나 "해석역학과 미분형식"이 들어 있고, Matsushima의 "다양체입문"과 이 책이 있으니 그 수준은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Fukaya의 해석역학 책은 몇 년 전에 내가 대학원 강의에서 교재로 썼던 것이다. 그리고 이 현대벡터해석은 그보다도 수준이 더 높다고 해야 한다. 물론 참고서이다. 하지만 나라면 학부학생들에게 이것을 참고서로 소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중에 한 번 보아라 할 정도 일까?

일본은 기초과학과 수학에 대한 경시 풍조가 없는가? 아닐 것이다. 일본이 더 하면 더 하겠지... 그런데 이런 강의를 열면 학생들이 따라 오는가? 아니 이런 강의를 듣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혹시 필수로 지정하고 꼭 듣게 하는가? 잘 알 수 없지만 이런 강의가 제대로 열린다면 우리보다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일반인(학생을 포함해서)들의 수학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대학 강의도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어떤 점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조금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해 볼 시점일지, 아니면 좀 늦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잘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버젓이 지금도 참고도서에 올라 있는 것에 한 방 먹은 것 같은 느낌으로 쓴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얼마 전에 아는 분 사무실에 갔다가 책을 몇 권 업어왔다. 아니 안고 왔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가운데 관심이 가는 책이 한 두권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현대벡터해석"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부제는 "벡터해석에서 조화적분으로"라고 되어 있다. 원 제목은 Advanced Calculus로 Nickerson, Spencer, Steenrod 세 사람이 쓴 책으로 Van Nostrand에서 1959년에 출판된 책이다. 번역은 岩波서점에서 1965년에 原田重春, 佐藤正次 두 사람이 하고 있고 1971년까지 5刷가 나와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 책이 Princeton 대학의 교과서로 쓰여졌다는 것이고 책에는 학부 3학년생을 위한 것이라고 되어 있다. Advanced Calculus라면 학부 3학년에서 공부하기에 적절한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조금 일반적인 교과서라고 할 수 없다. 프린스턴 대학의 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수준 면에서 조금 산만하다. chaper를 살펴보면

벡터대수, 벡터공간의 1차변환, 스칼라 곱, R^n의 벡터곱, 자기 준동형 대응, 실수 상의 벡터값 함수, 벡터를 변수로 갖는 스칼라값 함수, 벡터를 변수로 하는 벡터값 함수, 텐서곱 및 다원환, 위상수학과 해석학에서의 준비, 미분형식의 미분법, 적분정리, 복소구조

등이다. 이 책은 학부에서 사용되었던 교과서임에 틀림 없다. 이 보다 앞서서 어떤 수업을 듣고 Advanced Calculus를 들었을까? 적어도 미적분은 듣고 그리고 또 한 두학기 정도의 1변수 미적분을 epsilon-delta 와 함께 공부했던지 아니면 이것들을 1~2학년동안에 나누어 공부했던지 어쨌든 3학년에서는 다변수 해석학을 확실하게 공부하고 있다. 각 장의 내용을 보아도 벡터함수는 물론, 선형대수와 다중선형대수의 이론을 잘 공부하고 있고 뒤쪽으로 가면 텐서와 미분형식으로 무장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보통 공부하는 이 부분 강의에 비교하면 정말 단단히 공부했다는 느낌이다. 50년 전에 말이다.

뒤쪽에 가면 외미분과 리만계량, singular homology 와 cohomology, 그리고 de Rahm정리, 조화형식과 cohomology의 관계, 복소미분형식과 복소 Poincare 도움정리, Hermite계량, Kaehler계량 까지도 다룬다는 것이다.

이 내용들이 저자인 Spencer, Steenrod 등의 전공인 복소기하학과 위상수학의 내용으로 치우쳐 있다는 것은 이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학부 3학년에게 이런 강의를 하는 것이 좋은지는 잘 모른다. 비록 프린스턴 대학의 학생들이 천재에 가까워도 이렇게 빨리 나가도 제대로 공부하는가?

하지만 이것은 프린스턴의 문제이고 내가 걱정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는 일본은 왜 이런 책을 번역했는가? 특히 수학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이와나미 서점은 왜 이런 책을 번역했는가? 그리고 몇 년 동안에 5刷까지 인쇄했는가? 단지 프린스턴대학의 교재여서 당시 일본 수학자들이 최 첨단 교재를 보고자 하는 것이었을까? 잘 알수가 없지만 이 교재가 일본에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미국의 유수학 대학, 예를 들면 프린스턴, 하바드, MIT 등의 대학원 강의 수준을 보면 학부 수준도 꽤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고 위와 같은 교과서가 계속되어 사용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런 교재는 그리 popular한 책은 아니다. 적어도 우리 나라에서나 일본에서는 이런 교과서를 쓰는 곳이 몇이나 있는가? 도쿄나 교토 대학은 잘 모르겠지만 다른 곳은 절대로 아닐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교과서를 학부 3학년에 쓰는 곳은 적어도 지금은 없다. 아마 1960년대에 서울대학교에서 Advanced Calculus 교재로 당시 Dieudonne가 쓴 해석학 시리즈 첫 권인 Foundations...를 썼던 것이 아마도 가장 어려운 교재였을 것이고 그 다음에는 Rudin의 Principles...를 넘어간 일은 없을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보면 이런 책이 한 권쯤 도서관에 있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 우리말로 말이다. 교과서로는 쓰이지 않아도 공부하면서 이런 책도 한 번쯤 들춰보고 지금 당장은 필요없을 것 같은 개념들도 조금만 공부하면 읽을 수 있는 내용이구나 하고 생각해 둘 수 있다면 새로운 개념들로 나아가면서 어려움이 훨씬 덜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우리말로 된 교과서를 둘러보면 학부 2학년 정도 까지의 교과서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 이상의 교과서는 제대로 된 것을 찾기 힘들다고 생각된다. 해석개론만 해도 내가 들 수 있는 것은 한 두개 뿐이고 위상수학이나 미분기하학도 나온지 오래된 교과서 아니면 외국 교과서의 편역 등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대수학도 은퇴하신 우리 은사님 한 분이 예전에 쓰신 책 말고 또 있는지 궁금하고 집합론의 저자들도 모두 은퇴하셨다. 지금 현장을 담당하는 교수님들은 뭐를 하시는 건가? 강의 부담은 내가 처음 교수가 되었을 때의 반으로 줄었는데... 그런데도 책을 만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책 쓰는 것이 돈이 되지 않기는 하지만 이것이 큰 이유는 아닐 것이다. (사실 대학원 교재는 써도 팔리지 않는다고 출판해 주지 않지만...) 아마도 연구에 대한 압박에 책을 쓸 여유가 없는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저서는 특히 교과서 급은 학교에서 연구 업적으로 거의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서 책을 쓸 사람이 없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하겠다.

