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주일 전에 미국에서 소포가 왔다.

미국에 주문했던 중고책 몇 권이 들어 있었다.

이 책은 amazon이나 alibris를 통해서 찾아 주문했었다.

이 가운데 한 권의 책은 어딘가에서 좋은 책이라고 해서 주문해 보았다.


제목은 Calculus of Variations이고 Gelfand와 Fomin의 책이다.



이 책은 아마도 20세기 중엽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는 책이고 이보다 조금 일찍 구입한 Lanczos의 Variational principles of mechanics라는 책도 여러 군데서 언급하는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은 수학의 이론 부분에서 잘 해설한 조금은 짧은 책이라고 하겠지만 Lanczos는 응용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라고 보인다.

(요즘 Springer의 Grundlargen? 시리즈에서 나온 Calculus of Variations 책으로는 두꺼운 2권짜리 책으로 순수이론을 총망라한 편미분방정식 책이 있다.)


Lanczos를 보면서 느끼는 점은 20세기 중엽의 책으로 보기에는 상당히 편안하게 쓰여있고 내용도 깊게 들어가지 않는 듯하다. 물리적인 문제도 들고 계산도 보여주면서 나가서 기초적인 변분학 내용을 익힐 수 있게 쓰여져 있는 듯하다. (아직 한 번 들쳐본 정도라서 잘은 모른다.) 이 사람이 쓴 Applied Mathematics 책도 이와 비슷하게 너무 이론적인 것에 치우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이 책이 여러 공학자, 물리학자 등에게 읽히고 그런 논문에 refer되는 것 같다.


이렇게 구입하는 책들 가운데 상당부분은 미국의 지방 대학 도서관이나 public library에서 소장하고 있던 것을 방출한 것이다. (Released 도장이 찍혀 있는 적법하게 방출된 copy이다.) 더 이상 둘 곳이 없고 읽는 사람도 없다고 생각되어서 방출한 것일 것이겠지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이런 책이 꼭 필요하다. 현재 산업과 기술이 발전하는 단계에 있는 우리 수준에는 초보적인 연구 기반을 구축할 때라고 보인다. 비록 S사가 세계적인 상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 뒤를 받치는 기초적 연구는 아직 초보단계이다. 이럴 때 꼭 필요한 수학적 지식은 이런 책에 들어있는 것처럼 조금은 낡은 그리고 조금은 쉬운 수학일 것이다. 그리고 공대에서 공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런 이론을 알아야 하겠지만 분명히 제대로 배우고 있을 리가 없다. 공대 교수님 중에 이런 수준의 강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분은 많지 않고, 수학과에 와서 듣지도 않으니까... 


선진국은 필요 없다고 버리지만 우리는 꼭 필요해 보여서 버리는 책을 사고 있는데, 사실 이런 것이 제대로 기반이 되려면 우리 말로 쓰여져 있어야 할 것이다. 다시 번역 내지는 교과서 논리로 돌아가게 되겠지만 이런 것들을 얼마나 accessible한 형태로 만들어 두는가가 다음세대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할 것이다. Calculus of Variations 없이 응용수학이 나아갈 수 없을것이고, 지금은 그럭저럭 해나가고 있지만 조금 있으면 산업체에서 이런거 잘 하는 사람 없나 하고 찾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우리나라에 준비되지 않으면 이런 것은 외국 사람을 불러서 시키는수 밖에 없는데, 지금 교과부의 생각이 이런 것이라면, 글쎄 과연 이런 식으로 기반되는 이론을 얼마나 받쳐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결국 우리나라에는 이 결과로 남는 end 기술만 있고 이를 개발하는 능력은 영원히 정착하지 못할지로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늦었어도 빨리 대비하는데는, 특히 현재의 부족한 인력으로 감당할 수는 없으니 지금 공부하는 세대가 빨리 진입할 수 있게 하려는데는, 쉬운, 하지만 핵심을 짚는 책이 필수이다. Gelfand와 Fomin의 책은 이런 것을 할 수 있게 쓰여진 듯하다. 응용문제는 별로 없지만 본론의 핵심이 무엇인지를 쉽게 쓰고 있다. (러시아의 수학 책의 특징이라고 하겠다.) 이런 것과 Lanczos와 같은 이론 문제 해설서 정도를 가지고 있으면 어떤 문제집을 가지고와도 해결할 수 있는 준비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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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글에서 현대벡터해석이란 조금 오래 된 책에 대하여 글을 쓴지 넉 달은 된 것 같다.

