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레터(Love Letter)

내가 본 일본 영화는 손에 꼽는다.
일본을 거의 모르고 영화나 문학에 대하여도 문외한이지만 러브레터를 본 감상은 신선한 느낌이다라는 것이다.

스토리가 너무 간단하다.
너무 간단해서 의도적이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도서 카드를 받는 장면을 빼고는 모든 부분이 예측되는(?) 짧은 이야기다.

장면이 예쁘다는 것은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할 말이 없다.
눈이 가득한 장면은 항상 고독감을 동반한 경이로움을 주는 것 같다.

이러한 회화적인 요소와 음악을 제외하고는 볼 것을 찾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이 이 영화에서 시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것 같다. (눈이 뒤덮인 풍경은 시를 쓴 종이 같다. 특히 일본사람들이 잘 쓰는 - 흰 종이에 붓글씨로 드문 드문 쓴 - 시를 보는 스낌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은 마지막에서 도서 카드 뒤에 그림을 발견하는 surprise에서 더욱 강조된다. 이 영화가 시라면 이 장면이 없어도 될 듯 하다. (시는 말하고자 하는 점을 드러내면 재미가 없다.)

더보기


영화 시작에서 보내게 되는 (받을 사람이 없는) 편지가 러브레터이지만 이 것은 겉으로 들어난 러브레터이고 결코 이야기의 핵심은 아니다. 한편 영화를 보는 동안에 남학생이 읽지도 않는 책을 빌리며 적어내는 도서카드에 적힌 이름이 남학생 것이 아닌 여학생 것이리라고 짐작되지만 그 정확한 의미가 뭘까 하고 궁금해진다. (여학생이 이 책을 다 읽는 거냐고 물어볼 때, 남학생은 "읽을 리가 없쟎아" 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이 모든 카드는 남학생이 보낸 러브레터였다는 것이 확실해진다. (그리고 영화 제목이 혹시라도 놓칠까봐 다시 한번 이야기한다.)

즉 겉으로 들어난 이야기와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 사이의 이중성이 이 사랑이야기이다. 사실 사랑은 항상 이런 이중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남학생이 겉으로 보이는 무뚝뚝함과 내면적 사랑이나, 영화구조에서 겉으로 들어난 편지와 숨어있는(시적인) 편지, 오랜 옛날의 남학생의 사랑과 지금 여학생이 전해받은 사랑과 같은 이중성은 시적인 표현에 어울린다.

이런 이중성은 드물게 읽어본 일본 소설 무라카미 하루키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적나나하게 보인다.
블로그 이미지

그로몹

운영자의 개인적 생각을 모아 두는 곳입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