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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박교수님의 이야기도 있었고, 안그래도 요즈음의 이과, 특히 수학과의 상황은 논문을 쓰라는 위로 부터의 압박으로 교수, 학생 모두 논문 밖에는 생각을 못하다 보니 교육이 어찌어찌 뒷전이다. 한 번 제대로 조사해 봐야 하겠지만, 요즈음에 쓰여진(written) 수학과 학부/대학원 교과서는 미적분과 선형대수 정도의 수준을 넘어서는 거의 만들어지는 것이 없는 것같다. 이것은 50년 전에 우리 선생님들이 젊던 시절에 나온 고급 교과서들과 비교해 보면 수학자의 수는 20배 이상 늘었는데도 교과서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아마도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분명히 학부 교육은 물론 대학원 기초과목도 퇴보하지 말란 법이 없다.

이런 젼차로 어린 수학자를 어였비 녀겨 교과서를 만들 계획을 가지고 우선 교과서를 쓰는 좋은 포맷을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런 방면의 전문가인 조모 교수님께 TeX으로 쓰는 강의록 class의 개발을 부탁했다. 이것이 만들어지면 내적, 외적으로 수준 급의 강의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기틀이 잡힌다고도 하겠다.

그런데 이 class 개발이 사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냥 amsbook 스타일 정도를 쓰는 우리지만 이보다 조금 나아 보이는 클래스를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TeX의 달인 조교수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인 듯, 이 말씀을 드린지 시일이 조금 되었는데 아직 아이디어에 대한 말씀도 없으시니... 이번 학기 말까지만 만들어져도 충분한 일이지만 나이가 들다 보니 조급함도 같이 늘어서 부탁하고 며칠 안되어서 다시 말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지만... 결국 해 주기만 한다면 뭐 시간은 얼마든지 있는 일이어서 포기하시지만 말라는 뜻으로 여기 적어 둔다.

도은아빠도 이 일에 비슷한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계시니 두 분이 함께 논의하면 대단한 작품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보인다. 우리글로 책을 쓸 때 일본 책에 비하여 깔끔함이 떨어지는 것이 우리글의 띄어쓰기에 기인하는 것 같다는 분석도 하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말은 한자보다는 간단하고 일본어보다는 복잡한 형태의 중간적인 입장이므로 좋은 해결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혹시 띄어쓰기를 없애는 방법은 없을지도 생각해본다. 우리 할머니가 한글을 쓰실 때는 띄어쓰기는 없었다. 그래도 읽는데는 큰 문제가 없었고 지금도 조금만 익숙해지면 괜찮지 않을까? (우리할머니한글쓰실때띄어쓰기없었다. 그래읽는큰문제없었지금조금만익숙해지면괜찮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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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은이 아빠의 글을 읽고서 처음으로 한글 간소화 파동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 된 이야기이고 탁상공론 쯤 되는 정책이 발표되고 철회되는 것은 너무 많이 보아왔으므로 일견 별로 특별한 사건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이 내용을 읽어보며 조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외할머님은 19세기 말에 태어나신 분으로 일기를 비롯한 글을 많이 쓰셨다. 나는 외할머니와 같이 살았으므로 어렸을 적에 글 쓰시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자랐는데,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외할머니는 철자를 잘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면 어려서부터 글을 배우셨으므로 글을 쓰셨지만 아주 옛날 식으로 쓰신다고만 생각했고, 내 생각에 철자법이 없던 시절에 발음대로 쓰시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런데 도은아빠의 글에 있는 옛날 철자법을 읽어보니 할머니가 쓰시던 것이 그 철자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구한말에 쓰던 한글 철자법이 제대로 된 것이 있었던가, 아니더라도 공통되는 쓰는 규칙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아마도 당연한 이 사실을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이 이상하기도 하다.

