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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페북 친구중의 한 분이 쓰신 글을 읽고 생각해 본다.


제목은 "중고등 수학의 기형성"이고 몇 가지 문제와 해법을 제시하셨다.


이분의 문제제기는 너무 타당하고 오랜 동안의 문제이지만 젊은 분의 생각은 근래의 경험만으로 결정되기 쉬워서 몇 가지 반론 아닌 반론을 써서 이 분 글을 지지하려 한다.


1. 첫째 문제 제기는 고등학교 문제들이 미적분 일색이지만 뉴턴과 상관없이 수학적 내용만 있다는 것이다. 


맞다. 원래 만들어 놓았던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거기서 물어볼 수 있는 문제를 너무 제한시켜서 원래 목적과의 연계는 완전히 끊어졌다. 기술된 방식이 현실문제와 연관 없는 방식이라고 썼지만, 문제는 원래 교과서(예를 들어 3차 교육과정)를 봐야 한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교과서 분량을 크게 하지 않아야 하는 제약때문에 수학 설명은 매우 형식적이고 간결하게 쓰여졌지만 목표는 현실에의 응용을 최대한 생각했었다. 미적분 맨 끝에는 물리에의 응용 섹션이 있었고 여기서 기초적 물리 계산법과 1차원적 운동방정식인 2계미방 y''=f를 푸는 것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물리에 가면 어떻게 미적분을 써서 계산하는지를 연계시켰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계된 문제는 물어볼 수도 없고 이런 응용 파트도 제거된 것이 아닌지?


2차원 이상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벡터, 극좌표가 없어져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좌표계는 수학책에 없다. 그래서 2차원 이상의 물리현상을 지금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2. 전기와 관련된 수학이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전기와 관련된 수학은 기본 미적분만 배우면 나머지는 물리에서 배우게 되어 있었다. 이것이 물리책에서 수식이 빠져나가면서 안 남은 것이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기술 시간에도 전기를 배우고 회로를 배우고 진공관, 다이오드, 트랜지스터를 배웠는데... 이에 대한 물리 이론은 물리 시간에 배우고, 중학교 때 삼각함수 적분값 계산을 미적분 안 쓰고 하는 법도 물상시간에 배웠었다.


3. 컴퓨터와 데이터 과학은 지금 정말 중요하다. 이것과 관련된 행렬이 없어졌다고 하셨다.


예전에도 고등학교 통계는 매우 어려운 과목이었다.(확률보다 더) 지금도 그렇겠지만 지금은 예전의 통계 단원의 내용은 중요성이 그때보다는 좀 떨어졌다. 그리고 이분이 이야기한 데이터과학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머신러닝을 공부하는 교과서를 발행하고 시험운영 중이다. 그 내용도 지금 우리 수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하는 머신러닝 과목 내용의 절반정도의 수학을 포함하고 있고 실제 코딩을 해 볼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이 설명되어 있다. 


이런 새로운 데이터과학을 위해서 배워야만 하는 수학은 행렬 말고도 미적분과 2차원 이상의 공간개념이 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고차원 즉 10,000차원이나 100,000차원 공간의 개념이 필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가 미래의 관건이다. 적어도 수학에서는... 그리고 데이터 과학에서는 댓글에 보이는 인도 같이 기초가 되는 수학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또 문제는 데이터 과학에서는 국가 경계가 허물어지므로 세계 최고가 아니면 제대로된 회사도 차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수학을 뼈빠지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4. 그래서 제시하신 것이 고전수학을 전면 빼고 현대수학으로 고쳐야 한다고 하셨다.