아마도 교과부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하는 것은 단지 정부가 모든 것을 담당해서는 안되는 것이 자명하다. 정부가 하는 만큼 일반인들도 도움이 되는 특히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논문을 많이 쓰는 것 만큼 좋은 교과서를 쓰는 것이 중요하다. 50년이 지난 지금에도 들여다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과서라면 꼭 써야 하는 것이다. 쓰기 힘들면 번역이라도 해 두어야 한다. 우리 말로 읽을 수 있으면 고등학생 중학생이라도 읽어볼 수 있고 이런 가운데 뛰어난 사람이 나오는 것이니까.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3차원 공간의 곡면을 공부하여 보면 많은 아름다운 성질들이 보인다. 이 성질들 가운데 또 많은 부분은 바로 눈에 드러나 보이는 것이라서 문외한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이다.

(곡면이) 아름답다는 것은 규칙과 관련된 문제이다. 우리가 눈으로 보고 감지해낼 수 있는 규칙들은, 꼭 그 규칙을 말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어도, 그 규칙을 가지는 대상을 분류해 내고 공통성을 느낄 수 있으며 아름답다는 말로 대신하는 것 같다. 곡면 가운데 아름다움을 주는 규칙 가운데 하나는 그 곡면의 넓이와 상관이 있다. 곡면을 가만히 놓고 그 곡면의 일부분을 조금 바꾸어 보았을 때 넓이가 더이상 줄어들 수 없는 곡면을 극소곡면(minimal surface)라고 부른다. 극소곡면의 이론은 18세기에 미분기하학이 시작되면서 같이 발전한 이론이다.

이러한 곡면 가운데 (평면을 제외하고) 가장 단순한 곡면이라면 현수면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극소곡면중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이고 그 모양이 곡선을 회전시켜서 만든 회전면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 곡면의 모선(母線,generator)을 이루는 곡선은 현수선이라고 하여, 줄넘기 줄처럼 밧줄의 양쪽 끝을 두 사람이 잡고 늘어뜨리면 그 밧줄이 이루는 모양의 곡선이다. 이 곡면의 모양은 다음과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극소곡면은 철사줄에 매달린 비누막으로 잘 나타난다. 비누막은 표면장력때문에 극소곡면의 형태를 띄게 된다. 실제로 실험해서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사진이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사진의 두 파란 링을 조금 더 벌리면 비누막은 가운데가 조금 더 가늘어지면서 위의 그림과 비슷한 모양이 된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이 글은 1999년도 수학사랑 마지막 호에 실렸던 것입니다. 수학사랑에는 이 글을 조금 줄여 편집된 내용으로 실렸습니다.)

19991015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수학을 좋아한다. 수학을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수학은 무한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복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에서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그리 행복한 것 같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서 힘든 공부를 마치고 보면, 자신이 공부한 것을 쓸 곳을 찾기 힘들고, 운이 좋은 경우에도 주위의 무지와 잘못된 정책과 엎치락뒤치락하다 보면,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인가 라고 생각할 때가 자주 있다. 선진국의 훌륭한 예를 많이 보면서, 또 우리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거나 우리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나라들도 잘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우리만 잘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들은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전쟁후 살기 힘들던 때를 생각하며 나아지고 있는 중이라고 믿고싶어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 천년을 눈앞에 둔 지금은 우리가 태어난 5, 60년대와는 다르다. 또 우리가 공부하던 7, 80년대와도 다르다. 지금은 잘못을 고치고 새롭게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때이다.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모두 다 알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경험하는 왜곡된 교육현실과 근시안적인 대학교육 정책, 늘어나는 기초과학 경시풍조는 모두 수학을,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데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하여 별다른 뾰족한 수를 대지는 못한다. 그러나 적어도 문제를 바로 바라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는 생각해보려고 한다.

==== 수학은 어떤 학문인가 ====

수학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어떤 유명한 수학자가 최근에 "진정 수학은 무엇인가?" 라는 책을 썼다. 책 한 권이 필요하다면 분명히 어려운 물음이다. 우리는 이 물음을 음미해 보면서 수학이 보여주는 여러 양상을 보려고 한다. 수학을 가르치면서 보면 공부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공식을 배우고 기억하려고 할 뿐, 그 유도 과정이나 이론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 처음에는 이런 것을 보고 열심히 이론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차츰 수학을 왜 배우는가, 수학은 무엇하자는 것인가를 묻게되면, 생각나는 것은 우리도 처음 수학을 배울 때는 공식을 익히고 사용하는 것부터 배웠다는 것이다. 물론 이론도 배우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이론의 쓸모는 잘 몰랐다. 그 중요성을 느끼게 된 것은 꽤 나중의 일인 것 같이 생각된다.

공식 때문에 수학을 다시 바라보고 역설적으로 알아낸 것은 수학은 공식의 학문이라는 것이다. 단지 중·고등학교 수학에만 공식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론을 만든다는 것은 우리가 접하는 현상에서 공통적인 형식을 뽑아서 공식처럼 만드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수학은 결국 현상의 틀을 공식화하여 기억하기 쉽고 적용하기 쉽게 하자는 것일 뿐이 아닌가? 그렇다면 공식을 외우겠다는 것이 크게 잘못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등학교에서 수학 이론을 배우고 공식을 익힐 때쯤 되면 그냥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는 이론과 공식을 유기적으로 기억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더욱이, 유기적 관계를 이해하면 공부한 것을 훨씬 더 폭넓게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 수준이 되면 유기적 관계라는 공식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 것을 보통은 외우지 않고 이해한다고 말한다.