그 동안 바삐 이것 저것 하다 보니 별 일 못하고 여름 방학을 다 보냈다. 학기중 보다는 방학이 더 바쁜듯이 느껴지는 것도 이제는 5년이 넘은 것 같다. 아마 계속 이런 추세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인다.

오래 전에 (아마도 2년 전 쯤에) 일본 나고야 대학 수학과의 홈페이지에서 그 학교 강의 목록을 받아보았었다. 자세히 읽어보지 않아서 그냥 저장해 두었는데 이제야 한 파일을 열어서 살펴보았다. 일본의 학부 및 대학원 수학과 강의 목록은 예전과는 조금 달라진 것이 아닐까 한다. (일본에서 공부한 적이 없어서 예전에 어땠는지는 잘 모르지만 일본의 교과서들의 제목을 보며 내가 공부하던 때의 과목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요즘은 제목들도 조금 통합되거나 하고 틀에 박힌 내용들이 줄어들었으며 새로운 내용의 강의가 많이 보인다. 우리학교의 강의 내용과 비교하면 우리 것이 좀 낡은 듯이 보이기도 해서 벤치마킹이라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그 학교 2007년도 2학기의 강의를 보던 중 내 전공인 기하학 분야의 강의로 기하학요론II 라는 강의가 보였고 무엇을 가르치나 보니 벡터해석과 그 응용 정도라고 보인다. 교과서는 없고 참고서만 6권이 있는데 거기서 맨 마지막에 적혀있는 책이 이 스틴로드/스펜서/니커슨 등이 쓴 현대벡터해석으로 되어 있어 놀랐다.

강의는 학부 3학년생 대상인데 벡터해석을 가르치는 참고서들 중에 Fukaya의 "전자기장과 벡터해석"이나 "해석역학과 미분형식"이 들어 있고, Matsushima의 "다양체입문"과 이 책이 있으니 그 수준은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참고로 Fukaya의 해석역학 책은 몇 년 전에 내가 대학원 강의에서 교재로 썼던 것이다. 그리고 이 현대벡터해석은 그보다도 수준이 더 높다고 해야 한다. 물론 참고서이다. 하지만 나라면 학부학생들에게 이것을 참고서로 소개하지는 않을 것 같다. 나중에 한 번 보아라 할 정도 일까?

일본은 기초과학과 수학에 대한 경시 풍조가 없는가? 아닐 것이다. 일본이 더 하면 더 하겠지... 그런데 이런 강의를 열면 학생들이 따라 오는가? 아니 이런 강의를 듣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있는가? 혹시 필수로 지정하고 꼭 듣게 하는가? 잘 알 수 없지만 이런 강의가 제대로 열린다면 우리보다 좋은 시스템을 가지고 있거나 또는 일반인(학생을 포함해서)들의 수학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되어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우리 나라의 대학 강의도 이러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어떤 점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어쩌면 조금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해 볼 시점일지, 아니면 좀 늦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잘 사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책이 버젓이 지금도 참고도서에 올라 있는 것에 한 방 먹은 것 같은 느낌으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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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개는 Hitel 수학 동호회의 수학서적/세미나/정보안내 난에 실은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은 저 밑의 12번 김대현님의 list에 들어가 있어야 함직한 책이다. 그럼에도 안들어가 있는 것은 그 list를 만든 사람이 저자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었으리라는 추측과 그 list가 이 책이 출간되기 이전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유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이 책은 기하학 서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하학을 공부하려면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것들이 이 책에는 많이 있다.

제목은 "힐베르트 문제를 중심으로 - 현대수학입문" (김명환, 김홍종 지음, 경문사)

이 책이 출판된지 이미 1년 가까이 되고 이미 잘 알려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특히 서울대학교 교양 과목의 교재로 쓰여진 노트들을 모은 것이고 현재도 쓰이고 있으리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려대학교에서 내년에 부교재쯤으로 쓰일 것 같아서 한번 훑어보게 되었고 매우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되어 여기 소개의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말 그대로 현대 수학에 대한 입문서이다.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이미 앞에 설명되어 있지만 씌어진 형식은 매우 특이한 책이다. 보통 입문서들은 쉬운 내용으로부터 시작하여 어려운 이야기를 살짝 비치고 끝나는 식으로 쓴다. 이 책도 그렇게 쓰려고 노력한 점이 없지 않지만, 근본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씌어져있다. 제목에서 말한 `힐베르트문제를 중심으로' 라는 문구가 그것을 말해준다.