그것이 일견 맞는 방향 같아보이지만 이것은 이미 70년 전에 미국에서 실패한 New Math 운동 같이 되기 쉽다. 수학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외국에서 발표한 것도 있고 글을 쓴 것도 있는데... 각설하면 


(1) 고전과 현대를 적절히 융합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고


(2) 이것을 선생님 몇 명은 제대로 할지 몰라도 대부분의 선생님과 학생들은 너무 어려워 한다는 것이고


(3) 빠르게 변화시켜나가면 제대로 된 교육방향도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등등 많은 난관을 안고 있는 것이어서 섣불리 건드리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수학교육현대화를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시작했고 미국의 모형 일본의 모형을 적절히 선택해서 생각보다 성공했었다고 보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뒤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성공했다는 점은 우리 직전세대부터 20세기 말까지 우리나라 학생들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 수학을 잘 하고 고용하기 좋은 인재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보면 된다. 미국 학생들과는 질적으로 전혀 달라보였다. 뒤로 돌아가는 점인 요즘 졸업하는 학생들은 내가 가르쳐봐도 수학은 정말 모른다. 고등학교 수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학교에 들어오니까.)


5. 마지막으로 지금 수학이 현실과의 연관성을 잃어버리고 떠돌고 있다는 말씀인데 이것은 일견 맞다. 


지금 학생들이 현실성을 못 찾는 이유는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던 시절에는 현실 문제를 보면 어떻게 접근할지 금방 보였고 또 논의할 수 있었지만, 지금 학생들은 보았던 문제만 풀줄 아는데 현실문제는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까 막막하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 문제를 가르치자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너무 많고 너무 여러 방향의 문제가 있고 이것을 다 가르칠 수는 없다. 지금 식으로 공부하면 아무리 많은 현실문제를 가르쳐도 또 보게 되는 다른 문제는 본 적이 없어서 못푼다. 수학공부하고 이렇게 된 것은 수학이 추상적이 되어서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배운 수학이 너무 근시안적이고 추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상적이라는 말은 추상적 공리를 외웠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적 문제에서 추상적 구조를 캐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 추상적 사고를 한다는 뜻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추상적 사고가 불가능하다.) 


한편 지금 발전하는 AI와 기계학습은 매우 구체적인 것 같지만 실은 매우 추상적이다. 내가 몇 년 동안 수학과 대학원에서 기계학습 강의를 듣고 있지만 확률이론을 바탕으로 최대최소를 찾아나가는 현재의 AI는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 소위 Bayes 식의 정보 갱신이 무슨 의미인지? 그러니까 현실 문제에서 무슨 뜻인지 말고 수학적으로 데이터의 의미에서 무슨 뜻인지를 파악하려고 보면 추상 중에도 추상이다. 많은 데이터가 오면 이중에 여러개의 평균을 내서 정규분포로 바꾸어내는 중심극한정리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는 학자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현상은 설명이 쉽다. k개의 평균들은 정규분포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것은 어째서 생기는 현상인지? 그래서 우리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파라메터가 정규분포를 따를거다 라고 말하는 것은 도대체 지금 상황이 어떻다는 것인지?)


이런 것에 자기만의 감 (분명히 추상적 감)이 있는 사람만이 현재 데이터과학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처럼 될 수 있을것인데... 이 추상적 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현실적 감은 문제를 많이 다루고 (물리학 같이, 경제학 같이) 하면 생기겠지만 추상적 감은 수학을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고차원을 제대로 보려면 벡터와 행렬을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느껴지려면 3차원 도형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벡터로 되는 것은 아니고 더 근본적인 기하가 필요하다. 꼭 논증기하일 필요는 없지만 대수 계산으로 바꾼 벡터만으로는 안된다. 그림이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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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등교육에서는 수능 절대평가가 관심사인가보다. 영어 과목은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를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어, 수학도 절대평가를 원하는 사람도 많다. 이 말의 뜻은 수능이 고교 과정을 일정 수준으로 이수했는가에 대한 자격시험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마치 단순히 평가 방식을 바꾼다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이것은 원래 시험을 없애고 새로운 시험을 만드는 수준의 개정이다.


문제는 이것만으로는, 그래서 고등학생의 30-50%가 모두 최상위 등급을 받아 통과했다고 하면 대학이 학생을 어떻게 선발하는가 하는 문제가 된다. 뭔가 생기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된다. 문제는 이 새로운 것에 사교육이 끼어드는 것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이겠지...