==== 수학을 쓰는 단계 ====

수학을 공부하며 보면 수학에 단계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정말로 단순한 공식을 기억하고 쓴다. 그러나 단계가 올라가면 하나의 공식은 이전 단계의 여러 공식을 유기적으로 모아서 한꺼번에 서술한 것처럼 보인다. 이 것은 그 다음 단계에서도 또 마찬가지이다. 처음의 한 두 단계는 모든 사람들이 중·고등학교까지 공부하며 경험하여 알고 있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하여 이러한 단계가 있으며 대학에서의 수학 교육은 이에 맞추어 새로운 방법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까지는 일반 사람들이 대부분 잘 모르고 있다.

한 사람을 교육할 때에는 교육의 목표를 정하여야 한다. 이 사람을 어떤 사람이 되도록 교육할 것인가? 초등학교나 중학교의 수학정도를 사용하는 일상적 업무를 다룰 사람인가? 고등학교나 대학 초반의 수학 정도까지를 쓸 수 있어야 하는 기능화된 단순수치작업으로 만족할 사람인가? 아니면 대학에서 공부하는 여러 가지 수학적 모형을 이해하고 다루며 스스로 모형을 바꾸고 창의적인 방법을 개발할 사람인가? 또는 수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그 가운데에도 한 두 분야에 정통한 수학의 연구자를 만들 것인가에 따라서 우리가 수학을 공부하고 가르치는 방법과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들어서 전문적인 수학자나, 다양한 모형을 다루는 능력을 가진 응용수학자 및 준 수학자들의 필요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매스컴 등 여러 곳에서 들어 익히 알 수 있지만, 금융 분야나 정보 보안 분야와 같이 최근에 갑자기 중요하게 된 분야나 영상 분야나 정보 자료분야와 같이 꾸준히 연구되던 분야에서 근래에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대학에서 그 분야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수학의 기법을 쓸 수 있고 또 개발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어떤 분야들은 국가 안보와도 관련되어 있을 뿐 아니라, 기업의 경영이나 발전이 결정적으로 이러한 부분에 달려 있게 되어가고 있다. 이제는 우리 나라에서도 수학 전문가(technician)라는 새로운 직업이 생길 때가 된 것이다. 수학의 앞날은 밝으며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이라고 하겠다.

====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

우리 수학의 상황을 살펴보자. 지금까지 우리는 근본적으로 선진국들로부터 과학과 기술을 배워오는 방법으로 경제성장을 이루어왔다. 그러나 지적인 경쟁시대에는 현장에 맞는 기술을 배우기도 힘들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이 최첨단 기초과학의 연구와 직결되는 일이 잦아짐에 따라, 수학과 같은 기초 학문의 연구가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면 우리 나라의 수학의 수준은 어느 정도라고 볼 수 있는가? 대략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선진국에서 공부한 우수한 수학자들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음에 따라 수학의 일선은 미흡하나마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몇몇 사람이 잘 하고 있는 것은 선전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국가적 차원의 필요에는 부응할 수 없다.

==== 몇 가지 비교를 해 보자. ====

어떤 나라에서 학문의 성숙도를 알고싶다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학자의 수이다. 우리와 그런 대로 유사점이 많은 일본을 보자. 1970년도에 일본수학회의 회원은 2,922명으로 기록되어 있다. 본인이 기억하는 대한수학회 회원의 수는 1975년도에 200명 정도였다. 물론 당시의 경제적 여건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1997년도 일본수학회 회원수는 정회원만 5천명이 넘는다. 대한수학회 회원은 겨우 천명 정도이다. 일본 인구가 우리의 두 세배가 된다는 점을 감안해도 비례적으로만 우리의 두 배는 된다. 수학회의 회원수가 갖는 의미는 그 사회에서 수학에 직접적 관심을 갖는 사람의 수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 사람들은 수학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물론 다른 기초과학에도 관심이 없다.) 이는 국민 개개인의 잘못은 아니다. 수학에 관심이 있고 없는 것은 일차적으로 국가 정책적인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

미국의 보편적 대규모 대학이라면 보통 주립대학들로 학부 학생수가 30,000명 가까이 되고 교수수는 2∼3천명 정도인 학교를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유수한 대학의 일년 총 예산은 1980년대 말에 10억 달러 수준을 넘어 있었다. 이 수치는 아마도 당시 고려대학교 1년 총 예산의 10배 정도에 해당할 것이다. 1988년 당시 일본 와세다대학교의 일년 예산은 4억 달러에 육박한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예산은 10년 전의 두 배가 조금 넘는 2,300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외국 대학의 예산도 그에 걸맞게 늘었을 것이다.

예산이 두 배라면 학교도 두 배정도 좋은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작년 고려대학교 예산에서 인건비만 따로 보아도 약 40%에 달한다. 총 예산이 10배인 미국 대학에서 교직원 일인당 인건비는 우리 나라에서보다 10배씩이나 될 이유가 없다. 따라서 그 부분은 상대적으로 교직원의 수에 비례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들을 제외하고 나서 실제로 설비나 도서, 기자재 등의 기본적시설(infrastructure)에 장기 투자되는 부분만을 비교하면 10배가 아니라 수십배의 차이가 난다. 이러한 차이가 수십년씩 쌓인 결과는 그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근본적 차이를 야기한다. 결국 선진국에서는 그 나라 어디서도 마음만 먹으면 바로 찾아볼 수 있는 자료가 우리 나라 안에서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거나 혹시 있어도 전국에 한 두 군데뿐인 현실이 되고 마는 것이다.

선진 국가들이 학문의 발전을 이룩한 예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유럽은 오랜 동안에 걸쳐 발전해온 것이므로 접어두고, 20세기에 들어서며 급격히 발전한 미국과 일본을 보자. 미국은 제 1, 2차 세계 대전을 지나며 유럽의 많은 과학자들은 유치하였다. 이에는 새로 발전하고 자유로운 나라라는 이미지도 한 몫을 하였겠지만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의 진취적인 안목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러한 면에서 일본은 더욱 뛰어난지도 모른다. 이미 한 세기 전에 일본은 당시 가장 발전된 나라인 독일에서도 가장 뛰어난 수학자들을 장기간 유치하여 스스로도 선진 수학 이론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에까지 발전시켰다. 이 수학자들은 단기간씩 방문한 것이 아니라, 몇 년씩 걸쳐서, 전적으로 일본에서, 학자를 양성하였다. 우리는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하지 못하고 있는 일이다.

