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 후속 글 (2)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우선 붙여 둔다.


오래 동안 조금씩 문서를 만들어야 하는 직업에서 일하면서 여러 가지 에디터나 워드프로세서를 써 봤다.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노력해서 대놓고 쓴 것은 몇 안 되지만...) 내가 에디터를 쓰는 이유는 창작이 주가 아니라 편집이 주된 목적이다. 다시 말하면 내용이 있는 긴 글들 만드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글은 (머리 속에서라도) 대충 만들어져 있는데 이것을 보기 좋게 뽑고 싶은 것이다. 창작글을 쓰는 것을 생각한다면 여기의 논의는 별 관련이 없다. 누군가가 Scrivener 같은 앱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보면 좋을 것이다.


내가 만드는 문서는 대부분 짧다 길어야 10쪽를 넘지 않는다. (아주 예외적으로 오래 걸려서 만든 논문 같으면 20쪽 이상 되기도 한다.) 보통 시험 문제지, 간단한 정리 노트 등으로 보기 좋게 만들거나 적절한 배치가 필요한 경우이다. 하지만 분야 특성상 수식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다.



이미 예전부터 모든 사람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삶이 편안하려면 욕심을 버린다. 예쁜 문서나 내 머릿속에 있는 바로 그런 문서를 만드는 것은 포기한다. 문서 작성의 방법을 조금 보다 보면 이 대부분의 상황을 보편적인 기호와 편집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까 옛날 사람들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똑같고 단순한 편집방식 만으로 이를 표현하는 방법을 다 만들어 두었다. 심지어는 동양에서도 책을 만드는 방식은 매우 단순하게 복잡한 것을 표현한다.)


이것이 tex이다.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을 문서 형태로 표현하는 모든 방법을 명령으로 정리한 것이고, 실제로 대단히 많지도 않다. LaTeX이나 memoir의 대부분의 명령은 역시 표현 도구라기 보다는 디자인 도구이다. 이것을 다 버리고 최소한으로 살자는 것이 내가 알게 되었던 방법이다. 꼭 써야 할 것에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1) 장절 구분, (2) 수식, (3) 글꼴의 스타일, (4) 리스트 (번호매기기나 불릿), (5) 인용문 (들여쓰기), (6) 그림 넣기, (7) 도표 그리기, (8) 링크 걸기, (9) 각주 붙이기 (10) 코드 삽입 정도.



몇년 전에 도은아빠가 알려준 Scrivener와 mmd는 이에 딱이다. 위에 말한 것처럼 내용 많고 복잡한 글을 쓰는 데는 Scrivener가 딱이지만 나는 이런 글 별로 안 쓴다. 주장이 딱 하나인 것만 쓰니까 이 앱은 별로 쓰게 안 된다. (나중에 소설이나 쓰면 혹시...) 하지만 MarkDown(md) 기법은 위의 사항 중에 수식 정도를 빼면 모든 것을 거의 아무 일도 안 하고 할 수 있다. 나중에 좋은 output을 위해서 md 문서를 tex으로 바꿀 수 있게 되어 있고 이것은 아주 조금 더 발전된 MultiMarkDown(mmd)이란 것을 쓰면 된다. mmd를 쓰면 위의 모든 것을 손쉽게 만들고, 간단히 pdf, html, epub 정도로 저장할 수 있고, 필요하면 한번에 tex으로 바꿔서 멋진 pdf 문서로 만들 수도 있다. 책 수준까지도 장절을 모두 나눌 수 있으니까... md나 mmd란 것은 웹상에서 wiki라는 페이지를 만드는 문법을 거의 그대로 차용하고 있다고 보면 되고 배우기도 아주 쉽다. tex이나 하안글에서 뭔가 하는 것보다는 정말 쉽고 직관적이고 그리고 txt 파일로 아무 포맷 없이 저장하게 된다.


최근에 간단히 만드는 문서는 대부분 이렇게 만들어봤다. 시간도 절약되고 머리도 복잡하지 않다. 내 컴 사양은 몇년 된 MBAir이고 그 위에 TextMate+Marked2로 작성하며 이 상태에서 pdf로 저장하기도 하고 mmd2tex이라는 Fletcher씨가 만들어놓은 명령어로 바로 latex으로 전환한다. 이 모든 것은 도은아빠가 최적화된 방식을 찾고 한글을 넣을 수 있게 조금 modify한 버젼이다. 인터넷을 뒤지면 이것은 올라와 있다. (어디있지?) 이렇게 되면서 내가 쓰게 되는 텍 명령어는 정말 줄어들었다. 수식도 그대로 \\(, \\) 사이에 쓰면 되고 아주 가끔 noindent 정도의 명령이나 vskip 정도를 넣어주면 아주 근사한 문서가 생긴다. mmd가 Scrivener처럼 config 파일을 하나 두고 이 속에 코드 변환 사전을 넣어서 자동으로 변환시켜주게 하는 기능이 생기면 Scrivener는 거의 완전히 필요 없을 것이고 텍도 자유자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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