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교수님께서 링크해주신 어떤 신문기사를 읽어보니 강남 모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 학생들과 아빠들이 같은 초등학교 수학 문제를 놓고 시험들 치르는 경쟁을 했다고 한다. 결과는 아빠의 승리지만 평균 1점 차로 아이들이 분패한 것으로 나와 있다. 기자는 이 event에서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이 부모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듯하고, 또 부모가 (특히 아버지가) 아이들의 생각에 참여하면 아이들의 (지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이 시험 경쟁은 이벤트성인 점이 상당히 있지만 이런 경험을 해 보는 것은 아이들에게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부모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이 기사에서 다른 모든 것은 괜찮아 보인다. 결론은 조금 잘못 유도된 듯하지만, 이런 결론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며 또 많은 생각을 해 보아야 할 부분이겠다.


문제는 시험인데, 가만히 보면 이 시험에서 불공정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인다. 26분동안 10문제를 푸는데 문제가 실용적인 문제 (따라서 지문이 긴 응용문제)가 대부분이 아닌가 싶다. 비록 이 문제가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제이더라도 (나 같은 수학 교수도) 이런 문제를 오랜만에 처음 대하면 도대체 무엇을 하라는 문제인가를 파악하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런 문제를 26분에 10문제 풀라는 자체가 무리스럽기 쉽다. 이에 반하여 아이 엄마들은 아마도 교육에 비교적 관심이 많지 싶은 것을 글에서 볼 수 있고, 아이들은 이런 종류의 시험에 조금은 경험이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뒤쪽에 예로 들어 놓은 시험문제 하나만 보아도 어떤 시험인지 대략 알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문제 지문이 길고 어렵지 않은 문제) 문제가 어떤 식인지를 아는가 모르는가에 따라 푸는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차이난다. 아마도 여기 와서 처음 시험문제를 보았지 싶은 아빠들에게는 크게 불리한 시험이다. (게다가 모두 처음 보는 식의 문제라고 하더라도 머리가 굳어진, 수학을 본지 오래 되는 사람에게는 문제의 의도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이 문제가 두 그룹에게 모두 처음 보는 문제이고 또 풀이 방법도 배운 것을 바로 사용하는 문제였다면 조금 결과가 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쩌면 이런 나의 기우는 단지 기우이고 실제로 학생들도 이런 문제를 처음 보았을지도 모르며, 그런 경우에는 불공평하다는 생각은 접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 긴 서두를 가지고 꼭 하고 싶은 말은 지난번에 적은 내용과 유사한 것이다. 이런 시험을 보일 때는 학생들이 단순히 공식만 외우지 않고 생각해서 문제를 푸는 능력을 키워왔는가를 물어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이와 유사한 문제를 풀어본 적이 있는가와 없는가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리는 종류의 문제이다. 이런 문제가 제대로 문제 역할을 하는 것은 이런 문제를 처음 사용할 때 한 번 뿐이다. 한번 알려지고 나면, 문제에서 물어보려는 것을 (예시된 문제의 경우) 기억하는 학생들은 거의 문제를 읽지 않고도 바로 풀 수가 있게 된다. (내 경험으로는 이런 기억력은 학생 시절에 매우 좋았다.따라서 이런 문제를 처음 보는 그러나 생각하는 훈련은 열심히 한 학생을 걸러내 보겠다면 시험을 치르는 시간을 많이 주어야 한다. 이런 문제라면 빨리 푸는 학생은 1분이면 풀겠지만 혹시 다른 잘못은 없는지 내 생각이 맞는지 되돌아보면서 풀어나가는 학생은 5분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한 10분 준다면 편안하게 풀고 검토할 시간이 있다고 하겠다.


예전에 본고사 시절의 문제가 왜 어려웠는가? 이 기사를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쉬운 문제를 물어보는 시험은 간단한 것을 물어보아야 공정하고 (복잡하면 문제에 익숙한 사람에게 매우 유리하므로), 이런 시험이 아니라 복잡한 생각을 측정하고 싶으면 처음 보는 유형의 문제여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답만 낸다는 가정이다.)


물론 또 한가지 방법이 있다. 비록 유형을 알고 있더라도 풀이 과정을 자세히 적도록 하면 학생들의 생각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런 종류의 시험을 대량으로 치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해도 결국 지금과 같은 식의 시험은 사교육을 부추기고 그 교육 내용도 비교육적으로 만드는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작년, 재작년이었으면 이 시험에 이 학교의 학부모이신 조모 교수님께서 참석하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석하셨으면 몇 점을 맞으셨을까, 또 이런 결과에 대해 뭐라고 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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