두 가지 가능성이 보인다. 첫째는 대학이 본고사에 해당하는 것은 만드는 것이다. 이것을 막기 힘들 것이다. 결국 또 다른 사교육이 생긴다. (이 배경에는 어떤 경우에도 사교육이 효율적이라는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 있다.)


둘째는 강력하게 대학이 본고사를 치를 수 없게 막는 것이다. 이 경우 이 문제는 대학 입학 후의 문제가 된다. 실제로 이렇게 운영되는 것이 미국의 교육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어느 수준의 공부만 한다. 대학은 이 학생들이 어떤 과목을 이수했는가 성적이 어떤가만 보고 학생을 선발한다. 그리고 2년 동안 기초교육을 시킨다. (이 기초교육에는 보통 언어, 수학이 있고 이과쪽을 전공하고자 하는 경우는 과학 한 과목 series 정도가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고등학교에서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가 드러난다. 그래서 이 초기 2년 사이에 많은 학생들이 학교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성적이 별로 안 좋으면 자기에게 맞는 대학으로 전학한다. 내가 공부했던 UCLA에서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 우리나라 사람만 보면 500명이 훨씬 넘는 (아마 7-800명 정도) 학생이 1학년에 입학하지만 이 2년 사이에 대부분 더 낮은 학교로 전학가고 3학년이 되면 200명 정도가 남는다고 들었다. 이 중에는 다른 학교에서 학점이 좋은 학생이 전학온 경우도 있으니까 사실 대부분이 학교를 옮긴다. (일반 미국 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대학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 가능하다면 당연히 이 둘째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을 가르쳐보고 평가하면 정말 제대로된 평가를 할 수 있다. 


(예전에 우리가 쓰던 방법이 유럽 방식으로 고등학교에서 엄청나게 공부하고 시험봐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던 것이라면, 지금은 점점 고등학교는 최소한만 가르치고 공부하고 싶어하는 또는 집에서 밀어붙이는 학생만 공부해서 대학 간 다음에 공부가 판가름나는 미국 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물론 미국식은 성공적인 교육이 아니라고 평가되고 있는 것이지만...)


미국은 이 방법을 잘 쓴다. 대학에서도 그렇지만 대학원에서도 초기 core 과목은 성적 받기 매우 힘들고 이것을 통과해야 제대로 입학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학부에서는 2년 4학기 (또는 5-6학기) 길이의 Calculus와 1년 2학기 물리학이 이 역할을 한다. 한편 전공에 들어가면 다시 이런 과목이 있다. 수학 전공이면 해석학(Advanced Calculus)가 그것이고, 전산학 전공 같으면 전공에 들어와서 처음 듣는 컴퓨터 언어 과목이 이런 역할을 한다. 많은 학생들이 이 과목을 패스하느라 이 과목을 두 번, 세 번 듣는다. 그리고도 안 되면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학과나 대학으로 전과/전학을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학과 사이의 전과나 타 대학으로 전학이 쉽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 때는 시험을 보기 힘드니까 교수의 추천서가 매우 중요하게 된다.


이 두 번째 경우에는 사교육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 사교육이 없어질 리는 없다. 하지만 이 사교육은 대학 과목별로 다르고 전공별로 다르고 어떤 식으로 이루어질 지도 모르니까 아마 구체적으로 분별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까 사교육이 많다고 말하기도 어려워질 것이고 사교육을 없앴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로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내 관점에서 보면 이렇게 생기는 사교육은 지금의 사교육보다는 낫다. 적어도 쉬운 시험에 대해 실수 없도록 준비시키는 비교육적인 사교육보다는 훨씬 더 필요한 내용에 대한 실력을 늘려 주는 사교육이 될테니까 학생의 입장에서도 이런데 비용을 들인다면 쓸데 없이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사교육에 좀 더 가까울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는 분들이 이런 결과를 원해서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뭐 뒷걸음 치다가 뭐 잡는다"는 말처럼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나면 교육이 발전할지도 모른다. 단지 대학생들이 자유로 전학할 수 있는 상황이 생겨야 할 것이다. 또 결원이 생겼을 때 대학이 즉시 정원을 추가로 채울 수 있어야 학교가 운영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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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페북에서 본 이야기 하나는 초등학교 수학문제에 대한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아이의 답이 우스워서 댓글을 하나 달았지만...


