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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페북 친구중의 한 분이 쓰신 글을 읽고 생각해 본다.


제목은 "중고등 수학의 기형성"이고 몇 가지 문제와 해법을 제시하셨다.


이분의 문제제기는 너무 타당하고 오랜 동안의 문제이지만 젊은 분의 생각은 근래의 경험만으로 결정되기 쉬워서 몇 가지 반론 아닌 반론을 써서 이 분 글을 지지하려 한다.


1. 첫째 문제 제기는 고등학교 문제들이 미적분 일색이지만 뉴턴과 상관없이 수학적 내용만 있다는 것이다. 


맞다. 원래 만들어 놓았던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거기서 물어볼 수 있는 문제를 너무 제한시켜서 원래 목적과의 연계는 완전히 끊어졌다. 기술된 방식이 현실문제와 연관 없는 방식이라고 썼지만, 문제는 원래 교과서(예를 들어 3차 교육과정)를 봐야 한다. 당시는 물론 지금도 교과서 분량을 크게 하지 않아야 하는 제약때문에 수학 설명은 매우 형식적이고 간결하게 쓰여졌지만 목표는 현실에의 응용을 최대한 생각했었다. 미적분 맨 끝에는 물리에의 응용 섹션이 있었고 여기서 기초적 물리 계산법과 1차원적 운동방정식인 2계미방 y''=f를 푸는 것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물리에 가면 어떻게 미적분을 써서 계산하는지를 연계시켰었다. 그런데 지금은 연계된 문제는 물어볼 수도 없고 이런 응용 파트도 제거된 것이 아닌지?


2차원 이상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벡터, 극좌표가 없어져서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좌표계는 수학책에 없다. 그래서 2차원 이상의 물리현상을 지금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2. 전기와 관련된 수학이 없다고 하셨다. 


하지만 전기와 관련된 수학은 기본 미적분만 배우면 나머지는 물리에서 배우게 되어 있었다. 이것이 물리책에서 수식이 빠져나가면서 안 남은 것이지... 내가 학교 다닐 때는 기술 시간에도 전기를 배우고 회로를 배우고 진공관, 다이오드, 트랜지스터를 배웠는데... 이에 대한 물리 이론은 물리 시간에 배우고, 중학교 때 삼각함수 적분값 계산을 미적분 안 쓰고 하는 법도 물상시간에 배웠었다.


3. 컴퓨터와 데이터 과학은 지금 정말 중요하다. 이것과 관련된 행렬이 없어졌다고 하셨다.


예전에도 고등학교 통계는 매우 어려운 과목이었다.(확률보다 더) 지금도 그렇겠지만 지금은 예전의 통계 단원의 내용은 중요성이 그때보다는 좀 떨어졌다. 그리고 이분이 이야기한 데이터과학이 들어오고 있다. 우리 고등학교 교육과정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머신러닝을 공부하는 교과서를 발행하고 시험운영 중이다. 그 내용도 지금 우리 수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하는 머신러닝 과목 내용의 절반정도의 수학을 포함하고 있고 실제 코딩을 해 볼 수 있는 충분한 배경이 설명되어 있다. 


이런 새로운 데이터과학을 위해서 배워야만 하는 수학은 행렬 말고도 미적분과 2차원 이상의 공간개념이 있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고차원 즉 10,000차원이나 100,000차원 공간의 개념이 필요하다.) 이것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가 미래의 관건이다. 적어도 수학에서는... 그리고 데이터 과학에서는 댓글에 보이는 인도 같이 기초가 되는 수학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또 문제는 데이터 과학에서는 국가 경계가 허물어지므로 세계 최고가 아니면 제대로된 회사도 차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수학을 뼈빠지게 공부해야 하는 이유이다.


4. 그래서 제시하신 것이 고전수학을 전면 빼고 현대수학으로 고쳐야 한다고 하셨다.


