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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그래도 미래를 계획하는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다. 필요한 일이 있기도 하다. 요즘 읽어보는 글들을 보면 미래를 사는 사람들은 자신의 생애에 평균 10번도 넘게 직업을 바꿀거라고 한다. 어떻게 그런 예측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놀라지 않을 듯하다. 그런데 수학을 가르치면서 보면 요즘 학생들은 꼭 필요한 공부만 쏙 빼놓고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미래를 살려면 무엇을 알아야 할까? 미래에도 수학공부를 해야 하나? 미래에 잘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이런 질문을 해 보지만 알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페북에서 본 어떤 미래학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지금은 사회가 대대적으로 변하는 변혁기이다. 아마도 르네상스가 시작하던 시기, 산업혁명으로 정신없던 시기, 조선이 생기던 시기, 조선 말기의 혼란기, 6.25를 지나고 정신없이 일하던 시기보다 더 심한 변화가 생길 것 같다.


전공이 수학이라 "미래에도 수학공부를 해야 하나?" 하는 질문은 자주 생각한다. 답은 yes와 no가 혼재한다. 본질적으로 생각안하고 살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질문의 핵심이다. 생각을 해야 한다면 수학공부를 해야 한다. (수학은 생각의 핵심이다.) 혹시 생각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공부는 안 해도 된다. 이 이분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혹시 생각은 해야 하지만 뭔가 좋은 기계가 생겨서 대신 생각해준다면...? 하고 상상해 볼 수 있겠다. 모르기는 매한가지지만 혹시 200년쯤 후에는 이런 일도 가능하겠지만 아마 20년 정도 후에도 사람은 자기가 생각해야 할 것이 많을 것 같다. 


그러니까 good news인 no라는 답 부분은 지금 공부하는 수학은 많이 안 해도 될거 같다는 것이고, bad news인 yes라는 답 부분은 지금 수학은 필요 없지만 다른 수학이 나타나서 나를 공부해라 할 것 같다는 것이다. 지금 공부하던 수학은 어떻게 되는가? 또 잘은 모르지만 이런 것을 생각해 보면 어떤가? 그러니까 요즘 나오는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예전에 손으로 고생해서 하던 계산을 모두 시간도 안 걸리고 계산해준다. 틀리지도 않는다. 이런 것은 예전만큼 고생하며 익힐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지금의 공부 단계를 보자. 고등학교 1학년에 온 힘을 바쳐서 연습하는 것은 이런 다항식 계산이다. 그런데 그 원리와 작동 방식은 자주 봐서 잘 익혀나가야 하지만, 틀리지 않으려는 연습을 빼도 된다면 아마도 필요한 시간이 반도 안 될것이다. 그러니까 배울 수 있는 내용은 늘어난다. 예전에는 계산이 안 되는 사람은 미적분을 못 배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지금 나는 나이가 들어서 계산하면 항상 틀리지만 미적분은 학생 때보다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니까 계산을 꼭 알아야 하지만 미적분을 잘 알기 위해서 계산을 꼭 틀리지 않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미적분을 일찍 배울 수도 있다.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미적분은 사실 별로 많은 것을 익히지 않아도 된다.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한 것은 다항식과 함수의 계산이지 미적분 개념이 아니다. 


미래를 보면 지금은 없는 여러 가지 새로운 직업이 난무한다. 이것들은 모두 창의적 생각이 가미된 직업이고 단순노동 (계산도 여기 포함된다) 같은 것은 안 해도 되는 직업뿐이다. 그러니까 물리적 단순노동은 로봇이 해주게 되고, 정신적 단순노동은 컴퓨터가 해 준다. 사실 고급 정신노동도 컴퓨터가 leaning을 가지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을 것이지만 이것이 얼마나 믿음직스러운지는 확실치 않다. 적어도 지금은... 그러니까 생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수학적 생각" 방법을 연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수학의 공식을 바로 쓰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수학에 나타나는 정말 여러 가지 아이디어 가운데 한 가지씩 필요에 따라 뽑아 쓰고 싶은 것이다. 즉 미래를 사는 사람들은 정말 많은 수학을 알아야 할지 모른다. 내가 전공하는 리만기하학의 내용도 모두 다 알고 그 핵심인 접속connection이 어떻게 벡터장 같은 변화하는 물리적 양을 미분해주는지를 이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것을 계산하라 했을 때 나타나는 텐서 계산을 손으로 하는 것은 안 해봐도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미 컴퓨터가 잘 한다.


이런 생각 끝에 상상되는 것은 미래에는 배우는 수학의 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단지 배우는 데 만 보면 시간은 훨씬 덜 걸릴 것이다. (계산 연습이 많이 빠지니까. 완전히 빠지지는 않지만...) 즉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선행학습 금지당한 많은 것들을 겉핥기 처럼이라도 알고 나갈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잘 아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할지도 모른다. 컴퓨터의 도움을 옆에서 받으면서... 그리고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들, 특히 예술적 창의성을 적용하는 데, 그 대상이 지금은 박사를 받아도 들어본 적도 없는 수학 공식들이고 그것도 지금 한 명의 박사가 아는 내용의 10배나 100배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수준인 그런 사람들이 온 세상에 깔려 있는 세상이 상상된다면...? 이런 사람들을 키우려면 이제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이런 사람이 되려면, 공부할 때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있는 이론에서 아이디어를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하고, 그런 기본적 구조에 컴퓨터의 계산력을 곧바로 적용하는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일 하느라고 매 번 컴퓨터를 기본 언어에서 부터 코딩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당연히 최 첨단의 언어, 모든 코딩이 다 구비되어 있는 프로그램에서 그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시간이 걸리지 않고 이 복잡한 과업을 해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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