====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하여 논의하기 전에 우선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 더 생각해 보자. 학교 재정과 재원 확보의 문제는 나중 이야기이고, 수학자의 수에 대하여 조금 더 생각하자.(편의상 수학회 회원의 수를 그 기준으로 이야기하자.) 앞에서 말했듯이 지난 25년간 우리 나라에서 약 800명 정도의 회원이 증가했다면, 지금은 수학과 졸업생의 수가 조금 증가하였으므로, 사회적 여건의 변화가 없다면 다음 20년 동안에 천 여명의 회원이 늘 것이라고 예상된다. 이 것은 최근에 수학과 같은 순수기초과학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는 것은 감안하지 않고서 예상한 것이다. 이 경우 2020년 정도에 가서 겨우 인구 대비로 현재 일본 정도의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을 따라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다. 이런 식이라면 10년도 가기 전에 확실한 낙오 국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어 보인다.

이에 반하여 세계 수학계는 연구면에서 최근 10년 동안에 괄목할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뚜렷한 특징을 몇 가지 볼 수 있는데, 우선 양적인 발전이다. 발표되는 논문의 수를 보면 근래의 1∼2년에 발표되는 수는 7∼80년대의 10년 동안 발표되던 논문의 수를 능가하는 것 같다. 가히 폭발적이다. 수학의 쓸모가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수학자의 수가 늘고 있으며, 연구의 기법이 발전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둘 째 특징은 수학의 여러 분야들이 통합되는 양상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서로 분리되어 상호 교류 없이 연구되던 수학 분야들이 연구 방법론들을 서로 바꾸어 적용함으로써 빠른 발전을 이루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기하학과 위상수학이 서로를 연구하기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 되었으며, 이제는 해석학과 기하학이 융합되고, 수학 여러 분야에 대수학과 확률론의 방법이 섞여들었으며, 위상수학과 해석학이 다시 합쳐지는 등, 이미 수학의 분야를 옛날처럼 분류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 추세는 수학 안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벌써부터 이론 물리학분야에서는 물리학자와 수학자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있다.

또 한가지 특징은 응용수학에 있다. 10여년 전만 하여도 응용수학이라고 하는 분야는 거의 수치해석학만을 지칭할 정도로 컴퓨터를 사용한 계산문제에 편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수학의 전 분야가 응용수학이라고 할 정도로 범위가 넓어졌으며, 그 적용 대상도 물리학과 공학의 몇몇 분야였던 것이 지금은 이·공학 전반은 물론 인문 및 사회 과학의 방법론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이 말은 수학이 응용수학자를 통하여 타 분야에 응용되던 예전의 방식에서, 보통 수학자들에 의해 현장에서 직접 응용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으며, 이는 다양한 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양산되어야 함을 뜻하고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하여 보면, 우리는 지금 세계와 견주어 우리 수학의 퇴보를 논하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우리 산업의 경쟁력의 절대적인 퇴보를 의미하는 것이다. 산업체에서 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으로는 게임이 안되는 때인 것이다.

====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

앞에서 생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우리는 수학의 교육과 연구에 어떤 효율적 투자를 하여야 하는가? 논의는 많다. 대학 재정을 확충하기 위하여도 그렇고, 초·중·고등학교의 여건을 위하여도 그렇다. 또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개인적인 성취를 위하여도 훌륭한 방법이 되도록 사회적 여건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이 것은 이 일에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해야만 될 수 있는 일이며, 국가 정책적 차원에서 심각함을 인식하지 않으면 안되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논의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하여 그 어느 것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또 획기적인 새로운 방법을 찾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보통 수학인으로서 우리는 어떤 마음가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 나가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궁극적 목표로 삼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수학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이는 단순히 수학이 중요하다라는 것을 알리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단순한 기능적 수학을 익힌 사람들의 수요는 줄어들 것이고 능동적으로 방법을 개발하며 수학을 쓰는 사람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리라는 것과 이런 수학이 도대체 어떤 것인가를 알릴 필요가 있는 것이다. 최근에 매스컴을 통한 노력들이 돋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어느 한 두 사람의 몫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하여야하는 일인 것이다.

한편, 중·고등학교의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문제를 잘 풀도록 가르친다. 그러나 문제를 잘 풀게 교육받아도 현실에서는 쓸모가 없다. 문제가 나쁘기 때문은 아니다. 될 수 있으면 생각하지 않도록 배우는 결과이다. 빠른 시간에 많은 문제를 실수 없이 푸는 것은 여러 가능성과 깊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새 시대에 필요한 것만 꼭 빼 놓고 가르치는 것이 아닌가? 대학에 들어가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한다면, 물론 고등학교 교육이 대학 입학 시험을 무시하고 이루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도 소를 위해 대를 잃는 것이 아니겠는가? 입학시험과 관련하여 이 문제는 깊이있게 그리고 다양하게 연구할 문제이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대학에도 있다. 산업체에서 대학 졸업생을 뽑으며 원하는 것은 현장의 문제, 눈앞의 문제에 익숙한 사람이다. 그러나 변화하는 사회에서 수 십년간 일해 나갈 사람은 눈앞의 도구만 익힌 사람이어서는 안된다.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생각과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키워야 하고, 이런 사람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현대 수학의 발전된 연구 방법의 하나는 수학자들이 토론을 통하여 생각을 교환하고 창의적 문제 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팀을 이루어 개개인의 사고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에 익숙하도록 만들려는 교육은 어려서 시작할수록 좋다. 특히 창의적 사고력은 다양한 경험에서부터 나온다고 본다. 이를 위하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의 하나는, 보통은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사고 경험이라고 생각된다. 즉 현실 문제와 관련하여 수학적 공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다. 또 이론을 공식으로 외우는 것을 지양하고, 오히려 주어진 이론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를 많이 생각해보는 방법도 좋아 보인다. 반례를 통해 이론을 익히는 방법은 예와 증명을 통해 익히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 무엇을 하지 말 것인가? ====

가르칠 때 무엇을 하라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을 나쁘다고 듣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에 대하여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나라에서 수학(기초과학)을 발전시키는 것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수학이란 학문은 발전에 들인 노력에 대한 효과도 서서히 나타나는 학문이다. 이런 학문이 자라는데 가장 장애가 되는 것은 중도에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하지 않아야 할 것이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더 나은 방법을 찾고 꾸준히 변화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커다란 정책의 기조는 변함이 없어야만 한다. 정책이 조금 못해도 꾸준히만 하면 그 효과는 충분할 것이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정책과 제도하에서도 훌륭히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것은 입학 시험과 관련된 문제에서도 볼 수 있다. 완벽한 입학시험 정책은 있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떤 정책을 세우더라도 기본 골격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자주 바꾸는 것은 그에 따라 변화하는 일선의 교육 방침이 뿌리를 내릴 틈이 없다는 점에서 최악이다.

