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 지피티가 바꾸는 세상
챗지피티(chatGPT)가 나오고서 세상이 정말 빨리 바뀐다. 코로나가 세상을 잠시 멈춰놓은 동안에 슬며시 나타났는데 지금은 코로나 만큼이나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다. 어제 신문 기사이다.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8052053
"챗GPT 안 썼다. 억울하다"…AI 역설
"챗GPT를 사용한 적이 없는데 인공지능 생성률이 70%가 나왔어요. 안 썼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요?" 서울 한 대학 사회학과 재학생 오 모 씨는 지난 1일 이렇게 말하며 황당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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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도 챗지피티를 사용하고 있고 학교 숙제도 챗지피티를 써서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 문제를 내 컴퓨터에 깔아 놓은 소위 local LLM들에게 물어봐도 거의 완벽한 풀이를 해 준다. 이 모델들은 parameter 갯수가 10B-30B 정도인 중소형 모델인데도 꽤 쓸만하다. 2년 전 정도와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이러니 안쓸 수가 없을 것이다. 위의 기사에 보면 학생들이 AI를 써서 레포트를 작성했는지 검사하는 AI 킬러 서비스가 있는 듯하고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쓴 글로 이 서비스를 써서 어떤 점이 AI가 쓴 것처럼 보이는지를 확인해서 수정해야 한다고 푸념한다.
근래에 바둑 게임을 보면 정말 잘 두는 친구들은 AI가 생각하는 것과 거의 비슷한 판단을 하고 있다. 그렇게 해야지만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다. 아마 중고등학교나 대학교의 교양 수준에서는 AI처럼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니 AI처럼 레포트를 작성했다고 잘못이라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은 30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는 인터넷이 빠르게 확장되는 시기였고 학생들은 레포트를 작성할 때 인터넷에 있는 내용을 옮겨서 짜집기해서 제출하는 일이 흔했다. 당시에 인터넷 검색과 비교해서 베꼈는지를 판정하는 소프트웨어가 나왔고 근래까지도 쓰이고 있었다. 내가 강의했던 과목도 조별 과제와 레포트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어서 베끼는 레포트를 쓰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즉 가르치고 싶은 것은 주어진 과제의 내용을 인터넷의 내용까지도 아울러서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지만, 그 판단을 남의 판단으로 대체하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것이니까...
내가 사용한 방법은, 과제의 문제를 제시하고 이것과 관련된 자료를 모으되 인터넷의 자료도 얼마든지 사용해도 된다는 것이다. 특히 레포트를 쓸 때도 인터넷에서 얻은 내용을 사용해도 되지만, 이를 분석하고 판단해서 자신만의 결론을 꺼집어내는 것이 중요하므로 레포트에서는 자신이 생각한 부분에 마크를 해서 제출하도록 했다. 지금 식으로 말하면 챗지피티가 써 준 것을 인용해도 되지만 가장 핵심되는 판단 부분은 자신이 쓰도록 유도하고 싶은 것이다. 예전에는 이 마크한 부분이 자신의 생각을 적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쉬웠다. 아마 지금은 이것도 어려워지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까 예전의 과제는 이제 더 이상 좋은 과제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챗지피티를 써 보니 이것을 옆에 두고 일을 하면 매우 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식이 필요할 때 이제는 도서관에 갈 필요가 없어졌다. 그냥 화면에 질문하면 답이 나온다. 이에 틀린 내용이 없는지는 조금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이 또한 별로 어렵지는 않다. 따라서 레포트 과제는 다음과 같이 되는 것이 좋아 보인다. 30년쯤 전에 교육계에서는 소위 ill-posed problem을 통한 교육이라는 것이 있었다. 즉 학생들에게 global한 관점과 틀에 박힌 문제에 익숙해지는 것을 지양해서, 정확한 답이 없고 관점에 따라 문제 해결의 방향이 달라지는 일반적이고 현실적인 문제를 놓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식의 교육을 생각했었다. 물론 이런 problem based learning이나 이후의 project based learning은 똑같은 내용을 가르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요하기 때문에 조금만 사용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문제를 챗지피티와 함께 풀어나가면 매우 좋은 학습효과를 얻을 것 같다. 즉 이런 프로젝트를 학생 혼자서 챗지피티와 함께 생각하고 자료를 모으고 확인하고 이를 적절한 판단으로 연결시키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아마도 이런 것이 지금의 교육이 해야할 것 중의 하나라고 보인다.
이 과정에서 챗지피티의 생각을 유도하고 그 생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등등을 위해서는 아는 것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아마도 친구가 해서 제출한 레포트와 비교하고 생각해 보면 자신의 약점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서 어떤 내용을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지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될 것 같다.
이런 복잡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가는 과정을 AI가 스스로 분석해서 과정을 수립해 나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chain of thought 등 최근 AI의 트렌드고 되고 있다. AI가 이것을 잘 할 수 있게 되면 위의 과제는 또 과제로서의 메리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AI를 옆에 두고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보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다. 어쩌면 몇 가지 특성의 AI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이들을 잘 coordinate하는 것이 중요한 때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은 미래가 거의 예측불가능한 때이므로 나중을 이야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