각설하고 이 문제에서 생각할 점은 아이들 입장을 생각하고 문제를 냈으면 한다는 것이지만 이 문제의 내용이나 수준이 잘못되었다는 오해는 없으면 한다. 문제는 "왜 3671이 3609보다 큰지 설명하시오"라는 문제이다. 아이에 대답은 "이것도 이유가 있나?" 라는 항의식 답변. 아마 이것은 교과서 익힘책인가? 아니면 참고서에 나온 문제이거나.


이에 대한 댓글 가운데 몇 가지 들면

  1. 저는 다수의 의견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부모로서 저도 아이들 문제 보면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들 봅니다만, 아이들은 이에 대한 내용을 학교에서, 교과서에서 배워 더 잘 알고 있습니다. 위의 문제라면, 학교에서 같은 자리수의 숫자 크기 비교는 가장 큰 자리수부터 비교한다 라고 배우는 거죠. 그래서 ... 천의 자리, 백의 자리 숫자가 같기 때문에 십의 자리를 비교하는 거라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 설명을 선생님이 분명히 하셨겠죠? 제 아이였다면 아이 의견을 인정해주되, 당연한 것도 그것을 설명할 수 있어 다른 사람에게 알려줄 수 있으면 더 좋다는 것과, 당연하다 여기는 것이 정말 당연한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을 겁니다. - "4학년학부모"님 
  2. 익숙해지겠죠. 풀이과정을 외울테니까. 그렇다고 창의력이 키워진답니까? 조금 더 싫어하게 되는거죠. 생각하는 수학은 무슨... 만드는 사람이랑 설명하는 사람이야 생각하겠지만, 배우는 사람은 포기하게 됩니다. 댁들이 하려는 건 그나마 외우기라도 하면 되던 걸 그것조차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 "쓰리고"님
  3. 현직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사실 저도 요즘 교과서 보면 '왜 그런지 설명하시오.'나 '이 단어를 넣어 문장을 만들어 보시오.' 같은 문제가 지나치게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옛날 교과서랑은 너무 다르죠. 요즘은 연산보다 수학적 의사소통을 중시해서 그렇습니다. 즉 자신에겐 당연한 것도 더 어린아이에겐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걸 설명해줄 수 있는 능력을 요하는 거죠. 나아가서는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전문 분야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는 능력의 초석이 됩니다. - "초등교사"님
  4. 웃자고 올리신 글이겠지만, 외국에서처럼 논리력을 키우려면 필요한 문제인 듯 싶네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충분히 수업한 내용일 거구요. 수학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합니다. 물론 다른 사회 과목이나 과학 과목도 중요하고요. 아이들이 계속 문제나 현상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문제들이 좋은 문제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니까요. 다음부턴 같이 생각해보자~라고 하시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면 좋겠네요. - "ㅎㅎ"님
  5. 숫자는 관념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그것을 이성적으로 분석할 능력까지는 가지지 못하는게 당연한 겁니다. 오히려 당연히 큰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 머리속에 표상으로서 숫자가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겠죠. 초3이 저런 문제를 푼다는 것 자체가 주입식 교육의 폐해입니다.

이런 답글들이 달린다. 아마도 대부분 자신의 주변에서 경험한 바에 따른 것이리라. 언급하고 싶은 것은 이들의 차이가 대단하다는 것이고 꼭 반박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이러한 차이를 야기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 해결방법이 있는가? 한 50%라도 해결할 수 있는가?


나의 댓글은 

문제를 내는 사람이 줄여서 생각하는데 익숙해져서 문제라 어구대로 해석하면 이상하지만... 

"어떤 물건이 3671 있으면 3609개보다 많다. 사실을 3671 3609라는 ( 표현으)로부터 알아냈다면 이를 어떻게 설명할 있을까?" 

이런 식으로 문제를 만들면 저런 일은 생기겠죠. 혹시 이렇게 내면 문제를 이렇게 꼬아 냈어 하는 식으로 반응하는 사람이 생기려나?