그 글에 댓글을 쓰고 거기에 또 답을 받고 생각해보니 그 댓글에 썼던 '고난이도'라는 말은 발음이 틀리는 말은 아니었다.(조금 문맥에 맞지 않는 예가 되었다.) 이 예를 들었던 것은 요즈음에 여러 곳(방송, 신문 등)에서 이 말을 자주 쓰는 것을 보게 되는데, 내가 학생시절에 선생님들을 통해서 많이 들었던 이 뜻의 말은 항상 고난도였지 고난이도라고 하셨던 분은 한 분도 없었다. 그래서 이 말을 듣는 순간 매우 어색한 느낌이 들어 왜 이런 말이 쓰이게 되었을까에 생각이 갔던 기억이 난다. (비록 고이도라는 말은 잘 안 쓰지만, 잘 쓰이는 난이도는 쉽고 어려운 정도라는 뜻이리라 생각한다.) 아마 사람들은 난이도에서 높은 쪽은 난도쪽이라고 당연히 생각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학을 공부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난도와 이도는 방향만 바꾸면 정 반대로 늘어놓을 수 있는 동등한 두 방향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난이도에서 높은 쪽이 난도쪽이라는 생각에는 조금 거부감이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말이 쓰이는 것은 아마도 한자의 뜻을 전혀 생각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한자를 쓰느냐 마느냐 하는 것도 큰 논쟁거리지만, 그리고 나는 이 문제에서 딱히 어느쪽이 더 좋은지 판단하기 어렵지만) 내 경험으로는 단어의 구조를 생각하지 않게 되면 많은 단어를 그대로 외워야 하고, 이것은 더 복잡한 단어에서 뜻을 밝히기가 힘들어지는, 그래서 뜻이 모호해지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 서구의 언어에서도 latin이나 greek의 어원을 찾으며 자신들의 말을 사용하는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의 언어학은 기존의 언어와 다른 변형된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사회)의 언어도 또 하나의 언어로서 존중해 주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미국의 흑인영어는 이러한 대표적인 것으로 이것도 제대로 된 영어라고 한다고 한다. 어떤 집단이 변형된 언어를 공통언어로 사용한다면 이 또한 분명히 rule을 가지는 언어임에는 틀렴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변형이 말 그대로 rule의 변형이 아니라 rule이 없어지는 것이어서 그 변형된 rule의 모음(집합,set)이 원래 rule의 모음의 일부분(subset)이라면 이것은 새로운 언어라고 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것은 단순히 그 말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예를 들어 같은 문장의 띄어쓰기가 여러 가지 변형을 가지면서 몇 가지 rule을 따르는 것은 한 가지 rule만을 강제하는 것 보다 더 다양한 rule을 가진 더 복잡한 언어로 변형된 것이지만 (발전은 아닐 것이다), 한 단어의 부분 부분을 나누어 생각해 보지 않고 단어를 만들어 쓰는 것은 일견 여러 표현이 생겨 말이 풍부해지는 듯이 보이지만, 문법 규칙이 없어지는 쪽이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말이 규칙을 잃어버리면서 퇴보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의 퇴보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어쩌면 진화의 과정에서 말의 퇴화현상일지 모르고, 이를 통해서 우리말 사용에 유창fluent하기보다는  우리 말에 조금 덜 유창한 대신 동시에 여러 나라 말에 유창해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런 것을 모두 알고 정책을 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가 유행하면 비록 틀려보여도 그냥 두어볼 수 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단지 rule에 잘 맞는 유창한 한국어가 보기 힘들어지고, 언젠가는 우리 말에서 maximal set of rules를 활용하는 사람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는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기우이더라도 그와 유사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만으로도 조금은 우울한 느낌이 있다.

다시 돌아가서 이승만대통령의 아이디어는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마 아직도 이 문제에서 변화와 유지라는 두 방향가운데 어느쪽이 옳은지는 확실히 결정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승만대통령의 잘못이라면 이것만이 옳다고 고정시키려는 것일 것이다. 어째서 옳은지 득실을 따지고 이에서 장기적으로도 최대한을 얻을 수 있는 방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문제에서 이승만대통령이 하려고 했던 것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던 것처럼 어쩌면 현재의 맞춤법만으로 고정시킨 것때문에 우리 할머니 세대가 생각하고 사용하던 어떤 것인가를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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