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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 수학그룹에 올라온 질문 중에 "고교 수학 교육과정을 따라가며 힘들거나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 질문한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답을 해서 댓글이 많이 달렸는데 댓글마다 여러 이야기가 있다. 이 중의 몇 개에 대한 댓글을 여기다 단다. (순서는 대략 댓글 순서다.)


기하에서 보조선 긋기 기하에 보조선을 긋는 방법을 설명해 주지 않아서 답답하다는 것이 여러 사람이 느끼는 것일 것이다. 기하의 보조선 긋기는 왜 중, 고등학교에서 배우는가 하면 이렇습니다. 이것 자체는 우리가 실생활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논증기하와 보조선에 의존하는 기하를 배우는 목표로 2차원, 3차원 공간지각능력을 키우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는 합니다. 그러나 이것 뿐이 아니라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는 꼭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와중에 수학에서는 하나의 완성된 이론의 전범을 보여줍니다. 

   그러니까 기하를 배우면 몇 가지 기본되는 정의, 정리 등을 배우는데, 이것을 실제에 활용하게 되면 정리만으로는 불충분하고 실제 문제를 다루는 법을 익히게 됩니다. 이 다루는 법이라는 것은 한두 마디 말로 설명할 수 없고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스스로 터득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기하를 빌미로 수학이란 이렇게 공부하는 것이라는 것을 한 번 보여주고 싶은 것인데, 이론과 공식만 가지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적재 적소에 아이디어를 내서 적용하는 것이 진짜 공부하는 것임을 잘 볼 수 있는 쉬운 수학이 기하이기 때문입니다. 

보조선 하나 찾기가 이렇게 어려운데도 이것이 쉽다고 말하는는 것은 이것은 그래도 눈에 보이는 대상이고 문제니까 답을 알면 자기가 무엇을 하고 무엇을 못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그런 것이지요... 그래서 쓸데 없어보이는 문제더라도 꼭 한 번 가르치고 싶은 것입니다. 혹시 배운 것을 써먹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을 더 잘 알 수 있는 과목이 생긴다면 아마도 기하는 교육과정에서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요즘 중요해지고 있는 내용은 이산수학과 기하학입니다. 이 과목에서도 몇 가지 공식만 배우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습니다. 헤매면서 이런 도구를 어떻게 쓸 수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 꼭 가르치고 싶은 것이지요. 대학에서 보조선 긋는 문제 필요없다고 안가르칠 그런 문제가 아닌 것이지요.


솔루션 매뉴얼 솔루션 매뉴얼 없이 공부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고 질문한 사람이 있었다. 당연히 가능합니다. 우리가 공부할 때는 솔루션 매뉴얼 하나도 없었어요. 책의 뒤에 홀수번 답조차도 없었지요. 그래도 다 공부하고 잘 했습니다. 내가 솔루션 매뉴얼을 잘 활용한 한 번은 대학원 학위 자격시험 때였습니다. 그 때 이것을 써 보고 시험을 위한 준비, 그리고 주어진 내용을 짧은 기간 내에 일정한 수준까지만 정말 잘 이해하려면 솔루션이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보려면 솔루션 매뉴얼을 잘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냥 보고 외우는 것은 별 도움이 안 된다.) 그러나 제대로 수학을 이해하는 데는 이것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생각으로 설명해 내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솔루션을 참고하지 말라는 선배가 조금 있다는 말은 아직 잘 모르는 것이지요. 수학을 제대로 배우고 연구하는 사람은 모두 그것을 사용하지 말라고 할 것입니다.


증명 증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풀이법만 가르치는 우리 현실을 지적한 댓글도 있다. 물론 한 가지만 가르치는 것은 나쁘지요. 증명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면 증명은 몇 가지 효능이 있습니다. 우선 증명은 논리적으로 완벽한 하나의 체계를 갖추는 방법입니다. 이것도 없으면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둘 째, 증명을 따라가면서 내용을 머리 속에서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뭔지 알 수 없는 것을 이해하는 데 증명을 따라서 이해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셋 째, 내가 생각하는 것이 맞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증명이 효과적입니다. 내 생각에 빠진 틈은 없는지 보려고 하면 증명해 보다가 찾을 수 있습니다. 증명은 수학에서 한 가지 방편이고 전부는 아닙니다. 수학을 이해하는 데는 계산도, 그림도, 응용문제 풀이도 모두 중요하다. 물론 증명이 중요합니다.