또 하나는 다양성을 죽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생 개개인에 따른 학습내용과 시간의 다양성이나, 학교들 사이의 교육 방침과 내용의 다양성이나, 또는 여러 정책과 계획에서의 다양성 등을 될 수 있는 대로 살리는 것이 결정적인 것이다. 다양성이 없는 것은 발전할 수 없다. 변화의 여지가 없으면 죽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나, 어떤 대학에 투자를 집중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것이 그 밖의 분야나 대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정도가 되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된다. 다양성으로부터 생기는 경쟁과 역동적 변화를 차단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학교 밖에서 공부하는 것을 막지는 말아야한다. 특히 과외 학습의 경우이다. 오늘날 보는 과외와 학원은 결코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며, 또 과열 과외는 사회적으로도 정말 큰 문제이지만, 이 문제는 어렵더라도 새로운 쪽으로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여야한다. 하기 편하다고 해서 공부에 관한 다른 길을 전부 막는 것은 원칙적으로 또 하나의 다양성을 잃는 길일뿐이기 때문이다.

---------------------------------------

1999년에 바라보는 우리의 교육문제는 암울하게 보이는 한편 희망이 느껴지기도 하는 매우 복잡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에는 많은 요인들이 꼬리를 물고 있으며, 이들은 서로를 물고 돌고 돌아 결국은 어느 한가지도 꼬집어 말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굳이 든다면 20세기 말에 들어 급격히 가속화된 변화의 물결을 따라잡지 못하는 우리 전부의 무능력정도이다. 그렇다면 결국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은 하려는 일의 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러울 수 있도록 보살피고 돕는 것뿐이 아닐까? 과욕은 항상 부작용을 낳는다. 마찬가지로 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가 하여야 할 것도 사람들이 바른 인식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된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이 책은 포항공과대학교의 김강태 교수가 여러 해 동안 미국과 한국의 대학원에서 강의하며 다듬은 미분기하학에 대한 교재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학원 미분기하학의 교재라고 하면 마땅한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미분기하학의 주된 흐름을 따라 대학원 수준의 이론을 망라한 책은 여럿이 있다. 이 중에 몇을 예로 들면

 Helgason, Bishop and Crittenden, Kobayashi and Nomizu, Hicks

가 있고, 특히 리만기하학에 관련하여는

 Klingenberg, Cheeger and Ebin, Jost, Chavel, do Carmo

등을 들 수 있으며, 근래의 거리미분기하학 분야에 Gromov의 책을 비롯하여 몇 권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대학원에서 미분기하학 강의를 시작할 때 어떤 책을 교재로 쓸까를 생각하면 위의 어느 책도 선뜻 집히지 않는다. 그 이유에는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내용의 구성이나 기술 방법이 우리에게 너무 어색해 보이기도 하며, 너무 어려운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분다양체 만의 이론이라면 아직도 Boothby나 Frank Warner의 책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미분기하학의 고급 응용을 생각하는 입문에서는 다른 내용이 필요하며 이에 알맞는 미분기하학 교과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리만기하학이라면 아마 do Carmo의 "리만기하학"을 선택할 것이지만 이 것도 내용이 꼭 좋아서라기 보다는 1 - 2 학기 강의에 적합한 양과 초심자가 따라갈 수 있을 정도의 설명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미분기하학에서는 아마도 Hicks를 선택할 것 같다. 그러나 내용이 매우 요약되어 있다는 점이 조금 불만스럽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김강태 교수의 "미분기하학"(교우사)은 드물게도 이러한 필요에 부응하는 교재이다. 실제로 영어권에서도 이러한 책을 찾기는 힘들다. 내용을 살펴보자.

제 1 장 곡면 기하학 재조명

여기서는 오일러, 가우스 등에 따라 성립된 고전기하학의 이론을 역사적으로 설명하며 그 핵심 개념을 현대적 입장에서 요약하여 놓고 있다.

제 2 장 리만 공변 미분 연산자와 평행이동 개념

리만 계량, 표준좌표계와 공변미분, 접속, 평행이동, 곧은선(geodesic), 호프-리노브의 정리등

제 3 장 리만 곡률 텐서

곡률의 정의, 제 2 변분공식, 야코비 벡터장, 켤레점, 한계점, 초점 등의 개념

제 4 장 리만 다양체의 비교정리

지표 형식, 라우치, 카르탕-아다마르, 라플라스 연산자 비교정리, 부피 비교정리, 토포노고프 정리 등

부록 A 미분다양체, 벡터장 및 미분 형식
부록 B 상미분방정식에 관한 피카드 정리
부록 C 벡터다발과 접속

이 책의 특징은 고전의 역사적 기하학과 현대의 리만기하학의 관점을 통일하여 보여주려는 시도가 그 하나이며(1장), 기하학의 많은 결과들을 나열하기 보다는 중요한 개념 몇개 만을 따라서 현대 미분기하학의 요체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 ... 이 책을 읽으면 미분기하학은 어느 정도 이해하였고, 심지어는 연구자가 될만한 지식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 (중략) ... 그러나, 이 책은 지금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다른 미분 기하학 책을 읽는 데에는 중요한 도움이 될 책이 되도록 구성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썼습니다. ..."

