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동흔 선생님이 페북에다 올려 주신 책이 있다. 이름하여 Symmetry라는 책이고 몇 년 전에 미국수학회에서 대학 학부 학생들을 위해 출간하는 수학교과서 시리즈에 행렬군으로 리군의 이론을 소개한 좋은 책을 쓴 분이 새로 쓴 책인가보다. 책의 내용은 보지 못했지만 링크에 있는 목차만을 보고 이 책이 괜찮은 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책은 읽어봐야 알겠지만 지난번 책이 간결하게 잘 설명되어 있었던 것을 보면 이번 책도 지지하게 풀어쓴 책은 아니리라는 생각이고 여러 장의 뒷부분에 있는 절의 제목을 보면 조금은 폭넓은 예까지 다룬듯 보여서 판에 박힌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으로는 군group의 이론을 설명하는데 구체적인 예로서 변환군transformation group을 주제로 잡아 이것을 보면서 군의 이론을 알아보겠다는 식으로 설명한 책일 것이라고 추측해본다. 이것은 매우 좋은 아이디어이다. 실제로 갈루아Galois가 군의 이론을 처음 만들었들 때 갈루아도 이런 것 중의 한가지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마 당시의 많은 사람들이 많은 구체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아이디어를 싹틔우고 있었을 것이라고 어렵지 않게 상상해볼 수 있다.


내가 처음 대수학을 배울 때 군론은 추상적인 이론과 구조적인 아름다움에 깊이 매료되었던 과목이지만 사실 구체적인 예가 너무 부족하여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너무 대수적인 예들만 보면서 당연히 그런것을 다루는 이론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중에 기하학을 전공하고 나서 보니 이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풍부한 예를 가진 분야였다. 물론 학부 때 내가 들었던 군론 강의 중의 하나에서 박승안 교수님께서 설명하시면서 비록 군론을 공부할 때 유한군 또는 이산군론을 먼저 배우지만 사실 이 이론은 모두 리군Lie Groups의 이론에서 비롯되었다고 여러차례 강조하셨다. 하지만 이 이론은 대학원에 가야 배울 수 있는 어려운 이론으로 치부되어서 읽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보면 이것들을 당연히 함께 공부했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책이 그에 필요한 내용을 잘 소개해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갈루아가 군론을 만든 때에서 10년이 지나서 리Sophus Lie가 태어났다고 되어있다. 그러니까 리가 그의 리군 이론을 만든 것은 갈루아보다 몇십년 늦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론이 상미분방정식의 계로서 리군의 변환에 잘 따라 움직이는 방정식은 그 해들도 그러한 좋은 성질을 가진다는 것을 설명하려는 것이었다면 이것은 지금에 보아도 상당히 어려운 이론이다. 오히려 이보다 조금 늦게 클라인이 에를랑겐 목록Erlanger Program을 발표할 때 사용한 변환군의 개념에 오면서 훨씬 더 구체적인 공간의 움직임에 대한 변환군으로써 이해하기 쉬운 대상이 된다. 자세한 상황은 잘 모르지만 클라인이 기하학적 변환을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갈루아 전후해서부터 이러한 공간적인 변환을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고, 이러한 바탕에서 리가 미분방정식에도 변환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론을 발표하자 클라인이 거기 필이 꽂히게 된 것일 것이다. 즉 클라인은 리가 소개한 방법인 하나의 변환을 보지 않고 변환 전체를 군으로 보면 설명이 편하여진다는 것을 처음 일반적인 방법론으로서 간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갈루아가 처음이지만 갈루아는 이산군만을 생각했고, 연속군을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니까.) 즉 일종의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난 시점들이다.


추측성의 역사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나로서는 이러한 내용을 알수 있었으면 공부가 훨씬 편하고 이것을 더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동흔 선생님은 이러한 내용을 고등학교 학생들의 공부에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지금의 학생들은 복받은 학생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마디만 사족을 붙이면, 위와 같은 긴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예전에 내가 공부한 것처럼 예를 별로 많이 주지 않고 공부하는 방법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방법의 장점은 이론을 많은 구체적인 예가 없이 파악해 내면서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새로운 돌파구나 응용가능성 찾아내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흔한 것은 아니지만...) 즉 많은 구체적인 예를 주는 것은 이해의 깊이를 깊게 해 주지만, 반대로 창의성의 눈을 가려버릴 수 있다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인다. 선생님 노릇 하기 어려운 것은 이 양면성 사이에서 줄타기를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고, 특히 학생 개인마다 이것이 다르다는데 딜레마가 있다고 하겠다. 


그래도 이동흔 선생님은 특유의 재간으로 학생들에 맞는 공부거리를 만들어주시는 것 같다. 이런 재주는 흔치 않은 것이니, 아마 지금 학생들이 받은 복은 이런 좋은 설명이 있다는 것 차체 보다는, 이런 설명을 적절히 선별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난 복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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