교과서 "학생들의 why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완벽한 교과서를 보고 싶어요."라고 했고 물론 그 댓글에 완벽한 교과서란 없다고 누군가 말했지만... 왜에 대해서 답하지 못하는 수학은 물론 문제가 많은 것이지요. 만족할만한 답을 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요. 만족할만한 답은 그 내용을 다 알고 이해하고 난 다음에야 있는 것이니까요. 단지 충분한 동기를 주는 것은 중요합니다. 시간이 문제지요.

   교과서가 이런 역할을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역사도 조금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손에서 벗어나서 우리가 가르치게 됐을 때는 우리나라가 너무 경제적으로 열악해서 교과서를 사서 볼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요. 그래서 나라는 교과서를 정말 싸게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책이 너무 두꺼우면 책값이 비싸지므로 책의 분량을 제한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지금까지도 이어져서 고등학교 수학교과서는 몇 쪽 이내로 쓴다 하는 제한이 있지요. 대신 교과서 값은 정말 쌉니다. 이제는 선택해야 하지요. 미국처럼 수백쪽이나 천쪽이 넘는 책을 만들고 돈을 좀 내도록 할 것인지...


교육과정 새 교육과정에서 구분구적법이 빠진다거나 수열의 극한 없이 함수의 극한을 배운다거나 하는 것은 물론 여러 가지 이유를 가졌을 것이고 댓글에 언급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이것이 없으면 나중에 여러 가지 분야에서 수학을 사용할 때 개념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안 배워도 논리적 문제가 없는가 하는 것은 꼭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배운 수학도 수학을 전부 배운 것은 아니니까 필요한데 모르는 것이 많았지요. 새 교육과정이 무엇인가 조금 빼도 그런채로 공부한 다음 필요한 것은 스스로 알아서 처리하면 되는 것은 맞지요... 새 교육과정에서 문제인 것은 뺀 것은 그렇다고 해도 이것이 새로운 내용이 더 들어가야 해서 예전 것에서 몇 가지 빠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배우는 내용이 줄어드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빠지는 것이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3차 교육과정 정도에서는 하나의 완벽한 체계로서의 수학을 가르쳤습니다. 비록 이 대부분이 미국과 일본의 체계를 적절히 조합한 것일지라도 그 체계는 매우 훌륭했는데요. 지금의 교육과정은 이런 체계는 무시하고 수준만 맞춘 이상한 것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예를 하나만 든다면 맨 처음 교육과정에서 빠지게 된 "원순열"이란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물건들을 동그랗게 늘어놓는 방법의 개수를 세는 것인데요. 특히 염주순열이라고 빨간 염주 몇 개와 하얀 염주 몇 개를 이어서 동그란 목걸이를 만들 때 나타나는 모양의 개수를 세는 문제가 복잡합니다. 염주순열이라고 불렀던 듯합니다. 이 문제가 왜 있는가 하면 경우의 수(합의 법칙과 곱의 법칙)를 배우고 기초적인 공식인 순열과 조합을 배우고 나면 이것을 현실에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쳐줘야 합니다. (그러니까 기하에서 보조선 긋는 것에 해당하지요.) 이 모든 것을 한 문제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으로 염주순열이 아주 적당합니다. 경우를 조금 나눠야 하고 각 경우에 개수를 세는 것은 공식을 사용할 수 있고, 세기의 기초가 되는 도형을 활용합니다. 그러니까 아주 훌륭한 연습문제입니다. 그래서 순열, 조합 단원의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 단 한 문제였지요. 이 문제는 당연히 앞의 다른 문제보다 어렵습니다. (이것은 기하에서 단순한 삼각형의 각의 계산 같은 것보다 보조선 긋는 문제가 어려운 것과 똑같지요.) 이것을 빼면 순열, 조합 단원이 절름발이가 되는 것입니다. 꼭 마찬가지로 삼각형, 사각형 평행선 다 배운 다음에 보조선을 하나라도 학생이 그려야 하는 문제는 못 물어보는 것과 똑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 염주순열을 뺀 사람은 염주순열이라는 좋은 말이 있어서 요것만 빼자 한 듯이 느껴집니다. 기하에서는 보조선 긋는 문제에 다른 이름이 없어서 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대신 기하에는 다른 말을 하지요. 기하 문제는 전부 어려워서 기하를 모두 빼자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정상이지요.


