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책 번역

수학/수학책 2010. 10. 27. 15:31
며칠 전 트윗에 박부성교수님이 "우리 나라에 제대로 번역된 수학책이 (별로) 없다"고 해서 내 답은 "직접 번역하시오"였는데... 사실 좋은 수학책은 많지만 번역이 나쁜 것도 있고 또 번역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라... 

예전에 TeX을 소개하는 글을 쓰면서 그 글 말미에 한글로 된 책(교과서)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사실 책 쓰기가 정말 힘들고 번역을 제대로 하기는 쓰기보다 몇 배나 더 힘들기 때문에 제대로된 번역이 아니더라도 번역을 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하는 것 같다.

단지 전공도 수학이 아닌 분이 직접 원서를 번역하지도 않고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을 중역하는 일이 흔하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번역서들은 번역이라고 부를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칠 방법은 별로 없다. 수학책이 만들어져도 팔리는 부수가 1년에 몇 백부 정도라면 잘 팔리는 것이라서 보통 출판사는 출판도 안 해주려고 하는데다가, 여기다 몇 년씩 번역하고 고치고 강의해보고를 되풀이하면서 책을 번역해야 하니 내려는 사람이 없는 것은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고, 출판사 입장에서는 이런 사람들에게 맡기면 언제 일이 끝날지를 모르니 당연히 뚝딱 번역해 주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나무라기 힘들다.

그러니 할 수 있는 일은 양질의 번역서, 저서를 만들어 경쟁력을 갖춘 책들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비록 일반인은 구별하지 못하고 이책 저책 다 보겠지만 전공하는 사람들은 어느 책이 좋은지를 금방 알 수 밖에 없으니까 좋은 책을 제대로 번역하면 돈은 안 되더라도 조금의 개선 효과는 있지 않을까?

요즈음은 컴퓨터가 좋아져서 책을 만드는 일이 쉬워졌다. 앞에 말한 TeX을 사용하면 일반인도 거의 전문가 수준의 교과서 쯤은 만들 수 있다. 그래도 번역과 저술은 쉽지 않아서 몇 사람이 같이 작업해야 할 것 같다고 느낀다. 이런 동료를 모을 수 있으면 한 번 시작해봐도 좋다는 생가이 든다. 우리 학교 교수님 가운데 이에 관심있는 분이 한두 분 또 있어서 본격적인 작업을 해 보나 하는 생각을 한 지는 1~2년 되었고 학교니 학회니 이곳 저곳에서 일이 돌아가는 것이 이런 일을 시작할만큼 환경도 조성되어가는 것 같다.

책을 쓰면 가장 어려운 것이 책이 통일된 내용을 갖도록 하는 것이니 착실한 Editor를 확보하는 일인데 나 같이 게으른 사람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아마도 다른 교수님께 부탁드리는 방법 밖에는 없을 듯... 그래도 우리도 좋은 교과서를 제대로 번역한 것이 나올 수만 있다면...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은 된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