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하학이란 무엇인가?


앞에서 한 이야기에서 여기 저기 기하학이 나타나지만 기하학이 순수하게 도형만을 써서 기하를 한 것은 논증기하학 뿐이다. 당연히 데카르트를 지나면서 가하학은 좌표를 사용하게 되었고 미분가능한 함수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까 당연히 선형대수와 미적분학을 사용한다. 물론 앞에서 이야기한 편미방을 풀어야 할 때는 해석학도 많이많이 사용한다. 그러니까 기하학이란 무엇인가? 요즘은 대부분 기하학이란 미방을 풀어서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기하학적 대상을 구성하는 것이다. 아니면 주어진 기하학적 대상의 성질을 여러 해석학적 방법으로 연구해서 그 대상의 위상적 성질을 발견하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꼭 말하고 싶은 미분기하학의 기초적 이론은 그 출발을 미적분에 둔다. 그 밑에는 수렴을 다루는 위상이 있지만 미분기하학은 그 부분을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즉 수학 이론 전체에서 미분가능성 아래쪽은 안 들여다본다. 모든 것은 Taylor 전개에서 나오는 것에서 출발하고, 모든 것을 미분이 주는 선형구조 (미분형식)으로 바꿔서 이해한다. 이것이 19세기 말의 기하학자들의 결론이고 결국 카르탕이 만들어 준 새로운 미분기하학이다.


미분기하학만 공부하다 보니 다른 수학은 공부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특히 확률론을 들여다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마치 수렴을 이해하기 위해서 일반위상수학을 공부하면 예와 반례들을 모두 따져 보던 것과 똑같다. 이런 저런 거리를 다루면서 특징을 알아보는 것과 똑같고 함수공간에 어떤 위상이 잘 맞는지를 찾느라 무한차원 선형위상공간의 이론을 연구하던 때와 똑같다. 20세기 중반에 선형위상공간의 이론이 난무하던 적이 있었지만 무엇이 어떤지 알고 나서는 복잡한 위상들은 다 사라진 듯하고 소볼레프와 횔더, L^p 정도 남아서 서로 잘 엮어서 사용되는 것같다. 여기도 결국 필요한 것만 남기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미분기하가 복잡한 수럼은 다 없애고 smooth 함수와 미분형식만 남겨서 잘 살고 있는 것처럼.


확률론은 그럴 수 없는가? 왜 항상 시작하면 가측함수로 내려가는가? 실제로 구체적인 예도 제대로 들 수 없는 것들인데... 미분기하처럼 stochastic Taylor 전개 정도를 기점으로 그 아래는 모두 버리고 이토 미적분 (또는 이와 비슷한 것들)의 공식만을 가지고 출발해서 훨씬 직관적으로(기하학적으로) 바꿔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그 밑은 누군가 한 번 해봤으면 충분하다. 집합의 기초론을 아무도 걱정하지 않고 사용하듯이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확률론은 아직 집합이 AC나 CH를 가지고 고민하던 시절이나, 함수해석이 온갖 이상한 위상(pseudo norm으로도 정의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을 가지고 헤매던 시절과 같은 수준의 이야기를 써야 설명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기억력이 일천한 나는 이런 설명은 더이상 감당할 수가 없다. 학부 때, 대학원 때 몇 번 해본 것으로 더 파고들 힘이 남아있지 않다. 임박사가 이런 부분을 해결해 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나에게 숙제를 준 반대 급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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