저자는 서문에서 Klingenberg의 책을 읽기 위한 준비로서 이책을 읽는 것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지만, 실제로 Cheeger and Ebin의 책을 읽기 위하여 그 책의 첫째 장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책이 있는 것에 감사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 미분기하학 연구의 입문을 위한 가장 훌륭한 입문서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 책은 한글로 쓰여져 있다. 이 또한 입문서로써의 훌륭한 점이다. 처음 보는 이론을 자신의 언어(mother tongue)가 아닌 언어로 읽는 어려움은 자신의 언어로 쓰여진 책을 읽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이 책이 있음으로 해서 어려워서 미분기하학에 접근하지 못했던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대학원의 미분기하학을 공부하려면 학부 미분기하학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이 말이 틀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입문서라면 학부 미분기하학과 관계 없이 대학원 수준의 미분기하학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본인은 이렇게 공부를 시작한 경우에 해당한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이 소개는 Hitel 수학 동호회의 수학서적/세미나/정보안내 난에 실은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저 밑의 12번 김대현님의 list에 들어가 있어야 함직한 책이다. 그럼에도 안들어가 있는 것은 그 list를 만든 사람이 저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었으리라는 추측과 그 list가 이 책이 출간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유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책은 기하학 서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하학을 공부하려면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것들이 이 책에는 많이 있다.

제목은 "힐베르트 문제를 중심으로 - 현대수학입문" (김명환, 김홍종 지음, 경문사)

이 책이 출판된지 이미 1년 가까이 되고 이미 잘 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울대학교 교양 과목의 교재로 쓰여진 노트들을 모은 것이고 현재도 쓰이고 있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려대학교에서 내년에 부교재쯤으로 쓰일 것 같아서 한번 훑어보게 되었고 매우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되어 여기 소개의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현대 수학에 대한 입문서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이미 앞에 설명되어 있지만 씌어진 형식은 매우 특이한 책이다. 보통 입문서들은 쉬운 내용으로부터 시작하여 어려운 이야기를 살짝 비치고 끝나는 식으로 쓴다. 이 책도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 점이 없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씌어져있다. 제목에서 말한 `힐베르트문제를 중심으로' 라는 문구가 그것을 말해준다.

여기 있는 분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힐베르트 문제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20세기가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대(大) 힐베르트가 수학자들에게 던진 문제이고 많은 문제가 수년내에 풀려버렸지만, 20세기 수학의 방향을 결정해버렸고, 현재도 영향을 주고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들 가운데 한 두개도 제대로 이해하려면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 가운데 11개나 되는 내용을 주제로 하여 쓴 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을 쓴 사람들의 오만함과 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등을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작은 흥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몇가지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현대수학에 대한 입문서이다. 이미 말했듯이 입문서 치고는 어렵다. 그러나 당연한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가 대학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수학(수학과 전공을 빼고)은 몇가지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기껏해야 18세기 까지의 내용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내용 뿐이 아니라 사고의 깊이가 그러한 마당에 갑자기 20세기가 시작하는 마당의 이야기, 그것도 그 때의 연구 대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쉬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문제의 본질을 바로 꿰뚫어, 쉬운 예로 부터 설명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러한 어려움의 상당부분을 바로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 책은 현대 또는 근대 수학의 역사를 적은 수학사의 서적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위의 관점에서보다 더 중요한 책으로 분류 될 것 같다. 사실 수학사에 대한 서적은 고대, 중세의 수학에 대하여는 매우 많지만 근대에 들어서서는 그리 많지 않다. 수학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형식적인 역사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손으로 꼽는다. 그 가운데 일본의 Takagi가 쓴 작은 이야기책이 하나요, 불란서의 Dieudonn\`e가 쓴 1700-1900까지의 방대한 수학사 책이 또 하나 있지만 둘 다 그 맥락이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입문서를 빙자해서 현대 수학의 바탕을 가늠해보려는 수학사의 책이라고 생각된다.

20세기가 시작하는 마당에 Hilbert가 던진 문제들은 당시의 모든 수학의 범위를 망라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이 책에서 선정한 문제들은 저자의 취향(?)에 따라 주로 기하학과 대수학의 문제로 국한되고 있다. 이에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부 수준의 입문서에 소개하는 내용으로 힐베르트의 문제들 가운데 해석학에 관련된 것들은 적절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현대 수학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의 방법론을 빌려서 쓰고, 분야간의 이론의 유사점을 찾아나아가기 시작하는 단계로 들어서게 되며, 따라서 비록 이 책이 기하학과 대수학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현대 수학의 바탕에 기하학과 대수학 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이기도 한다. 즉 세째 관점은 이 책이 기하학과 대수학(그러나 대수기하학까지는 아니다)의 입문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이들의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많은 내용을 정리하고 엮었으며 각각을 이러한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시간을 가지고 여러번에 걸쳐서 읽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고등학교나 대학교 1-2 학년에, 고학년이 되어서, 대학원에서, 그리고 자신의 직업과 전공을 가진 후에도 다시 읽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책들이 항상 그러하듯이) 본문의 내용 보다도 더 수학적으로 함축적이며 또 재미있는 주(footnote)를 가지고 있다. 첫째 장의 43번째 `논리'에 대한 주는 다음과 같다: ""논리"라는 말은 앞뒤가 잘 맞고 이성적인 때 사용하지만, 그 앞에 "정치"라는 형용사가 붙을 때에는 다른 뜻이 되기도 한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텐서란 앞에서 말했던 것 처럼 이미 가지고 있는 개념을 수치적으로 표현할 때 꼭 겪는 복잡함을 이해하고 이에 대하여 말하는 방법입니다. 수학에서는 단계적으로 다음과 같이 풀어져 있습니다.
그 이야기 전에 우선 다변수 미적분학(적어도 2변수)과 선형대수(적어도 행렬과 행렬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어야 합니다.(사실 들어보는 정도로는 안됩니다.) 리만기하학을 배우려는 분이면 당연히 아시겠지요.(적어도 안다고 생각하시겠지요.)

우선 대수적인 텐서는 벡터공간 V 하나안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이 때 텐서는 V 위에서의 벡터들의 곱의 일종을 말합니다. 이 곱은 보통 알고 있는 곱들을 포함하는, 더 일반화된 개념으로서 우리가 보통 곱셈이 갖고있다고 생각하는 최소한의 조건만을 가지는, 가장 일반화된 곱셈입니다. (이에 대한 정의는 대수학등의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곱셈들은 이 곱셈의 하나가 됩니다. 우리가 이미 잘 쓰고 있는 예를 하나만 들죠.(잘 아는 것은 사실 이것 하나 밖에 없습니다.)

