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자살과 공부

교육 2011. 4. 10. 15:50
며칠 전에 대전의 한 대학에서 어떤 학생이 자살하였다고 한다. 이유는 천천히 밝혀지겠지만 아마도 공부 스트레스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올해 들어 4번째이고 보니 하나 하나의 경우는 다 사정이 다를지도 모르지만 전체적으로는 공부 스트레스가 한몫 하였으리라는 것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면 이 학생들의 자살은 타당한 것인가? 상황이 자살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는가? 그럴 리가 없다. 나 같은 수도권 유수 사립대의 교수에게도 저 자살한 학생의 학교에서 평점이 3.0 미만인 학생은 물론 낙제학생이라도 좋으니 우리 학교에 와서 공부만 하겠다고 하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 지도 모른다. 그러니 평균이 3.0이 넘지 않는다고 문제가 될 일이 없다. 혹시 등록금을 추가로 내야 하는 부분이 부담이었을까? 물론 돈은 항상 부담되지만, 내가 유학하던 지난 세기 80년대에 유학생이 중간에 돈이 떨어지면 (물론 대부분 학생들이 집에서 부친다는 생각은 못하는 시절이었으니까) 휴학하고 알바 수준으로 취직해서 돈벌며 공부하였다. 그러니까 이런 문제는 적어도 자살할 이유는 되지 못하는 것이다.

트위터에서 보는 전문가의 의견은 이런 경우들, 특히 한 사람이 자살하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 자살하게 되는 도미노 현상은  병리적 현상이고 특히 사회 병리적 현상으로 다루어야 한다고 한다. 학교의 제도 하나가 문제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일 제도의 문제라면 50년 전에 살기 힘들 때 사람들의 절반은 자살했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제도가 잘 되어 있다는 것 또한 아니다. 잘못된 곳에서 해답을 찾지 말자는 것일 뿐.

자살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우울한 상황에서 작은 자극이 자살을 유발한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이런 부분을 미리 막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고 큰 제도를 바꾸라는 식이나 돈과 결부시키지 말라는 식의 언론의 결론은 본질을 보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이런 식의 말을 하는 사람들은 요즘 유행하는 하바드 대학의 유명하다는 윤리학 강좌를 한번 경청해야 할 것도 같다.

이제 공부로 가 보자. 이런 좋은 대학의 좋은 학생들을 잘 교육하려면 개개인에게는 공부할 내용을 잘 가르쳐주는 외에 두 가지 서로 반대되는 자극을 주게 된다. 하나는 잘 하고 있다는 격려와 또 하나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다. 이 둘 중에 어느 하나도 없으면 제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자살하는 학생의 경우는 이 중에 두번째 것이 너무 크던가 앞의 것이 부족했던 것이다. (반대로 앞의 자극만 많은 경우에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자기만 잘 안다고 생각하고 너무 나서는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니까 이런 채찍은 어느 정도 사용해야 하는가 라고 물어볼 수도 있겠지만 학생만 감당한다면 얼마든지 많이 사용할 수록 좋다. 특히 한 두번은 좌절할 정도의 채찍이 길게는 너무 중요하다는 예를 많이 본다. 나의 동료 교수들 가운데 정말 감탄스럽게 잘 하는 사람들은 공부 도중에 반쯤은 망한 듯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내가 보건대 그 사람들의 강점은 그들 스스로도 망했다고 이야기했던 바로 그 경험이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이 망한 순간에 좌절해서 자살하면 진짜 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런 수재들의 교육은 학생들을 매우매우 힘들게 하되 어떻게든 넘어가게 하는데 핵심이 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이 어떻게든 넘어가는 것은 보통 학생들 스스로 방법을 찾아 나가는 그런 문제로 되어 있다. (학생들이 나약하다고 말한다면 이런 방법을 스스로 찾을 줄 모른다는 말이거나, 또는 교수나 선배 동료들이 이런 방법을 찾는 clue를 주는데 못 알아듣는다는 말이다. 진짜 나약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마다 그 받아들이는 수준과 속도가 다르고 또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학생은 이것을 잘 하는데 어떤 학생을 저것을 잘한다던가... 어떤 학생은 어떤 이론을 이해해 내는데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지만 이해의 깊이는 깊다던가... 게다가 도제식이어서 교수인 내가 책임지고 한 학생을 전적으로 가르쳐도 힘든 판인데, 강의나 하고 시험이나 보이며 일주일에 서너번 멀리서 얼굴이나 보는 학부 교육에서는 학생을 제대로 이끄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런 사안에서 교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거의 없다고 본다. 이것은 오히려 동료 학생들 사이의 관계가 중요하고 친한 친구나 선후배와 이야기할 수 있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 같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경우에 보아도 이 학생은 수학과 전공 과정에서도 제일 어렵다는 과목을 1학년 때 듣고도 학점이 B+인가를 받았다고 하니 수학에서도 재능이 뛰어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까 수학에서 공부가 힘들어서였다고 말했다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다. 어쩌면 영화 `여고괴담'에서 보였던 항상 전교 2등만 하던 학생과 같은 마음상태에서 못 벗어난 것은 아닌가.

그러니까 혹시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되는 과목이 있다고 하면 그건 너무 당연하다. 예를 들어 나도 그런 사람이지만 성적도 꼬박꼬박 잘 받고 하는 사람도 공부 못하는 과목도 있다. 나는 학부 때 공부할 때 한 과목 - 현재는 내 전공과목이 된 - 은 이해도 제대로 안 되고 기억도 잘 안 되어서 결국 성적이 D+였나 하는 기억이 있다. 모든 것을 다 잘하지 못한다고 잘못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학부 때 어떤 과목의 성적이 나쁘다는 것이 그것을 진짜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결국 가장 성적이 나빴던 과목을 제일 좋아하고 전공하게 되었으니까. (그렇다고 이 과목 성적이 나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해서 성공한 것이 전혀 아니다. 때가 되어서 공부하니 재미있고 이해가 쏙쏙 되더라는... 다른 학생들은 이 과목이 쉽고 내가 쉬운 과목을 어려워 했으니까 공부하는데 뭐가 어때야 된다는 법칙은 없는 것.)

학생들이 이런 것을 모두 다 알 수만 있다면 자살 같은 것은 안 할 것이다. 선택되어서 과학고, 영재고에 들어가고 또 선택되어서 특수할 정도의 좋은 대학에 들어갈 때 마음가짐은 `여기서도 잘 해야지'라는 바람직한 채찍과 함께, `여기서 1등 못하고 중간쯤 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겠지. `심지어 꼴찌를 해도 전국 거의 1등인데 뭘...' 이런 생각은 못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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