여기 있는 분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힐베르트 문제에 대해서 들어보았을 것이다. 20세기가 시작하려는 시점에서 대(大) 힐베르트가 수학자들에게 던진 문제이고 많은 문제가 수년내에 풀려버렸지만, 20세기 수학의 방향을 결정해버렸고, 현재도 영향을 주고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 문제들 가운데 한 두개도 제대로 이해하려면 쉽지가 않다. 그런데 이 가운데 11개나 되는 내용을 주제로 하여 쓴 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을 쓴 사람들의 오만함과 이를 공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 등을 느낄 수 있기에 오히려 작은 흥분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몇가지 방향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 같다.

첫째는 저자가 주장하는대로 현대수학에 대한 입문서이다. 이미 말했듯이 입문서 치고는 어렵다. 그러나 당연한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가 대학에서 공부하는 대부분의 수학(수학과 전공을 빼고)은 몇가지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기껏해야 18세기 까지의 내용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내용 뿐이 아니라 사고의 깊이가 그러한 마당에 갑자기 20세기가 시작하는 마당의 이야기, 그것도 그 때의 연구 대상을 이야기하는 것은 쉬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것들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문제의 본질을 바로 꿰뚫어, 쉬운 예로 부터 설명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러한 어려움의 상당부분을 바로 해소해주기 때문이다.

둘째로 이 책은 현대 또는 근대 수학의 역사를 적은 수학사의 서적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책은 위의 관점에서보다 더 중요한 책으로 분류 될 것 같다. 사실 수학사에 대한 서적은 고대, 중세의 수학에 대하여는 매우 많지만 근대에 들어서서는 그리 많지 않다. 수학의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까닭이 가장 큰 이유이겠지만, 형식적인 역사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손으로 꼽는다. 그 가운데 일본의 Takagi가 쓴 작은 이야기책이 하나요, 불란서의 Dieudonn\`e가 쓴 1700-1900까지의 방대한 수학사 책이 또 하나 있지만 둘 다 그 맥락이 다른 책이다. 이 책은 입문서를 빙자해서 현대 수학의 바탕을 가늠해보려는 수학사의 책이라고 생각된다.

20세기가 시작하는 마당에 Hilbert가 던진 문제들은 당시의 모든 수학의 범위를 망라하는 것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여 이 책에서 선정한 문제들은 저자의 취향(?)에 따라 주로 기하학과 대수학의 문제로 국한되고 있다. 이에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학부 수준의 입문서에 소개하는 내용으로 힐베르트의 문제들 가운데 해석학에 관련된 것들은 적절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20세기에 들어서면서 현대 수학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서로의 방법론을 빌려서 쓰고, 분야간의 이론의 유사점을 찾아나아가기 시작하는 단계로 들어서게 되며, 따라서 비록 이 책이 기하학과 대수학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현대 수학의 바탕에 기하학과 대수학 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이기도 한다. 즉 세째 관점은 이 책이 기하학과 대수학(그러나 대수기하학까지는 아니다)의 입문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이들의 노력은 대단한 것이었음에 틀림없다. 많은 내용을 정리하고 엮었으며 각각을 이러한 수준에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것은 시간을 가지고 여러번에 걸쳐서 읽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즉, 고등학교나 대학교 1-2 학년에, 고학년이 되어서, 대학원에서, 그리고 자신의 직업과 전공을 가진 후에도 다시 읽어서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책 같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저자의 다른 책들이 항상 그러하듯이) 본문의 내용 보다도 더 수학적으로 함축적이며 또 재미있는 주(footnote)를 가지고 있다. 첫째 장의 43번째 `논리'에 대한 주는 다음과 같다: ""논리"라는 말은 앞뒤가 잘 맞고 이성적인 때 사용하지만, 그 앞에 "정치"라는 형용사가 붙을 때에는 다른 뜻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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