V = R^2 에 좌표 x, y를 주고 보면 V^*(dual space)는 x, y로 생성되지요. 이 때, V 위에서 정의된 다항식들은 x와 y의 곱들로 나타내어집니다. 이 들은 다음과 같이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x, y의 0차식, x, y의 1차식, x, y의 2차식, ......

이 각각은 x 와 y를 각각 0번, 1번, 2번, ... 씩 곱해서 얻어지는 것들의 일차결합을 모두 모은 것입니다.

이들이 V^*의 모든 텐서곱을 다 나타내지는 못합니다. 다항식들은 특별한 조건

xy = yx, x y^2 = yxy = y^2 x, ...

을 만족하고 있으므로 가장 일반적인 곱셈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항식은 소위 대칭인 곱셈(symmetric tensor product)을 모두 만드는 것 같군요.(사실인지 한번 생각해봐야겠군요^^)

일반적인 곱셈을 @ 로 나타내기로 하면,

x @ y \not= y @ x

일 뿐만 아니라 양변이 서로 아무 관계도 없어야 합니다. 즉

x @ y = - y @ x

같은 조건도 없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일반적인 곱셈을 통해서 곱하고 일차 결합을 만들고 하는데, 단 하나, 텐서 곱셈이 되려면 다음 성질 둘(셋?)은 만족해야 하지요 (결국 대수학 책을 쓰는군^^)

(x + y) @ z = x @ z + y @ z,
x @ (y + z) = x @ y + x @ z,
x @ (ty) = t (x @ y) = (tx) @ y (t는 스칼라 체의 원소)

그러한 곱셈을 만들어 쓰는데 익숙해지면, 해석(기하)학으로 들어가게 되는데요, 앞의 글 `텐서(1)'에서 이야기한 것입니다. 즉

(1) 한 점 p에서의 방향벡터 전부를 V_p라 할 때 V_p의 텐서곱들을 p를 변화시키면서 함수로 보는 것,

(2) 이 것들이 p에 대하여 연속함수, 미분가능한 함수라는 개념들을 정의하고,

(3) 이 개념들이 서로 smooth한 관계인 두 좌표(예를 들면, 원점 밖에서 직교좌표와 극좌표)에서 볼 때 마찬가지 개념이라는 것: 직교좌표로 써서 미분가능한 텐서는 극좌표로 써도 미분가능하고, vice versa.

(4) 이러한 두 좌표계 사이에서 같은 텐서를 표현하는 방법은 항상 두 좌표계를 변환하는 변환식의 Jacobian matrix로 변환된다는 것.

등을 확인하고 스스로 항상 계산해낼 수 있게 되면 1차적으로 텐서 개념에대한 대부분의 이해가 되었다고 할 수 있죠.

이 것을 써서 리만기하학을 하게 되면, 기하학에서 어떤 텐서가 중요한 것인가 하는 문제의 답을 구하고, 이들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으며 - 어떤 것을 미분하여 어떤 것을 얻고, 어떤 것을 적분하여 어떤 것을 얻는가, 어떤 놈을 어떤 놈과 내적하면 어떤 놈이 얻어지는가 등등... 소위 텐서들의 공식 - 이 각 텐서들의 기하학적 의미는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답을 찾는 것이 리만기하학을 공부하는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하학에서는 대부분의 중요한 텐서적 개념을 곡률이라고 부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물리학도 마찬가지인데, 텐서 가운데 질량, 스트레스 텐서, 운동량, 등등 모든 개념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Gauss-Bonnet의 정리와 같은 위상수학에 걸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요. (즉 오일러지표라고 하는 숫자는 어떠한 텐서의 적분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등등...)

지금 드린 이야기는 단지 뜬구름 잡는 이야기일 뿐이지만 이를 가이드 삼아서 초보 텐서론부터 차근차근 공부하시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믿거나 말거나?) 하지만 혼자서 끙끙대기보다는 잘하는 분들께 물어보기 바랍니다. 누구나 열심히 가르쳐 주겠지만, 그리고 모든 설명이 다 정말 도움이 되지만, 진짜 잘하는 분들의 설명이 필수적입니다.

책을 한 두개 소개하면,

M. Spivak의 Calculus on Manifolds : 이 책을 통해서 텐서를 이해하면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거의 다 풀어봐야만 합니다.

Sokolnikoff의 Tensor Analysis(제목도 가물가물) : 혹시 위의 현대적 표기법이 마음에 안든다면 이러한 고전적 표기법과 물리학적 이야기도 괜찮을 겁니다. 위의 책보다 훨 길어요. 고전적 물리학 책(20세기 초반의 어려운 물리학책들: 예를 들어 Eddington의 Relativity Theory(?) 같은 책) 모두 다 텐서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어요.

김강태의 미분기하학 : 기하학란과 책 소개란에 소개했지만, 미분기하학(리만기하학)의 입문서로 아주 좋은 책입니다. 단지 이 책만 읽고 리만기하학 다 안다고 하면 (라마뉴잔 같이 쬐끔만 보고도 모든 것을 다 꿰뚫을 사람이 없지는 않겠지만) 아마 안되겠지요. (저자가 그러면 안된다고 했으므로)

P. Petersen, Riemannian Geometry : 최근에 나온 기하학 책인데 쉽게 어려운 이야기 까지 잘 설명한 또하나의 책입니다. 방대한 이야기를 다 한 책. 분량은 400쪽 남짓.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

하이텔의 글입니다.
--------------------------------

같이 풀어 봅시다 란에 텐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텐서?

텐서가 무엇이길래 (나를 포함해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인가?......???

여러분이 말하는 텐서는 내가 보는 바로는 허깨비일 뿐이다.