그것이 일견 맞는 방향 같아보이지만 이것은 이미 70년 전에 미국에서 실패한 New Math 운동 같이 되기 쉽다. 수학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내가 외국에서 발표한 것도 있고 글을 쓴 것도 있는데... 각설하면 


(1) 고전과 현대를 적절히 융합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고


(2) 이것을 선생님 몇 명은 제대로 할지 몰라도 대부분의 선생님과 학생들은 너무 어려워 한다는 것이고


(3) 빠르게 변화시켜나가면 제대로 된 교육방향도 사회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등등 많은 난관을 안고 있는 것이어서 섣불리 건드리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수학교육현대화를 우리나라는 1970년대에 시작했고 미국의 모형 일본의 모형을 적절히 선택해서 생각보다 성공했었다고 보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뒤로 돌아가고 있지 않은가? (성공했다는 점은 우리 직전세대부터 20세기 말까지 우리나라 학생들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 수학을 잘 하고 고용하기 좋은 인재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보면 된다. 미국 학생들과는 질적으로 전혀 달라보였다. 뒤로 돌아가는 점인 요즘 졸업하는 학생들은 내가 가르쳐봐도 수학은 정말 모른다. 고등학교 수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 학교에 들어오니까.)


5. 마지막으로 지금 수학이 현실과의 연관성을 잃어버리고 떠돌고 있다는 말씀인데 이것은 일견 맞다. 


지금 학생들이 현실성을 못 찾는 이유는 수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가 되던 시절에는 현실 문제를 보면 어떻게 접근할지 금방 보였고 또 논의할 수 있었지만, 지금 학생들은 보았던 문제만 풀줄 아는데 현실문제는 한 번도 본적이 없으니까 막막하게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현실 문제를 가르치자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너무 많고 너무 여러 방향의 문제가 있고 이것을 다 가르칠 수는 없다. 지금 식으로 공부하면 아무리 많은 현실문제를 가르쳐도 또 보게 되는 다른 문제는 본 적이 없어서 못푼다. 수학공부하고 이렇게 된 것은 수학이 추상적이 되어서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배운 수학이 너무 근시안적이고 추상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추상적이라는 말은 추상적 공리를 외웠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적 문제에서 추상적 구조를 캐치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 추상적 사고를 한다는 뜻이다. 이해하지 못하면 추상적 사고가 불가능하다.) 


한편 지금 발전하는 AI와 기계학습은 매우 구체적인 것 같지만 실은 매우 추상적이다. 내가 몇 년 동안 수학과 대학원에서 기계학습 강의를 듣고 있지만 확률이론을 바탕으로 최대최소를 찾아나가는 현재의 AI는 전혀 구체적이지 않다. 소위 Bayes 식의 정보 갱신이 무슨 의미인지? 그러니까 현실 문제에서 무슨 뜻인지 말고 수학적으로 데이터의 의미에서 무슨 뜻인지를 파악하려고 보면 추상 중에도 추상이다. 많은 데이터가 오면 이중에 여러개의 평균을 내서 정규분포로 바꾸어내는 중심극한정리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는 학자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현상은 설명이 쉽다. k개의 평균들은 정규분포에 가깝다는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왜? 이것은 어째서 생기는 현상인지? 그래서 우리 데이터에서 나타나는 파라메터가 정규분포를 따를거다 라고 말하는 것은 도대체 지금 상황이 어떻다는 것인지?)


이런 것에 자기만의 감 (분명히 추상적 감)이 있는 사람만이 현재 데이터과학을 이끌고 나가는 사람처럼 될 수 있을것인데... 이 추상적 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현실적 감은 문제를 많이 다루고 (물리학 같이, 경제학 같이) 하면 생기겠지만 추상적 감은 수학을 많이 볼 수밖에 없다. 고차원을 제대로 보려면 벡터와 행렬을 보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것이 제대로 느껴지려면 3차원 도형을 제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단지 벡터로 되는 것은 아니고 더 근본적인 기하가 필요하다. 꼭 논증기하일 필요는 없지만 대수 계산으로 바꾼 벡터만으로는 안된다. 그림이 있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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