였다. 


그런데 어떤 학생은 저런 문제가 도움이 되고 어떤 학생은 안된다. 모두에게 저런 능력을 키워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는 것이 바른 방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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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ME와 HPM

수학/컨퍼런스 2012. 7. 6. 00:15

ICME란 "국제 수학 교육자 대회"이고, HPM이란 "수학의 역사와 교육"이다. 이 둘은 국제적인 학회로서 올해에는 한국에서 열린다. ICME-12, 그리고 HPM2012라는 이름으로 ICME는 서울 코엑스에서 다음주 한주 동안(일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열리고, HPM은 곧이어 다음주 동안(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전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다.


ICME는 정말 큰 학회여서 아마도 3000명 정도의 전 세계 수학교육자들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학회 동안에 수 많은 교육학 연구 발표가 있고 이 대부분은 외국 학자들의 발표이다. 재미 있음직한 논문이 제목만 보아도 많이 눈에 띈다. 나는 그 다음 주의 HPM에서 맡은 일이 한 두 가지 있어서 ICME는 형식적으로만 참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ICME를 열심히 들으면 그 다음 주에는 너무 지쳐서 정작 맡은 일을 못 할 지경일 것이다. 우리나라 수학계 많은 분들이 지난 3-4년 동안 이 행사를 준비하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이제 며칠 후면 그 결실을 얻을 때이다.


한편 HPM은  ICME의 위성학회로 열리는 학회로 비교적 조그만 학회이다. 참석인원은 200명 정도가 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HPM은 History and Pedagogy of Mathematics의 약자이고 유럽을 중심으로 수학사가 수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공부하는 학회이다. 조금은 개인적이고 소규모의 학회이지만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하여 연구하는 것이 상당히 학구적인 학회이다. 


나는 한국수학사학회와 관련해서 이 학회를 조직하는 일에 관여하게 되었다. 수학의 역사는 오래 되었지만 이를 공부하는 것은 얼마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학의 역사를 공부해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실을 알 수 있게 된다. 일전에 중국 시안에 가서 거기서 유럽과 중국의 수학사가들을 만나보았지만, 그들은 수학교육과 관련된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이번에 모이는 사람들은 주로 수학교육과 관련된 수학사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다. 이번 모임에서 동양 수학자들의 수학사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그 바탕이 되는 논의가 있을 것도 같다.


수학사는 역사 가운데서도 사람들이 가장 잘 모르고 또 관심도 없는 분야이다. 그런데 이 내용을 잘 보면 다른 역사가 보인다. 사람들의 삶이 보인다. 수학은 쓸데 없는 것을 절대로 하지 않는 분야였다. 이런 것은 아무도 필요로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학에서 어떤 문제들을 다루었는지를 보면 그 사회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이었는가를 알 수 있다. 실제로 역사를 들여다보면 현대인의 눈으로 보면서 이랬을 거야 하고 생각하던 것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수학의 역사도 그래서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어째서 공부를 하는가,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가르쳐준다. 


역사를 보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료를 남기는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한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하고 훌륭한 연구를 했어도 자기가 아는 것을 남기지 않으면 자기 한 사람으로 끝나버리는 것을 너무 잘 알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임에도 직접 역사에서 보면 다르게 느껴진다. 우리 나라 수학 역사는 조선시대 역사만이 남아있지만 이것을 보아도 자료를 많이 남긴 때는 조선이 발전할 때 뿐이었다. 여력이 남아서 수학 자료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것이 만들어졌을 때만 나라가 제대로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란 것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지금의 우리를 보면 인쇄되는 수 많은 책들 가운데 정말 지금의 중요한 생각을 뒤에 전하는 그런 책은 얼마나 있는가? 외국과 비교해 볼 때 그런 책의 양은 너무 적다. 정부 정책에 따라 좋은 연구를 하고 훌륭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사람은 많아졌지만, 자기가 알아낸 것을 정리하고 남기려는 노력은 너무 적다. 결국은 다음 사람은 똑같은 것을 다시 반복해야 하고, 지금 잘 하는 사람도 지금 한 때로 끝나버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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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학교의 수학 교육을 새로이 고치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나아가서는 대학교에서도 어떻게하면 학생들이 수학을 재미있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공부하게 할 수 있을까를 가지고 고민이 많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교육부가 계획하는 새로운 계획을 기대를 가지고 바라보는 눈이 많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를 반기는 매스컴의 기사들도 눈에 뜨인다. 그런 기사를 훑어보면 여러 이야기가 뒤섞여 있어서 뭔가 논점을 잡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번 교육부의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는 기사에도 이런 개선을 옹호하는 전체적인 방향에는 동감하면서도 그에 대한 이유를 드는데 있어서는 조금 조심해서 말하면 좋겠다는 것들이 보인다. 예를 들어 한 기사에 나온 여러 가지 논의 가운데서 몇 가지만 들어서 조금 수정된 이야기를 해 보자.