라고 한다면 무슨 헛소리인가 하겠지만, 글쎄, 그럴듯 하다고 할수도 있겠다. 텐서를 한마디에 또는 한번 이야기에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그 많은 복잡한 공식과 계산들은 당연히 책을 보고 배워서 외워야 할것이다. 문제는 텐서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여야 하는가이다. 이를 잘 이해하려면 정말 쉬운 경우를 예로 들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설명을 해 보기 전에, 여러분은 물론 선형대수를 공부했기에 텐서를 알려고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러분은 선형대수가 '뭐하는' 것인지를 알고 있는가? 글쎄요라는 대답이 나온다면 텐서를 이해할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예:

한 직선의 점들에다 또 다른 한 직선의 점들을 대응시키는 함수를 생각하자. 이것은 여러분이 국민학교에서 부터 지금까지 수학에서 거의 매일 다루고 있는 대상이며 사실 이것 밖에는 배운것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보면 여러분은 우선 y = f(x) 하고 쓸것이다. 이것은 틀린것이 아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분명히 x 나 y 가 수(number 즉 실수)라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는 문제가 있다. 직선 위의 점들은 수가 아니다. 여러분이 수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직선위의 점들을 항상 수와 대응시켜서(수를 이름으로 써서) 불렀기 때문일 것이다.

직선위의 점들은 항상 정해진 이름(= 대응되는 수)이 있는가? 이런 생각을 해보면 금방 알수가 있다. 직선에 우리가 단위길이를 주고 눈금을 끊어나가기 전에는 '아니올시다' 이다. 이것도 직선 위에서 길이를 잴수 있을때라야 된다. 따라서 x, y 에 숫자를 넣어 생각하는 것은 우리 직선들에 수를 찍어서 소위 '수직선'을 만든 후의 이야기이다. 수직선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으니까 한가지 함수 y = f(x) 라도 수직선을 다르게 만들면 f(x) 의 공식은 달라지게 마련이다. 진짜 예를 들자.

y = x 라는 함수가 있었다. (이미 수직선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x-축에서 단위길이를 원래길이의 두배로 잡았다. 즉 이전의 2 자리가 이제는 1 이 되고 말았다. 그랬더니 함수는 y = 2x 가 된다. 함수가 변했는가? (이 물음은 두 직선 사이의 대응 관계가 변했느냐는 뜻이다.) 물론 변하지 않았고 단지 x-축 위의 점들의 이름만이 바뀌었을 뿐이다.

이렇게 함수의 영역에 숫자로 이름을 주는 것을 '좌표'를 준다고 하고 '좌표계'가 주어졌다고 한다. 한 함수라도 x 나 y 의 좌표계가 바뀌면 숫자로 나타내는 식은 달라진다.

이 긴 이야기의 핵심은?

1. 우리는 숫자를 써서 나타내는 것만을 계산할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름을 어떻게 주느냐에 따라 변한다.

2. 그러나 이렇게 숫자를 써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좌표를 바꿔도 변하지 않는 함수에 대한 이야기이다.

비극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딴 방법은 없다.

일차함수만 생각하자. (이것이 '선형대수'이다)
좌표를 정하고 f 라는 함수를 표시하니 f(x) = x 였다. 이 함수는 기울기 1 만 알면 되는 함수이다. 그런데 아까 처럼 좌표를 바꾸니까 기울기가 2 가 되고 말았다. 그럼 기울기가 무슨 소용인가? 좌표만 바꾸면 무슨 기울기도 다 나올텐데...(0 만 빼고)

따라서 우리가 말하고 싶은 '변화율'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이런 좌표에서는 기울기가 1 이다. 하지만 x-좌표를 (0 이 아닌) a 배로 늘리면 기울기는 a 배가 되고 y-좌표를 그렇게 하면 기울기는 1/a배가 된다.
여기서 몇배 하는 부분의 설명은 언제나 그렇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번 이야기 하면 다시 할 필요가 없겠으므로 다 안다면 다시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이 선형대수의 밑(basis)의 변환에 대한 정리이다.

즉 선형변환(Linear Transformation = 변수도 벡더이고 값도 벡터인 일차함수) 은 좌표를 이러이러하게 잡을때 (즉 basis 를 이렇게 잡을 때)

Y = [A] X

로 표시 된다면 좌표(basis)를 이러이러하게(= [P], [Q]를 써서) 바꾸면 새 좌표에서는

Y = [Q][A][P 의 역행렬] X

꼴로 표시된다는 정리이다.(여기서 X, Y 는 벡터, [A]등은 행렬이다.)

[[중요!!!]]

따라서 행렬을 하나 보면 그 행렬을 곱해서 함수(선형변환)가 나온다는 생각 뿐이 아니라 이때 basis 를 바꾸면 그 행렬이 어떻게 변할지도 항상 생각하고 있어야(최소한 생각해 낼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함수를 진짜로 (어떤 경우에도 쓸수 있게) 알고 있는 것이다.

[[[끝말]]]

자 이제부터 간단히 '텐서는 뭔가?' 이야기 하자.

수학이나 물리학에서 나오는 많은 양(quantity)들은 위의 함수와 같은 존재이다 X(i) 들이 벡터일때 (f 는 일차인 경우만 생각하자, 아니면 '한 점에서' 미분을 해서 일차도함수인 전미분(differential = Jacobian)을 생각한다)

Y = f( X(1), ... , X(n) )

꼴이다. 이걸 좌표를 써서 나타내면 행렬 같지만 독립변수가 n 개의 벡터이므로 첨수(index)가 n+1 개나 필요하다. (선형대수에서는 독립변수가 한개, 첨수가 2개이다) 즉

               [A] = A
                      i,j,k,...
모양이 된다.

좌표도 일차식으로만 바뀌란 법이 없다. 그러나 한 점에서 벡터만을 다루므로 좌표 변환의 그점에서의 Jacobi 행렬만 쓰면 된다. 그러면 다음과 같다. f 가 좌표(x, y) 에 따라 [A], [B]등으로 나타날때,

                                                    
               dy   dy
                 p    q
       A    =  ---  ---  B
        i,j    dx   dx    p,q
                 i    j

꼴의 관계가 성립한다. (dy/dx 꼴은 좌표변환의 Jacobi 행렬) 첨자가 두개인 경우만 썼지만 여러개일때도 마찬가지다.

특히 물리학의 양들을 나타낼때 자연에서 주어지는 좌표란 것이 없으므로 인위적인 좌표(km, sec, gram,...)에 대해서 계산한다. 그러면 위의 f 는 [A]같이 나타나겠지만 그 숫자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위에서 기울기가 별로 중요하지 않듯이...) 문제는 그 숫자가 여러가지 좌표계에서 어떻게 바뀌어 나타나는가 이다. 그리고 그 바뀌는 숫자들이 어떤 특성의 양(quantity)을 나타내는가 이다.

CARTAN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