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하학을 설명하려니까 결국 기하학은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좋은 일이다. 무엇을 이해하는 것은 그것이 아닌 것을 모두 이해하는 것과 원리적으로 똑같고 방법적으로는 이 편이 더 낫다. 그러나 기하학에 대해서도 할 말은 있다.


19세기 말 - 20세기 초반의 수학 및 물리학 발전은 우리에게 새로운 개념을 심어주었다. 리만이 한 일 (오일러가 단초를 놓은?)이 발단이 되었지만... 오일러 수, 한붓 그리기, 리만의 타원함수이론과 리만면,... 이런 것을 보면 문제의 해결에는 국소적인 계산과 이것을 이어 붙여서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독특한 방법이 작용한다는 것이다. 즉 오일러 수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국소적 현상(꼭지점, 모서리, 면 등)을 잘 붙이면서 곡면 전체의 모양을 설명해 주는 무엇인가(실제로는 위상적 표현)를 얻는다는 것이다. 미분기하에서 이것이 적나나하게 보인다.


19세기가 끝날 때까지 미분기하는 이탤리에서 연구되었다. 이것도 리만이 미분기하를 공부하는 방법을 이탤리 학자들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독일은 바이어슈트라스가 (또는 디리클레 빼고 모든 다른 수학자들이) 리만을 디스하려 했던 덕분에 리만한테서 아무 것도 못 얻었다. 리만을 독일은 디스하고 몽땅 이탤리에게 넘겨준 듯.) 이 이탤리 학자들이 연구한 것은 굽은 공간에서의 기하학적 미적분이었지만 이것은 완전히 국소적 이론이었다. 그리고 이것은 19세기가 끝나면서 이론 연구도 끝이 나서 당시 이것을 연구했던 사람들은 '이제 미분기하학은 끝났다' (망했다는 뜻이 아님, 더 이상 연구할 것이 없고 이제는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는 뜻임.) 라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입장에서 보면 '국소이론 끝 대역이론 시작'에 해당되는 시점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단지 몇년만에 돌멩이 한 개가 나타나서 세상을 뒤집었다. 아인슈타인이 특수상대성이론을 만든 것은 단순히 우주 어느 점에서도 (그 근처만 봤을 때 = 국소적으로) 물리학 이론이 똑같다는 가정과 당시 실험으로 알려진 빛의 속도가 정해져 있다는 사실만 가정하고 이룩한 것이다. 그러니까 국소적 가정만으로 전체가 어떻게 돼야 하는지를 알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리만이 보여준 것을 물리에서 재현한 것인데. 물론 리만에 대해서는 눈꼽만큼도 모르면서 한 것이다. 어쨌든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우리 우주는 어떻게 생겼지? 하는 문제를 제기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푸는 것은 국소적 물리 모델을 모두 모아서 전체의 위상 등등을 알아내겠다는 구상이 되었다.


당연히 기하학적 문제인데 이것을 해결한 것은 원래 오일러가 했던 것처럼 붙이는 부분을 잘 count해야 한다. 즉 대수학을 사용했고 결국 리만처럼 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말하면 대수위상수학 문제로 귀결되었다. 그래서 호몰로지 이론을 개발하고 열심히 연구하게 되었는데... 여기까지 도달하는 데도 편미분방정식의 숨은 역사가...


사실 처음으로 이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한 것은 일본의 숨은 해석학자 오카였다. 오카는 고차원 복소영역 안의 코시리만 방정식을 풀려고 했다. 2차원 복소원판의 곱 형태의 영역에서 적분으로는 쉽게 풀 수 있는데 그 밖의 영역에서는 방법을 알 수 없었다. 오카가 낸 아이디어는 이렇게 국소적으로 푼 해를 이어 붙여서 전체로 확장된 해가 존재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를 연구하였고 이것이 대수위상적 조건이란 것을 알아냈다. 이것은 대학 1학년 미적분의 뒤쪽에서 벡터장의 포텐셜함수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문제와 본질적으로 똑같다. 그때의 답은 벡터장의 정의역 가운데 일종의 본질적 구멍이 있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고 오카도 똑같은 식의 답을 얻었다. (진짜 구멍만은 아니지만...) 그러니까 편미방을 푼다는 것은 두 가지 일을 해야 한다. 각 점의 충분히 작고 모양도 예쁜 영역에서 푸는 것... 이것을 국소적 이론이라 부른다. 보통 함수해석학을 쓰는 것... 그 다음에 이것을 이어붙여서 공간 전체로 확장되는 조건을 찾는 것. 이것은 코호몰로지 이론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해석학자들은 여기서 앞부분만 하고 있는데... 그것도 compactness를 잘 사용하는 방법 밖에는 모른다. (근사해를 찾고 이것을 계속 낫게 바꿔나가서 해로 수렴시키려고 하는데... 수렴하는지 보려면 우리가 찾아나가는 함수열이 compact 집합 안에 놓이는지를 보이면 되고, 이것은 거리를 잘 재서 해결하는 방법이다. 아마 아직도 모든 함수해석이 이런 방법을 벗어나지 않은 것이 아닐지 싶다.


결국 아직도 기하에는 못 들어갔네...ㅠ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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