이 기사는 수학도 재미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과목이며 누구나 어려서의 재미있는 기억에서 출발하여 수학을 좋아할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비록 이런 것이 증명하기는 힘든 것이지만 나도 분명히 누구나 수학을 좋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점이라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 자신도 어려서 언제까지인가는 수학을 싫어했지만 몇 가지 계기를 지나며 수학이 재미있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이유로 든것 중에서

"이처럼 수학이 학생들의 비인기과목이 된 가장 큰 이유는 문제풀기식 대학입시제도다. 한 문제를 더 풀기 위해 매달리다 보면 학생들은 수학에 대해 싫증을 느끼게 된다.

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잘못된 생각인지도 모른다. 비록 대부분의 학생들이 시험보는 것을 싫어할지 몰라도 6, 70년대의 문제풀기식 대입제도를 통해서도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똑같은 문제풀기식이더라도 푸는 문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한 문제라면 풀리면 재미가 생기지만, 맨날 보는 문제인데 아차 실수하면 틀리는 식이라면, 풀어도 감흥이 없고 틀리면 스트레스만 쌓인다. 그러니까 "문제풀기식 대학입시"보다는 "쉬운 문제풀기식 대학입시"가 주범이 아닐까? 또, 

"수학문제 하나 더 푸는 것은 그다지 중요치 않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수학이 재미있다는 사실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것."

라고 하지만, 어느나라에서나 수학을 잘 하고 재미있다고 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이 재미있는가?' 하면 문제가 풀리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문제가 풀릴 때가 아니면 수학에 어떤 부분이 재미있겠는지 알 수 없다. (혹시 수학의 역사 같은 이야기를 듣는 것이 재미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듣기에 재미있는 이야기겠지만 암만 들어도 이것만 들어서는 수학을 배울 수 없다. 이것은 단순히 motivation이 될 뿐이다.)

그러니까 수학문제를 (하나든 많이든)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중요한 점은 문제를 풀 때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말씀을 한 분의 생각은 똑같은 문제를 되풀이해서 풀며 틀리지 않도록하는 훈련 같은 것을 피할 것이지, 문제를 풀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수학교육은 해방이후 지난 60여 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다."

라는 말은 겉을 보고 하는 말이 될 수 밖에 없다. 분명히 어떤 형태로든 입시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입시 하나만 본다고 해도 그 안에서 일어나는 내용은 정말 많이 변했다. 일정한 방향으로 변해오는 것도 아니다. 즉 좋은 방향이나 나쁜 방향으로 계속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리 저리 떠다니듯이 마구 변해 왔다. 교육의 내용도 6차에서 7차 그리고 그 이후의 변화들은 결코 작은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새롭게 노력해야 하는 것은 재미 있는 이야기만을 늘리는 것으로는 턱도 없다. 학생들이 문제를 풀며 재미를 느끼도록 하는 것 말고는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 이것은 위의 기사에서 이야기하기를 개선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는 "선생님들이 짊어질 힘든 일"에 비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일이 될 것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쉬운 문제만을 교육하는 시스템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을 일선의 선생님들께 떠안기는 일이 되지 않을까? (이것으로 학교 선생님들을 평가하지나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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