학원 고등학교 수학을 학원가지 않고 스스로 공부하면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다. 당연하고 또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문제는 짧은 시간(예를 들면 2년) 안에 우리나라 입학 시험에 합격할 만큼을 하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교육과정은 무엇이 문제인가? 외국은 어떻게 하는가? 하고 생각해 보지요. 고등학교 공부는 교과서와 문제집 가지고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문제입니다. 외국에서는 수학을 잘 모르겠으면 조금 못한 (어떤 때는 많이 나쁜) 대학에 들어가서 천천히 수학을 공부해도 됩니다. 고등학교도 1년 더 다녀도 됩니다. (반대로 빠른 사람은 2년에 졸업해도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안 된다면 (학교가 하게 해 줘도 안된다면 이란 뜻입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것은 수학이 해결해줄 수 없는 것이지요. 적어도 나중에 취직할 때 고등학교 1년 더 다녔다는 것이 문제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저라도 그런 것은 문제삼지 않을겁니다. 일을 잘 하는가가 관건이지요. 


엄밀하지 못한 강의 "미적분 정의도 모르고 공부했다"고 불만인 사람도 있다. 이 문제에 대해서 선생님은 대학에 가서 배운다고 설명해 주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에는 두 가지 면이 있지요. 우선 입시 문제를 풀기 위해서, 특히 많이 이론적으로 어렵지 않은 선다형 문제라면 생각을 많이 하면 점수에는 불리합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내용을 많이 또는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려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수업 시간이 많지 않은데 제대로 된 설명과 "왜"에 대한 질문 대답 등은 많은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이를 잘 안 하려는 것입니다. 또 이러다 보니까 선생님들이 잊어버리고 잘 모르게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수학을 제대로 익히려면 이런 질문이 중요하고 이를 설명해 주는 많은 예와 반례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 과정이 실제로 문제 풀이와 연계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현재 우리 수업은 이런 것이 불가능합니다.


수1의 어려움 고등학교 후반부의 미적, 기벡 등에 비해서 수1 부분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하나도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수1 부분은 보통 대수와 기하라고 하는 기본 사고 및 계산 방법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은 아무리 오래 공부해도 더 공부할 것이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 같은 수학자가 평생을 공부해도 계산방법은 극히 일부밖에는 모를 정도이죠. 그러니까 익숙해져서 쉽게 계산을 활용하고 그림을 머리에 그릴 수 있게 되려면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오히려 미적분은 몇 가지 계산방법만 배우면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더 생각할 것이 없죠. 즉 미분가능한 함수를 미분하는 것은 아주 쉬운 문제입니다. 적분에서도 치환적분과 부분적분을 다룰 수 있게 되면 충분하고 이조차도 대부분 수1 식의 계산이 복잡해서 잘 못할 뿐이지요. 

   미적분이 수1 보다 더 고급 수학인 이유는 모든 점에서 미분이 가능하지는 않은 함수들을 다루다 보면 아주 복잡해서 머리 속에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것들이 나타나고 이것을 잘 알아내기 위해서 많은 계산을 해 봐야 하는 문제가 나오기 때문이죠. 이것은 대학 수학을 다 공부해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이고요. 심지어는 어려운 적분을 모두 잘 이해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울 때가 많아서 미적분이 수1의 내용보다 더 나중에 개발되고 아직도 이론을 연구중인 이유이지요. 고등학교는 미적분 문제에서 한계를 딱 지어 놓았으니까 어렵지 않지요. (수1 부분은 한계가 없어요. 1700년대까지 계산하던 내용이므로 고등학생들은 이것을 모두 잘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니까요.)


문제의 유형 시험문제가 유형 위주로 되어 있는 것이 싫다는 답글이 있었다. 문제를 풀 때 처음 본 문제라고 생각하고 풀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를 내고 유형에 따라 생각하지 말고 풀라는 것은 요즈음 고등학교 문제들이 가진 가장 나쁜 문제점이다. 이 교과과정의 내용을 결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들이 수학 문제를 이렇게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유형에 따라서 답을 찾을 때 간단하게 적히는 (정답지만 봐서 몇 줄 안되는) 문제가 쉬운 문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선생님들은 이런 문제만 가르친다면 선생님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공부할 필요가 없어지니까 일이 쉬워진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처음 보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들여다보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문제들이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는 뜻이다. 이런 문제를 짧은 시간에 풀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유형별 풀이법을 생각없이 (이것도 이유를 생각하면 시간이 많이 뺏긴다)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교육적으로도, 나라의 경쟁력을 생각해도 가장 나쁜 교육의 표본이다. 단지 행정하는 사람들만 교육의 문제들을 설명하는데 드는 노력이 없어 편한 것이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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